이번 봄방학은 교육경력 중에서 최고로 바쁘게 보내고 있다.

어제는 엄마의 백내장 수술까지 있어서 아침부터 분주했다.

엄마 수술실 들여 보내기 까지 몇시간, 수술 40분 동안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80 평생 사는 동안 첫 수술을 받는 엄마의 마음도 많이 떨렸으리라.

무사히 수술을 마치고 나오실 때까지 주기도문을 외우다가 잡지 책을 보다가 갈팡질팡하였다.

수술 끝내고 휠체어 타고 나오는 엄마를 보자 이제 좀 안심이 되었다.

회복 시간을 2시간 정도 가진 후에 병원을 나와 큰언니 집으로 모셔다 드렸다.

내일도 경과를 보러 병원에 가야 하는데 그건 큰조카가 가기로 하였다.

 

집에 와서 오늘 못한 일들을 처리하느라 파일을 열고 작업을 하였다.

학년 교육과정을 짜고 있는데 20년 동안 한 번도 해 보지 않은 일이라 낯설고, 어렵기 그지 없다.

몇 시간 들여다 보고 있으면 머리에 쥐가 난다.

해야 할 일들은 산더미 같고 진척은 없고....

마음을 가다듬고 2시간 정도 작업을 하였다.

잠시 머리도 식힐 겸 학교 홈피에 들어가 연구부장이 올려 놓은 파일을 열어 보는데 " 파일 손상" 이라는 메시지가 나오고

파일이 열리질 않았다.

하는 수없이 다시 작업하던 " 교육과정" 파일로 돌아가려고 하는데

내 파일도 " 파일 손상" 이라고 하며 전혀 열리질 않는 거다. 어?

순간 정신이 혼미해지고, 절망감이 몰려 왔다.

봄방학 내내 씨름하던 그 파일이 그럼 손상되었단 것인가?

USB에 있는 파일 불러오기도 안 되고..

오늘 따라 메일에도, 하드 디스크에도 저장하지 않고 작업을 하였는데

오늘 작업한 것만이 아니라 지금까지 작업한 모든 것이 날라간 거야?

지옥이 따로 없었다.

 

" 여보, 어떡해? 파일이 손상됐대" 하자

남편은 위로는 커녕 온갖 타박을 해대었다.

왜 다른 곳에 저장을 안 했느냐?

자기는 모르는 일이다.

조용히 작업하게 혼자 놔두었더니 이게 뭐냐 등등

한 마다의 위로도 없이 나의 실수를 공격하는 말 뿐이었다.

너무너무 서운했다.

지난 번 자신이 쓴 글 날라갔을 때 나의 반응도 그랬다면서

완전 불 난 집에 부채질이었다.

난 무심했을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그렇게 타박하진 않았다.

그리고 남편의 서평글과 내 교육과정과는 비교도 안 되는 분량이다.

그것도 모르면서....

 

해결책을 찾아야했기에 학교 전산 선생님께 전화를 해 봐도 연결이 안 되고,

동학년 컴퓨터 잘하는 선생님께 연락을 해도 안 되고,

마지막 정보부장님께 전화를 했더니 일단 재부팅을 해 보고 나서 usb 파일을 열어 보면 될 거라고 말해 주셨다.

만약 그래도 안 열리면 백업 파일이 있을 거라는 말씀까지 해 주셨다.

 

일단 부장님 말씀 대로 컴퓨터를 끄고 부팅을 기다리는데

순간  남편에게  너무 서운한 마음이 쓰나미처럼 밀려와서

콱 울음이 터져 나왔다.

소리 내어 엉엉 울었다.

서운함 70% 파일이 날라가면 어쩌지 하는 불안함 30%

내 울음 소리를 듣고 아이들이 달려 나왔다.

큰 딸은 아빠에게 너무 했다면서 야단을 치고,

아들은 나 따라서 저도 엉엉 울고....

 

남편은 그제서야 미안한지

자기가 해주겠다고 하였지만

손을 뿌리치고 컴퓨터에 usb를 연결하고, 파일을 불러왔더니

아! 다행히도 파일이 열렸고 작업한 게 다 저장이 되어 있었다.

십 년 감수하였다.

천국이다.

남편은 파일이 다시 열리는 걸 보더니  " 왜 아까 usb에 파일이 있다고 말 안 했냐?" 며 따지고

그 때 알았으면 usb 연결이 잘 못 된 건지 살펴봤을 텐데 하였다.

쳇!

위로는 커녕 목소리 높여서 타박했던 주제에.....

 

그나저나 사건이 해결 되었는데도 아들은 아직까지도 작은방에서 울고 있었다.

엄마가 우니까 저도 따라서 엉어 우는 울 아들.

껴안고 위로해 주었다.

하여튼 내가 울 아들 때문에 웃지.

 

오늘의 교훈

1. 중요한 작업할 때는 여러 군데 저장하기

2. 남이 안 좋은 일을 당할 때는 먼저 위로해 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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