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펫 소년의 선물 꿈터 지식지혜 시리즈 15
페기 다이츠 셰어 글, 린 모린 그림, 김지연 옮김 / 꿈터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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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힘은 어느 정도일까! 요즘 들어 그런 생각이 자주 든다.

 

얼마 전 독서동호회에 오셔서 방사능식품 강의를 해 주신 <별의 정원>이라는 닉네임을 가진 평범했던 두 아이의 어머니가 그렇고, 1년 8개월 간 "쫄지 마"를 외쳤던 나꼼수 멤버들이 그렇고, 교수직을 걷어차고 나와 국민들에게 알 권리를 깨우쳐 주는 표창원 교수가 그렇고, <현시창>을 쓴 임지선 기자가 그렇고, <현시창> 중에서 자신을 성희롱한 상사와 그를 옹호한 거대 회사를 향하여 연약한 여성의 몸으로 7년간 소송을 하여 이긴 그 분이 그렇다. 이 분들은 어디서 그런 용기가 솟아난 것일까! 계란으로 바위 치기 같은 싸움에 그들은 왜 스스로 자신을 던지는 것일까!

 

여기 12살 어린이가 자신의 인권을 유린하는 골리앗과 맞서 자기와 같은 형편에 있는 어린이들에게 인간답게 살 자유와 권리를 찾아 주기 위해 용감하게 일어난 가슴 뭉클해지는 이야기가 그림책으로 나왔다. 어른인 나도 내기 힘든 용기를 고작 12살 어린이가 자신의 권리 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의 인권을 위해 분연히 일어나 걸어간 이야기를 읽으면서 어른의 한 사람으로서 부끄럽기 그지 없고, 더불어 그렇다면 지금 내가 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곰곰히 생각하게 된다. 또 난 정말 내 자녀에게 부끄럽지 않은 엄마로서 제대로 살고 있는가 반성하게 된다.

 

그림책은 파키스탄에서 카펫을 짜는 아동노예로 살아가는 <나딤>이라는 소년이 파키스탄에서 실제로 인권과 자유를 위해 투쟁하다 저격당하여 사망한 12살 아동인권운동가 < 이크발 마시흐> 를 우연히 만나고, 이크발 마시흐의 뒤를 잇게 되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그려 내고 있다. 실존 인물이었던 이크발 마시흐도 나딤처럼 아동노예였다가 자신의 인권을 되찾기 위해 분연히 일어나고 그 후로 줄곧 투쟁을 하였다고 한다. 12살 어린 나이에 총으로 저격당하여 생을 마감하기 까지 이크발 마시흐는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처럼 유린당하는 아동노예들을 위하여 몸을 바쳤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전태일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이크발 마시흐는 공기 속으로 사라졌지만 이크발 마시흐의 정신은 나딤과 또 다른 아이들의 마음 속에 뿌리를 내려 부당한 대우를 받고, 노예처럼 학대 당하는 아이들의 인권을 되찾기 위해 용기를 내어 자리를 박찰 수 있는 희망을 심어 줬다. 12살 이크발 마시흐, 한 사람의 힘은 정말 대단했다.

 

한 사람의 힘은 보잘 것 없어 보일 수 있다. 내가 뭐라고? 나 하나가 어떻게 사회를 바꾸겠어? 그런데 아니다. 세상은 이렇게 한 사람의 용기로써 조금씩 바뀌었고 발전되어 왔다. 전태일이 없었더라면, 이크발 마시흐가 없었더라면 어땠을지 상상해 보시라. 전태일이 있었기에 공돌이 공순이라 무시당하던 10대 청소년들이 얼마나 열악한 환경에서 노예처럼 일해 왔는지 세상이 알게 되었고, 이크발 마시흐가 있었기에 카펫이 얼마나 많은 어린이들의 노동 착취로 인해 만들어지는지 세상이 알게 되었다. 꿈을 꾸고, 학교에서 공부를 해야 하는 어린이들이 지금 이 순간도 가난과 배고픔에 시달리며 주인들에게 무수히 매질을 당하면서 노동력 착취를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들 한 사람이 있었기에 나같은 사람들도 알게 되었던 것이다. 그들의 용기 있는 폭로가 있었기에 세상이 그들의 낮은 소리에 귀기울이게 되었고, 그들의 고통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으며 그래서 뜻있는 사람들이 모여 힘을 모으게 되고 그리하여 세상이 조금씩 바뀐 게 아닌가!

 

이제 나도 여러분도 나딤이 되길 바란다. 이크발 마시흐의 희생과 용기를 보며 나딤이 일어서는 것처럼, 나도 여러분도 제 2, 제 3의 나딤이 되길 바란다. 내가 있는 이 자리에서, 내가 속한 사회에서 부당한 일이 있을 때 모르쇠로 일관하지 말고, 참지 말고, 쫄지 말고, 분연히 일어서길 바란다.

 

이크발 마시흐, 나딤, 전태일, 나 모두 골리앗 같은 세상에 비하면 정말 연약한 다윗일 뿐이다. 하지만 그 한 사람의 용기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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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21 02:0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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