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워요, 행복한 왕자 큰곰자리 4
시미즈 치에 지음, 야마모토 유지 그림, 한영 옮김 / 책읽는곰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오스카 와일드의 <행복한 왕자>가 연상되는 겉표지 그림과 제목 때문에 이야기가 더 궁금했다.  작가는 자신과 자신의 아들이 겪은 이야기를 쓴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태어날 때부터 난청인 아들과 엄마가 겪어야 했던 혹독한 시련들을 담담하게, 그러면서도 독자로 하여금 뭉클함을 느끼도록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선천적 난청인 주인공은 난청으로 인해 발음이 부정확하다. 그래서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곤 한다. 그런 주인공이 학예회 때 할 연극 <행복한 왕자>에서 제비역을 맡고 싶어하면서 갈등은 시작된다. 발음이 부정확한 주인공이 제비역을 한다고 하자 반 아이들 모두가 어림 없다는 반응을 보인 것이다. 하지만 담임 선생님과 주인공의 친구는 주인공의 편을 들어주고, 용기를 북돋워 주며, 그를 도와주기까지 한다. 만약 우리 반에 이런 아이가 있고, 그 아이가 거의 주인공에 가까운 역을 하겠다고 자청한다면 난 이 담임처럼 흔쾌히 그의 손을 들어줄 수 있었을까? 오히려 역할을 맡겨서 더 상처를 받을까 봐 염려스럽지는 않았을까 생각해 봤다. 무엇이 진정 그 아이를 위하는 길이었을까! 물론 책은 해피엔딩으로 끝나지만 현실은 동화처럼 그렇게 녹록하지 않다.

 

예전에 내가 특수교육선생님께 이런 질문을 한적이 있다.

" 장애우들은 왜 특수 학교에 안 가고, 굳이 일반 학교에 오려고 하는 걸까요? 비슷한 사람들끼리 있으면 시설도 더 편하고, 속상한 일들도 줄어들 것 같은데...." 

특수교육 선생님은

"  학부모들이 비장애우들과 함께 공부하는 일반학교에서 통합교육을 받기를 많이 원하세요. 물론 비슷한 장애를 가진 사람들끼리 있으면 어떤 면에서는 편할 지도 모르겠지만 섞여서 지내다 보면 더 얻는 것이 많다고 생각하시고,특수교육의 방향도 통합교육쪽으로 가고 있어요" 란 대답을 해 주셨다. 그 때는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갔다.

 

그런데 그 선생님 말씀과 더불어 전전임교에 있었던 특수아동들과 그 부모님들을 보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한 아이는 자페를 가진 아이였는데 암기력이 대단해서 전교 선생님들 이름을 죄다 외우고, 노래도 남자아이인데도 불구하고 미성으로 정말 잘 불렀다. 나를 비롯한 여자 선생님을 좋아해서 양치질 하고 있으면 뒤에 와서 킁킁 머리 냄새를 맡고 가곤 하였다.  그 아이를 보면서 한 쪽 면에서 엄청난 재능을 가진 자폐아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영혼이 참 맑은 아이였다.생김새도 <마라톤>에 나온 조승우씨 비슷해서 눈길이 가던 아이였다.

 

또 한 명은 심각한 장애를 가진 아이였다. 덩치가 씨름 선수마냥 컸는데 지능이 5세 수준이었던 것 같다.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괴물 같은 소리를 질러서 수업 하기가 참 힘드셨을 텐데 그 아이의 담임께서는 그 아이를  잘 지도하셨던 기억이 난다. 예전처럼 특수아이 맡았다고 승진점수를 받는 것도 아니었다.   아이도 담임을 참 좋아했었다. 그 아이는 어머니가 모든 수업 시간을 옆에서 함께 하곤 했었다. 담임 입장에서는 매일 공개수업을 하는 셈이었으니 죽을 맛이었을텐데도 내색하지 않으셨다. 아이의 어머니는 <마라톤>에 나오는 그 어머니처럼 헌신적으로 그 아이를 돌보셨다. 두 아이와 학부모, 교사를 보면서 내 생각도 많이 바뀌었던 것 같다.

 

결정적으로 내 시각이 바뀌게 된 계기는 친하게 지내던 동료 교사들의 자제분들이 장애우란 것을 우연히 알게 되었고, 그분들의 살아온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가 전에 가졌던 생각들이 정말 편협되고 옹졸한 생각이었음을 반성하게 되었다. 친한 분들이 장애우 자녀를 키우면서 겪었던 일들을 조금씩 들으면서 시각이 정말 많이 달라졌다.

 

얼마 전 딸이 본교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된 것을 보고,

" 엄마, 장애우 한 명 때문에 엘리베이터 공사하는거 낭비 아니야? 그 돈으로 다른 것을 하면 더 좋지 않나?" 투덜대었다.

" 물론 그럴 지도 모르지. 하지만 장애우 한 명이라도 우리 학교에 오고 싶어 하면 장애우가 편히 다닐 수 있도록 시설을 해 주는 게 배려 아닐까? 그게 복지이고, 선진국으로 가는 길이라고 생각하는데?" 라고 내 생각을 말해 줬다.

딸과 같이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

돈의 효용 가치를 따지면 그 한 명 때문에 어마어마한 공사비를 들여 시설을 유치하는 것보다 그 돈을 다른 데에 투자하는 게 옳지 않냐고 말이다.

 

글쎄 잘은 모르지만 존 롤스의 " 무지의 베일론" 을 빌자면 우리 누구나 자신이 장애우라고 가정한다면 과연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분명해질 거라고 생각한다. 가장 약자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것이야말로 복지의 시발점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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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12 22:3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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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12 22:4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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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13 06:4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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