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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청객 아빠 ㅣ 고학년을 위한 생각도서관 32
가타히라 나오키 지음, 고향옥 옮김, 윤희동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12년 10월
평점 :
절판
기억도 나지 않는 아기 때 사라진 아빠가 11년 만에 돌아온다면 과연 " 아빠" 하고 다정하게 부를 수 있을까! 책의 주인공이 그렇다. 11년 만에 돌아온 아빠가 전혀 반갑지 않을 뿐더러 심지어 비린 내 나고, 우툴두툴 껍질이 있는 악어처럼 보인다. 주인공은 아빠의 재능을 물려 받아 축구를 아주 잘하지만 아빠가 짬짜미(배신자)를 하였다는 사실 때문에 그동안 알게 모르게 시달리기도 하였다. 그러니 11년 만에 돌아온 아빠, 사진 속에서만 보던 아빠, 자신을 힘들게 만들었던 아빠가 마냥 용서가 되고, 반가울 리는 없을 게다.
아빠는 자신이 왜 짬짜미라는 오해를 받게 되었는지 아들에게 이야기해주지 않는다. 그 일 때문에 변방에서 11년이나 쓸쓸히 가족과 헤어져 지내게 되었는데도 말이다. 그리고 11년 만에 만나 아들이 자신을 악어 취급하는데도 굳이 옛이야기를 꺼내어 변명을 늘어 놓지 않는다. 주인공은 아빠 주변을 맴도는 예전의 축구 멤버들이 술자리에 하는 취중진담으로 인해 아빠가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그런 짓을 한 것은 아니란 것을 어렴풋이 알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아빠 없이 지낸 11년이 한꺼번에 용서되는 것은 아니다.
말 그대로 소년에게는 아빠는 불청객인 셈이다. 자신과 엄마의 삶에 어느새 끼어 들어,태클을 걸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 소년에게 아빠가 축구 입장표 2장을 내민다. 그것도 소년이 정말 정말 보고 싶어 하고, 꿈에 그리던 맞수팀의 경기 말이다. 축구를 잘하는 소년이지만 아빠의 부재로 인하여 축구장에 직접 가서 경기를 본 적은 한 번도 없었던 것이다. 그 부분 읽을 때 짠하였다. 소년은 아빠의 제의를 받아들일 것인가! 언제쯤 소년의 눈에 악어가 아닌 아빠의 모습으로 비쳐질까 궁금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우리 딸과 소년의 나이가 비슷하다. 이 나이가 바로 사춘기에 접어드는 나이인 듯하다. 나는 어렸을 때 사춘기인지 아닌지도 모르게 지나가서 잘 몰랐는데 요즘 딸을 보니 새삼 사춘기가 어떤 시기인지 알게 된다. 생전 안 보던 거울을 보고, 옷을 사 달라고 조르고, 친구 문제로 고민하고, 반항심이 생기고....한창 예민하고, 자아를 찾아가는 시기인 사춘기 때 11년 간 행방이 묘연했던 아빠가 불쑥 찾아왔으니 소년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불청객이 될 수밖에. 거기다 엄마는 생전 안 하던 반찬을 그 악어를 위해 하고, 함께 침대를 쓰고... 정말 모든 것이 꼴불견이고 마음에 안 들 수 있을 듯하다. 책은 그런 소년의 심리 묘사를 잘해주고 있다. 그렇다고 악어 아빠는 그런 소년을 억지로 이해시키고, 설명하려 들지 않고, 가만 놔 둔다. 자신에게 버릇 없이 행동을 해도 말이다. 아무리 11년만에 돌아왔어도 아빠는 아빤인데 말이다. 소년의 입장도 이해가 되고, 아빠의 반응도 이해가 된다. 아마 거기서 변명을 하고, 자신의 입장을 납득시키려고 했다면 소년은 사춘기의 특성상 더 튕겨져 나갔을 것이다.
소년과 악어 아빠가 화해를 하는지 아님 끝까지 평행선을 달릴지는 직접 책으로 확인하시길 바란다.
사춘기에 접어 든 딸을 보면서 나도 긴장하고 있다. 주변에 선배님들 말씀을 들어보니 사사건건 부딪히지 않으려면 부모가 참고,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하신다. 그리고 이 악어아빠처럼 그냥 내버려 두는 게 낫다고 하신다. 그럴 수 있을까! 내공을 길러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