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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막걸리 ㅣ 전통문화 그림책 솔거나라
양재홍 지음, 김은정 그림 / 보림 / 2012년 11월
평점 :
주변에 막걸리만 고집하는 분이 계시다. 소주를 고집하는 분은 봤어도 막걸리는 생전 처음이라서 참 신기했다. 그 분 때문에 생전 관심 없고, 모르던 막걸리 브랜드도 알게 되었다. 동동주는 가끔 먹어보면 달짝지근한 맛이 괜찮기는 하지만 막걸리는 1-2회 정도 먹어 본 적이 있고, 동동주와는달리 쓴 맛이 있어서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술을 먹을 기회가 있으면 맥주 내지는 포도주를 선택하는 나로서는 왜 그 분이 꼭 막걸리를 고집하시는지 궁금하다. 기회가 되면 여쭤 보고 싶다. 뭔가 특별한 이유가 있을 것 같다.이 그림책을 보고 나서 그 분께 " 막걸리의 뜻을 아시냐?" 고 물어 봤더니 모른신다고 하신다. 막걸리를 그리 좋아하시면서 모르시다니 좀 의아했다. "막걸리 뜻은 막 거른다고 해서 막걸리래요" 하며 알려 드렸다. 무엇을 거르냐고? 자 이제부터 그걸 알아보도록 하자.
빨간 가방을 맨 보영이가 뛰어 가는 앞쪽에 밀이 보인다.<쌀 막걸리>를 들어봐서 쌀로 만드는 줄 알았는데 밀로 만든단다. 우리나라에 밀이 잘 안 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일단 잘 자란 밀이 있어야 한단다. 그리고 이 밀을 맷돌로 갈아 누룩 반죽을 만든다.
다음 누룩 고리를 꼭꼭 밟아 누룩을 만든 후 하얀 곰팡이가 어느 정도 피면 절구로 빻는단다.
가루가 빻아지면 햇볕과 바람, 이슬을 맞게 한단다. 이 과정을 "누룩 법제한다" 고 한단다. 옛날 뼈대 있는 가문에서는 자기 집안에만 대대손손 내려오는 술이 있었다고 들었다. 보영이네 집의 가보는 바로 이 막걸리가 아닐까 싶다. 막걸리가 이렇게 복잡한 과정을 거쳐서 나오는 줄 몰랐는데 진짜 신기했다. 시간도 시간이지만 정성이 진짜 많이 들어간다.
법제화하여 살균도 하고 퀘퀘한 냄새를 없앤 후에는 술을 담글 독을 소독한단다. 소독 방법은 옹기에다 지푸라기를 태워서 그 연기를 쐬게 하는 것이다. 참 독특하다. 이제 술 익을 그릇도 준비 되었고......
다음은 보통 때보다 꼬들꼬들하게 지은 지에밥을 누룩가루 푼 물과 잘 섞은 후 소독한 옹기에 담는다. 그리고 깨끗한 물을 붓고 한지로 덮으면 된다. 이제 맛있는 술이 되기를 느긋하게 기다리면 된다.
겉표지 그림이 바로 술 익어 가는 소리를 들으며 마냥 행복해 하는 보영이의 모습이었다. 옹기에 귀를 대고 있는 보영이의 모습이 무척 사랑스럽다. 이 모든 과정을 함께 했던 보영이는 이 술이 더 귀하게 여겨지겠지?
아직 식혜도 안 담궈 본 나로서는 감히 막걸리는 엄두도 못 내지만 그림책을 통하여 나도 막걸리를 만들어 봤다. 보영이와 흰둥이를 쫒아 할머니, 할아버지, 어머니, 아버지가 하시는 일들을 자세히 눈으로 보고, 귀로 들으며, 마음으로 느껴 봤다. 예전에는 술도 이렇게 온 가족이 함께 담그면서 가족 간의 결속도 다졌을 법하다. 이제는 이렇게 손이 많이 가는 장 만들기, 술 만들기 등 은 시골에서조차 많이 사라졌지만 그래도 이렇게 보영이네 가족처럼 우리 것을 지키고, 보존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전통 문화가 이어지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이번 겨울 방학에는 막걸리는 아니더라도 식혜만이라도 도전해 봐야지' 하는 생각을 해 봤다.
이렇게 술이 익고 나서 술을 거르게 되는데 가장 먼저 나오는 투명한 술이 청주, 그 다음 끓여서 받아내는 게 소주, 다음에 남아 있는 건더기들을 체에 받치고 마구 걸러내면 하얀 술이 쏟아지는데 그게 바로 막걸리란다. 막 걸러서 막걸리.
아! 집에서 직접 담근 막걸리 맛은 어떤 맛일까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