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이맘 때면 크리스마스 씰이 학교로 온다. 발령받고 나서 한 번도 거른 적이 없다. 어떤 해에는 정말 여러 개의 단체에서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해서 어지러울  때도 있었다. 크리스마스 씰, 사랑의 열매, 불우이웃돕기 성금 등등 며칠 간격으로 오니 그 때는 정말 아이들에게 말하기가 미안할 정도였다. 아이들 성금이 나와 전혀 관련이 없는데도 계속해서 성금 이야기를 해야 하니 괜히 미안해졌던 기억이 난다.  그제 크리스마스 씰을 배당받고 나서 아이들과 함께 크리스마스 씰의 유래에 대하여 살펴 보았다. 매년 함께 공부하는데도 왜 까먹는지 모르겠다.일 년에 한 번이라서 그러나 보다.

 

일각에서는 크리스마스 씰을 굳이 학교에서 판매를 하게 하는지 교사들이 거세게 항의하여 씰을 돌려보내기도 하였다고 한다. 왜 난 이 생각을 여태 못하고 있었을까 싶었다. 가난하고 못 살던 시절에는 이해가 되지만 아직도 크리스마스 씰이 나 어릴 때랑 똑같이 학교로 배당되어 어린이들에게 판매하라고 하는 것 자체는 개인적으로 나도 반대다. 이제는 다른 방식으로 불우이웃돕기를 좀 했으면 좋겠다. 아직도 크리스마스 씰이라니?

 

하지만 따지고 보면 이런 기회 아니면 내가 자발적으로 불우 이웃을 찾아가서 내 주머니를 터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 같다. 연말연시에 불우 이웃 돕기 행사들을 여기저기서 많이 하긴 해도 개인이 일부러 방송국으로, 자선 냄비를 찾아, 아니면 다른 구호 단체들을 찾아 도움의 손길을 내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나만 그러나?) 누군가에게 도움의 손길을 보태고 싶지만 마땅한 곳을 찾지 못하던 터에 씰이 오면 " 얼씨구나 잘 됐다. 이거라도 하자" 이런 맘이 들기도 한다.   따라서 이런 기회가 왔을 때 모른 척 하지 말고 도와주는 것은 나쁘지 않다고 본다. 그나마 돈으로 하는 이웃돕기가 가장 쉽고 편한 게 아닌가? 전에 가르쳤던 아이의 가정은 엄마와 자녀가 함께 복지관에 가서 봉사를 한다고 하였다. 그 이야기를 듣고 학부모를 다시 보게 되었다. 매체를 보면 목욕, 이발, 음식, 등등 그렇게 시간과 몸으로 봉사하시는 분들을 종종 보게 되는데 시간을 들여 봉사하는 것에 비하면 돈으로 하는 게 가장 쉬운 거라고 생각한다.

 

다만 이제는 2012년이니만큼 구태의연한 방법 말고 다른 형식으로 했으면 더 호응도가 높지 않을까 싶다. 순진한 초등학교에서나 씰이 판매되지 중. 고등학교는 안 될 것 같다. 정확한 통계는 모르지만서도. 이것도 어떻게 보면 잔무가 될 수 있다. 가르치는 일에만 전념해야 하는데 말이다. 내가 돈 세고 있으니 꼬맹이들이 신기한지 빤히 쳐다본다. 그러면서

" 와! 돈 많다" 이러는 거다. 귀요미들!!!

 

씰의 유래에 대해 공부를 하고 알림장에 희망자는 3000원을 가져 오라고 적어 주었다.다음 날 몇 명을 제외한 아이들이 씰 값을 가져왔다. 각반 16매가 배당되었는데 모자라서 6학년에서 안 팔린 것을 가져와서 21매를 팔았다. 다른 반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 우리 엄마가 돈 없대요."

" 우리 엄마가 사지 말래요"

하며 부모님이 한 말을 고스란히 담임에게 전하더란다. 저학년은 거짓말을 못하기 때문에 사실일 거라고 생각한다.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학교에 3000원이 없어서 고통을 받는 가정은 없다고 알고 있다.

차라리 아무 말씀도 하지 마시지.

아이들 인성 교육상 이런 말들은 해서는 안 될 것 같다.

우리 반은 그렇게 말한 아이가 한 명도 없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어제 못 산 아이들은  오늘 돈을 가져왔다고 하여 다른 반에서 또 빌려와서 씰을 줬다.

우리 반은 이렇게 착한 아이들이다. 책을 많이 읽어서 그러나?

아님 씰 공부하면서 내가 들려줬던 이야기?-얼마 전 할머니와 손자가 전기세를 내지 못하여 전기가 끊어지자 촛불을 켜놓고 지내다 화재가 난 사건-가 감동적이었나?

정말 자기 용돈을 가져온 아이도 몇 명 있었다. 동전 세느라 혼 났다. 여기가 학교인지 은행인지 ( 구시렁구시렁)잠시 헷갈림.

 

" 3반, 진짜 착하다. 불우 이웃도 이렇게 잘 도와주고..... 착한 일 해서 하늘에서 복을 내려 주실 거예요" 하자

살며시 웃는다. 마침 눈이 하나 둘 내리기 시작하였다.

"너희들이 착하니까 하늘에서 복을 주잖아요. 눈도 내리고, 선생님이 재밌는 동화책도 읽어 주고....."

 

순수한 아이들에게 이웃을 돕는 일은 행복하고, 기쁜  일임을 알려 줘야 하는 게 맞지 않을까!

내가 도울 수 있는 위치에 있을 때 기꺼이 도울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가르치는 곳이 학교이다.

학교에서는 불우 이웃을 도와야 한다고 배운 아이들이 부모님의 그런 말- 안 도와줘도 돼-을 들었을 때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나하고는 전혀 상관없는 씰이지만 아이들이 불우이웃을 도와줘야 한다는 것을 알고, 기쁜 마음으로 씰을 사는 걸 보니 기쁘다.

" 3반, 너희들 진짜 착해요. 이대로 쭈욱 착하게 자라야 해요. 알았죠?"

" 네"

 

이 착한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이 더렵혀지지 않도록 책을 잘 읽어줘야겠다.

오늘 서울에 함박눈이 펑펑 왔으니 내일은 이 착한 귀요미들 데리고 운동장 나가서 눈 놀이를 해야지.

장갑 끼고 오라고 했으니 끼고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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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2-12-06 0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 아이들도 선생님도 착해요!^^
빛고을에도 첫눈이 내렸어요~ 우린 모두 복 받은 거에요!ㅋㅋ

수퍼남매맘 2012-12-06 12:56   좋아요 0 | URL
아이들이 착한 것은 부모님이 착해서일 거라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