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교는 바른 글씨 쓰기 대회-일명 경필 쓰기-가 있다. 요즘은 이 대회가 없어지는 추세이긴 하다. 전임교도 있다가 없어졌다. 1학년 특성상 일 년 내내 글씨 지도를 하긴 하였는데, 일 년 내내 글씨가 잘 안 되는 아이도 몇 있고, 나보다 잘 쓰는 아이도 있다. 지금 우리 반  한 아이는 내가 가르쳤던 1학년 아이 중에서 최고로 잘 쓰는 것 같다. 항상 흐트러짐 없이 모든 공책과 교과서에 궁체 스타일을 유지한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글씨 연습할 때만 궁체 스타일이고 다른 공책들은 자기 스타일대로 엉망으로 쓰는데 그 아이는 일년 내내 흐트러짐 없이 똑같은 궁체 스타일을 유지하는 것을 보고 정말 놀랍기 그지 없다. 요즘 아이들  글씨 쓰기 정말 싫어하고 " 필기하자 " 그러면 " 에?" 부터 나오는 아이들인데 몇 명의 아이들은 모범생처럼 어떤 글씨를 쓸 때마다 한결 같이 정자체를 유지한다. 그런 성실함을 갖춘 아이들을 보면 마음에서 우러나는 칭찬을 잔뜩 해 주고 싶어진다.

 

하여튼 3교시 대회를 마치고 나자 

"선생님, 머리를 너무 써서 머리가 아파요" 하는 아이들이 있었다.

" 그래? 뇌를 많이 쓰면 머리가 아픈 경우가 있어. 너희들이 엄청 집중해서 글씨를 썼나 보다" 말해줬다.

자기들도 나름대로 대회이기 때문에 전력을 다하여 글씨를 썼나 보다. 그런데다 무조건 시간 넘치면 탈락이라고 하니 더 긴장을 하였나 보다. 앞뒤장이라서 시간이 모자랄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일찌감치 끝내고 노는 아이들도 몇 있었다. 잘했건 못 했건 머리가 아플 만큼 초집중을 한 아이들이 대견스럽다.

 

그래서 4교시에 원래 수학공부를 해야 하는데 머리 좀 식히라고< 할리갈리>를 주고 모둠끼리 놀라고 하였다. 나도 게임 방법을 잘 몰랐다가 지난 번 독서부 아이들에게 배워서 오늘 꼬맹이들에게 다시 규칙을 가르쳐 주었다. 놀잇감 가지고 놀면서 언제 머리 아팠는지조차 잊어버린 1학년 꼬맹이들. 

 

그러는 사이 눈이 오는 량이 조금 줄어들자

"어? 눈이 조금밖에 안 온다" 하고 말하는 아이들.

" 너희들이 눈 내리라는 노래를 안 불러서 그래요. 노래 크게 부르면 많이 내릴 지도 몰라요." 하자 금세 큰 소리로

" 펄펄 눈이 옵니다. 하늘에서 눈이 옵니다" 를 우렁차게 불러댄다. 귀요미들!!!

 

글씨를 쭈욱 한 번 훑어 본 후

" 얘들아. @ 글자 맞은 아이가 딱 4명밖에 없어요. 선생님이 연습할 때 그렇게 쓰면 안 된다고 했고,

 체본에도 이렇게 나와 있잖아요." 하자

쫑알쫑알@@이가

" 나는요? 맞았어요?" 물어본다.

" 궁금해요? 궁금하면 오늘은 600원" 이라고 해 줬다.

꼬맹이들은 어젯밤 개그 콘서트를 안 봐서인지 나의 개그를 이해하지 못 하는 표정이었다.

" 응 100원 말이지.  카트 값이야."

이제서야 조금 이해를 한 표정.

꼬맹이들 데리고 개그하기는 아직 무리인 듯하다. 호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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