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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반장 똥 반장 연애 반장 ㅣ 초승달문고 28
송언 지음, 윤정주 그림 / 문학동네 / 2012년 10월
평점 :
송언 선생님의 새 책이다. 송언 선생님의 이야기는 교실 현장의 생생한 모습을 그대로 전해 주고 있어서 보는 내내 즐겁다. 어쩌면 그런 꾸러기 녀석들을 데리고 일 년을 버티셨을까 하는 생각에 존경하는 마음이 팍팍 생긴다. 그 해에 꾸러기들이 대거 많았던 것 같은데.....
후기말씀처럼 그 때 당시 그 꾸러기들이 이번 스승의 날에 어엿한 고등학생이 되어 찾아왔다니 선생님께서 얼마나 흐뭇하셨을까 하는 생각에 나 또한 그 훈훈한 기운을 받는 것 같았다. 오래된 제자가 찾아왔을 때 선생님은 가장 보람을 느끼는 것 같다.
2학년 3반이었던 아이들이 이제 고등학생이라니 10여년 전에 가르친 애제자들에 대한 에피소드들을 사장시키지 않고, 이렇게 한 권 한 권 동화책으로 세상에 내 놓고 계시니 송 선생님은 아마 매일매일 교단 일기를 쓰셨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 때의 꾸러기들을 읊어 보자면 딱 걸렸다 임진수, 멋지다 썩은 떡, 뽀스락 공주, 잘한다 오광명 등등이다.
이번 책의 주인공은 바로 그 때 당시 반장으로 당선된 황동민 이야기이다. 그 때 제자들은 자신들의 이야기가 이렇게 세상에 다 알려지니 조금 부끄럽기도 하겠지만 그런 마음은 잠시고, 아마 대대손손 자랑스러워 할 것 같다. 황반장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10년 전 반장 선거에는 햄버거 뇌물이 통했다 보다. 요즘은 그랬다간 부정선거로 탈락되겠지. 하여튼 반장이 되고 싶어하는 동민이와 황반장을 만들고 싶어하는 부모님이 합심하여 뇌물과, 협박, 연설 3박자 게획을 세운다. 그로 인하여 황동민은 황반장이 되고, 자신이 짝사랑하던 구예슬까지 여자반장으로 당선시키는 쾌거를 이루게 된다.
하지만 황반장은 화장실 갈 때 마음, 나올 때 마음 다르다는 것을 증명하듯이 반장이 되고나서는 매일매일 친구들을 괴롭혀서 친구들에게 신뢰를 잃어간다. 그 즈음, 황반장이 똥반장이 되고 마는 사건이 터지고 만다. 저학년을 하다 보면 이런 일을 꼭 한 두번 겪게 된다. 쉬를 못 참아 바지에 질질 싸거나 똥반장처럼 의자에 앉아 질퍽하게 응가를 하는 경우도 있다. 나도 저학년 하면서 여러 번 뒷처리를 한 경험이 있다. 그러고 보니 올해는 쉬 한 번 한 것 빼고는 이런 사건 없이 지나가고 있네! 그만큼 애들이 여물어졌다는 증거겠지. 하루아침에 황반장이 똥반장이 되고 말다니.. 인생사 새옹지마다.
똥반장은 그래도 기 죽지 않고, 또 다른 별명 하나를 얻게 되는데 이름하여 연애반장이다. 여자 반장 구예슬을 향한 똥반장의 적극적인 애정 공세는 소풍날도 계속되고, 급기야 소풍날 비까지 내려 주니 한 우산 속에 둘이 들어가는 가슴 떨리는 순간도 경험 하게 된다.
저학년 아이들에게도 이렇게 황반장처럼 가슴 떨리는 사랑이 찾아오기도 한다. 급식 시간에 가끔 저희들끼리 하는 말 들어보면 " 누가 누구 좋아한단다 "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난리도 아니다. 이 이야기가 벌써 10년 전 이야기인데 벌써 커플팔찌를 준비할 정도이니 요즘은 어떨까 궁금해진다.나도 가끔 수퍼남매에게 " 너희들 마음에 드는 아이 있니?" 하고 물어보곤 하는데 우리 애들이 이런 이성 관계에서는 아주 발달이 느린 것 같다. 빠른 아이들은 어린이집 다닐 때부터 이성에 대해 관심을 나타내기도 한다는데.
아무튼 누구를 좋아한다는 그 경험은 성장기에 있는 아이들에게 아주 소중한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결코 부끄러워할 일이 아니고, 아주 자연스러운 일임을 말해 주고 싶다. 다만 어른 흉내 내는 것은 자제해 주길 바랄 뿐이다. 황반장처럼 어린이답게 순수하게 서로를 아껴 주고, 좋아해 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