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를 꿈꾸다 시공 청소년 문학 51
이상권 지음 / 시공사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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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책은 읽고나서  마음이 환해지는가 하면, 어떤 책은 반대로 우울해지기도 한다. 이 책은 후자에 속한다. 잔뜩 흐린 하늘 같은 기분이랄까. 다 읽고나서도 한동안 먹먹하고, 리뷰를 쓰려고 컴퓨터 앞에 앉았다가도 이 슬픈 이야기를 어떻게 꺼낼까 싶어 또 다시 다른 일을 하게 만든다.

 

누군가로부터 깊은 상처를 받아 마녀가 되기를 꿈 꾸는 사람들이 있다. 한수문, 수문이의 이모, 이모와 함께 사는 아저씨, 그 아저씨의 아들 주혁이. 각각 상처를 받은 경로는 다 다르지만 그들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어 놓을 정도로, 요즘 흔히 말하는 트라우마가 생길 정도로 그들은 심한 마음의 상처들을 갖고 있다.

 

수문이의 이야기를 통해서 그들 넷이 과거 어떤 일들을 겪었는지, 그들 넷이 살면서 무슨 일들이 생겼는지, 그들이 어떻게 자신들의 상처를 극복해 가고 꿈을 꾸는지 작가는 현재와 과거, 꿈을 오가면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 준다. 그래서 초반에는 조금 집중하기가 어렵다. 현재와 과거, 그리고 꿈을 오가는 이야기 때문에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있어야 한다. 중반이 지나면서부터는 그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지기 시작하였다. 그들이 왜 그런 고달픈 삶을 살 수밖에 없었던가 호기심이 생기고, 그들의 깊은 슬픔을 하나씩 알게 되면서 그들을 차차 이해하게 된다. 그러면서 그들의 삶이 측은해졌다. 주혁이가 왜 그렇게 잔인하게 동물들을 죽일 수밖에 없었는지 말이다. 이모가 왜 그리 모질게 수문이에게 " 엄마 " 라는 호칭을 허락하지 않았는지.

 

수문이, 이모, 주혁이가 동물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더 이상 사람들과는 의사소통이 되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특히 수문이와 주혁이는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면서 외로움을 잊기 위해 동물들과의 대화가 더 절실하지 않았을까!  수문이가 왜 그토록 호랑지빠귀에게 주혁이 이야기를 미뤄왔는지 알게 된 순간은 그야말로 충격이었다. 얼마나 자신의 생을 마감하고 싶었으면 그런 일까지 벌였을까 하는 생각에 주혁이가 가여웠다. 결국 주혁이가 그렇게 된 것은 엄마의 온정이 없었기 때문인데 그 벌은 주혁이가 받고 있는 셈이니.....

 

수문이는 또 어떤가! 핏덩이 때 엄마가 돌아가시고, 아빠의 존재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고, 이모 손에 키워지다가 어느 날 갑자기 왕이모에게 보내져서 이방인처럼 지낸다. 그런데 바람처럼 또 다시 찾아온 이모와 함께 간 시골에서 숯가루를 밥 먹듯이 먹는 아저씨와 그의 아들 주혁이와 살게 된다. 유달리 큰 키 때문에 마음까지도 어른처럼 대우받은 수문이는 한 번도 친구들과 놀아 본 경험이 없는 정말 외로운 아이다. 학교에서 벌어진 폭력 사건 때문에 수문이는 한순간 문제아로 낙인이 찍힌다. 모범생과 문제아는 종이 한 장 차이란 걸 수문이의 상황은 대변해 준다. 어디 마음 붙일 곳 없어 공부에만 전념하던 수문이는 어렸을 때 봤던 마술로 인해 마법사가 되겠다는 막역한 꿈을 가지게 되고, 그래서 혼자 살고 있는 지금도 마술을 배우고 있는 중이다.

 

17세인 수문이는 넷이 살던 그 곳을 향하여 가고 있다. 주혁이와의 그 일을 끝으로 독립하여 온 후 3년 동안 한 번도 찾아가지 않던 버섯을 닮은 모양을 한 그 곳. 수문이가 그곳에 도착하면 조금은 자신의 짐을 벗어버렸으면 좋겠다. 27세, 37세가 아닌 17세 한수문으로 살았으면 좋겠다. 이무기에게 쫓겨서 수문이를 찾아왔다는 이모도 만나길 바란다. 오랜 동안 힘든 시간을 보내온 그들이 다시 그 곳에서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예전보다는 조금은 평안한 마음으로 살길 진심으로 바란다.

 

끝으로 평소에 전면 유리창이 있는 카페나 그런 전원주택을 좋아했는데 책에서 보니 그런 유리창 때문에 새들이 유리창인 줄 모르고 부딪혀서 죽거나 심하게 다치는 경우가 많다고 하니.....인간에게는 낭만적인 일이 새들에게는 이렇게 생을 마감하게 하기도 하는구나 생각에 인간과 동물이 조화롭게 사는 것에 대해서도 신중하게 생각해야겠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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