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금요일 그러니까 추석 연휴가 시작되기 하루 전부터 학교재량휴업일에 들어갔다. 그래서 이번 추석 연휴는 무려 6일이나 쉬게 되었다. 그야말로 작은 방학이다. 시댁에 내려가야 하나 열차표를 구하지 못하여 내려 가지 못하는 바람에 우리 가족들은 이번 기회에 서울 투어를 하기로 하였다.

 

연휴 첫째 날은 집에서 빈둥대며 쉬었다. 그 전날까지 학교가 너무 바쁘고 정신이 없던 터라 이 날은 정말 게으름뱅이처럼 빈둥댔다.둘째 날은 수퍼남매를 데리고 북촌 한옥 마을과 인사동을 다녀왔다. 북촌에 한 번 가보고 싶었으나 기회가 닿지 않다가 날씨도 좋고, 사람들도 많이 빠져 나가 별로 붐비지 않을 듯하여 아이들과 함께 가 봤다. 남편은 "별로 볼 거 없어서 실망할 텐데 "하였지만 막상 가 보니 전통 한옥들이 제법 밀집해 있어서 운치가 있었다.안 왔으면 후회할 뻔했다. 딸은 시종일관 " 나도 이런 집에서 살고 싶다" 고 노래를 불렀다. 외국인들도 많고, 여기 저기 커다란 카메라를 들고 출사를 한 사람들도 더러 보였다. 사진 찍기 좋아하는 분들이 북촌을 애용한다고 들었다.아이들은 뭐니뭐니 해도 체험하는 게 남는거다 싶어서 매듭으로 휴대폰줄을 만든는 체험을 했다. 아들이 하기에는 좀 힘들다 해서 누나만 했다. 옆에서 외국인 한 분이 엄청 어려워 보이는 매듭을 쓱쓱 잘하시더라!

 

다른 공방에도 들어가서 체험을 해 보고 싶었으나 역시 대목이라 휴업하는 집들이 많았다. 옛날에 지체 높은 양반들이 모여 살았다는 북촌 마을, 요즘 한옥이 다시 인기를 끌어 아파트를 팔고 이 곳에 와서 사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그래도 서울 시내에 이런 전통 가옥들이 남아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이것마저도 없었더라면 500년 조선의 도읍지였다는 것은 그저 문헌 속에서만 있는 사실이고, 실제로 이렇게 내 눈으로 보고, 만져 보지는 못했을 텐데 말이다.  북촌까지 택시 타고 오면서 미아리 고개를 넘어가는데 기사분이 성곽이 남아 있다고 하여 그 곳을 보니 정말 성곽이 남아 있었다. 그 길을 정말 여러 번 다녔는데도 한 번도 눈여겨 보지 않았는데 기사님 말씀을 듣고 올려다 보니 그 곳에 성곽이 남아 있었다.  역시 아는 만큼 보이나 보다. 이렇게 그냥 모르는 체 지나치는 게 얼마나 많을까!

 

 

 

 

 

 

 

 

 

 

 

 

 

 

 

 

 

 

 

 

 

 

 

북촌 한옥 마을(뒤에 보이는 산은 인왕산이 아닐까 싶다.)

  

길을 건너 반대편으로 가니 좀 느낌이 다르다.평창동 같은 커다란 저택들이 많이 보였다. 아이들이 배고프다고 해서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가서 고르곤졸라 피자와 토마토스파게티를 시켜서 먹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니 먹어야지. 이번에는 먹기 전에 꼭 사진을 찍으라는 아이들의 조언을 받아들여 예쁜 음식의 모습을 찍을 수 있었다.

 

 

이탈리안 레스토랑

 

먹고 나니 좀 힘이 생긴다는 아들의 말에 으싸으싸 걸어서 인사동을 가기로 하였다. 내려 오다 보니 <정독도서관>도 보였다. 참 좋은 위치에 자리하고 있었다. 휴관일이라서 들어가보진 않았고, 전에 학교도서실 지원하러 오신 사서샘들 말씀이 봄이 가장 예쁘다고 하니 내년 봄에 와야겠다.  그런데 가을에 단풍 들어도 정말 아름다울 것 같다.

 

인사동에 들어서니 북촌과는 달리 상점들이 거의 문을 열고 있어서 구경할 게 많았다. 보이는 것 마다 사달라는 딸 때문에 " 안 돼 " 라는 말을 여러 번 해야만 했다. 딸은 보이는 것마다 먹어야 하고, 사야 하는 스타일이다. 하나는 기념으로 사줘야 할 것 같아서 머리끈과 아들의 가방고리를 하나 샀다. 거리의 음악인도 있어서 구경도 했다. hang drum이란 악기로 연주를 하고 있었는데 드럼으로 고음 저음이 나오는게 참 신기했다. 조금 더 내려가자 아이들에게 꼭 보여 주고 싶은 게 드디어 나왔다. <꿀타래>였는데 친절한 오빠들이 재밌는 노래에 맞춰 꿀타래 만드는 시연을 해 주셨다. 하나의 꿀덩이가 머리카락 보다 가는 16384가닥이 되는 과정에 수퍼남매 눈이 커졌다. 또 먹어야 하는 딸 때문에 꿀타래 패키지를 사서 쉴 겸 <경인미술관>으로 갔다. 인사동에 가면 꼭 이 곳에 들러야지 인사동에 다녀온 기분이 확실히 든다. 고가를 개조하여 미술관과 찻집을 운영하는 곳인데 이 곳에 앉아 있으면 절로 마음이 차분해지는 기분이 들어서 대학생 때부터 인사동 가면 꼭 가는 곳이다. 자신한건데 인사동의 멋을 200%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오미자차와 세작을 주문해서 마시며 아픈 다리를 쉬고 있는데 주변을 둘러보니 외국인들이 많았다. 그 중에도 중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왔다. 정말 이젠 어딜 가나 중국인들이 가장 많은 것 같다. 따뜻한 차를 마시니 피로가 쫘악 풀리는 기분이 들었다. 수퍼남매는 아기 고양이를 발견하고는 뜰에 나가서 고양이와 숨바꼭질을 했다.  아기 고양이가 갇혀서 못 나온다면서 나한테 도와달라고 하는데 알고 보니 애들이 있어서 안 나오고 버티는 거였다. 고양이를 보자 딸은 또 " 마당 있는 집에서 고양이 키우며 살고 싶어" 노래를 다시 부른다.  '그래 엄마도 삭막한 아파트 보다는 흙을 밟을 수 있는 마당이 있는 집이 좋긴 한데......'  북촌도 멋스러워 보였지만 주차장도 그렇고, 겨울에는 많이 춥다고 한다. 나 같이 추위 많이 타는 사람은 음~~그래서 마당 있는 집에 산다는 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란다.

 

인사동 거리

 

 

 

경인미술관

 

아들이 안국역으로 가는 길에 검을 파는 곳을 보고 사고 싶어 해서 목검을 하나 사줬다. 목검을 사 주자  집에서부터 가져 온 플라스틱 칼은 나한테 주고, 그걸 가지고 지팡이도 했다가 닌자 흉내도 냈다가 하며 엄청 좋아했는데 집에 와서 내가 휘청거리다 밟아서 칼이 부러졌다. 얼마나 미안하던지.... 그래도 안 울고, 용서해 준 울 아들, 고맙다!

 

한 나라의 500년 도읍지였던 서울, 4대문 안에도 그 흔적들이 많이 사라져서 아쉽지만 지금이라도 잘 보존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본다. 다음에는 수퍼남매와 궁궐 나들이를 가기로 하였다. 궁궐 갈 때는 미리 공부를 많이 해가야 제대로 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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