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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동! 마을은 내가 지킨다 - 경찰 ㅣ 일과 사람 11
임정은 지음, 최미란 그림 / 사계절 / 2012년 8월
평점 :
경찰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두려움이 아닌가 싶다. 운전을 하고나서는 더 그렇다. 운전을 하다가 전방에 경찰차가 있으면 잘못한 것도 없는데 괜히 심장 박동이 빨라지는 것을 느낀다. 내가 경찰과 가장 근접하게 있었던 경험도 바로 초보 시절에 어리버리하게 운전을 하다 딱지 떼러 오는 경찰과 마주친 것이다. 얼마 전 쌍차 해고 노동자들을 무지막지 때리는 장면을 본 뒤로는 경찰에 대한 이미지가 더 나빠졌다. 경찰이나 군인들이 명령에 무조건 복종해야 하는 집단이라고는 하지만 인권을 무시한 부당한 명령은 거부할 수 있는 용기가 있었으면 한다. 어느 집단이든지 간에 최고의 권력자가 부하들에게 부당한 명령을 내릴 수는 있다. 하지만 그것을 수행하느냐 마느냐는 결국 각각 개인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얼마 전 읽은 책에서 도종환 시인은 그 피비린내는 광주의 5월, 시위대를 진압해야 하는 반대편의 위치에 있었다고 한다. 시민을 향해 발포하라는 명령이 상부에서 떨어졌지만 시인은 차마 시민을 향해 발포 할 수 없었다고 한다. 시인은 자신의 양심에 의해 시민을 향해 발포를 하지 않았지만 그 자리에 서 있었던 것만으로도 30-40대를 힘들게 보냈고 빚진자처럼 살았다고 책에서 회고하고 있었다. 도종환 시인 같은 분들이 그 자리에 더 많이 있었다면 그렇게 많은 희생자가 생기지는 않았을 걸 하는 생각이 든다. 명령, 중요하다. 하지만 그 어떤 명령도 인간의 고귀한 생명과 맞바꿀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기에 엄청난 연쇄살인을 저지른 이도, 4살을 성폭행한 범인도 얼굴을 가려 주고, 아무리 극악무도한 짓을 저질렀어도 사형집행을 하지 않는 나라가 대부분이지 않는가! 그런데 솔직히 시민들은 연쇄살인범도 아니고, 극악무도한 범죄인도 아닌데 시위를 한다고 해서, 파업을 한다고 해서, 농성을 한다고 해서 범죄인보다 더 심하게 다루는 게 맞는지 묻고 싶다.상부의 명령을 받더라도 지금 자신이 하는 행동이 진정 시민을 위한 것인지, 진정 정의를 위한 것인지, 민중의 지팡이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인지 한 번 더 고민을 해봤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본다.
여하튼 내가 좋아하는 일과 사람 시리즈 11째 번의 주인공은 경찰이다.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민중의 지팡이라고 하는 경찰은 시민보다는 권력자의 편에 서는 것 같이 느껴지는 게 현실이다. 아마 경찰이 민중의 지팡이로 자신의 위상을 회복하려면 정말 많은 노력이 필요할 듯하다. 민중이 지팡이를 두려워해서는 안 되고, 의지를 해야 하는데 지금 이 사회는 아무 잘못을 저지르지 않은 보통의 사람들도 경찰만 보면 괜히 오금이 저리는 기분을 느낀다. 그건 그동안 보여준 경찰의 언행들이 힘 없는 시민보다는 힘 있고 높으신 분들의 편이라는 것이 각인되어 있어서 나도 모르게 경찰만 보면 떨리는 게 아닐까 싶다.
아직도 남자 아이들에게 꿈을 물어보면 범인을 잡는 경찰관이 되고 싶다고 말하는 아이들이 몇 명 된다. 이제 대통령이 될 거라고 장래 희망을 말하는 아이는 없어졌으나 그래도 경찰관이 되고 싶다고 말하는 아이들이 여전히 있는 걸로 봐서 경찰이라는 직업 자체가 아이들에게 주는 이미지는 멋져 보이는가 보다. 요즘 아이들에게 장래 희망을 말해 보라고 하면 여자 아이들은 연예인이 대다수, 남자 아이들은 프로그래머가 대다수인데 그 속에서 경찰관 되고 싶다는 아이들이 한두명 있다는 것은 아이들에게 여전히 경찰이 인기 있고 이 사회에 꼭 필요한 직업이라는 반증이리라.
난 무엇이 되는 것보다 어떻게 사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의사이더라도 환자의 건강보다는 돈만 밝히는 의사라면 그게 무슨 소용이 있으랴! 판사라고 하더라도 억울한 사람의 이야기를 잘 들어 재판을 하기 보다는 권력자의 손을 들어 준다면 무슨 소용이 있으랴! 경찰 또한 권력자의 편에 서서 일을 하거나, 시민이 살려 달라고 애원을 하는데도 그 목소리를 간과한다면 그건 옳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힘이 없는 시민들이기에 법 앞에 호소하고, 법을 집행하는 경찰을 믿고 의지하는 건데 그들이 평범한 시민의 호소를 저버린다면 시민들은 이 험한 세상 누구를 믿고 살 수 있겠는가!
얼마 전 인기를 모았던 <추척자>라는 드라마에서도 결국 형사인 아버지가 딸이 사망하는 사건을 재판하는 과정에서 누구도 믿을 수 없기에 결국 자신이 직접 자신의 딸을 죽게 만든 범인을 심판하려고 나서는게 아니겠는가! 진정한 법치국가, 민주사회라면 이 형사 아버지처럼 본인이 직접 나서지 않더라도 공정하게 수사를 하고, 죄지은 자가 마땅히 벌을 받아야 하는데 말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 사회는 이런 가장 기본적인 원칙들이 잘 지켜지는 사회라고 할 수 있던가! 어떤 범죄인이 한 말처럼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것을 살면서 순간순간 느낀다. 그러기에 나같은 평범한 사람들은 절망한다.
물론 일선에서 묵묵하게 민중을 위해서 수고하시는 많은 경찰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24시간 근무를 하고 낮과 밤이 바뀐 상태로 생활하며 본인의 가정 또한 잘 돌보지 못하고 마을을 지키는데 여념이 없다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경찰들이 민중의 지팡이로서 든든히 서 있는 미담들이 많이 전해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본다.그래서 경찰을 만나면 두려움 보다 반가운 마음이 먼저 들었으면 한다. 솔직히 내가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이상 경찰을 보면 반가운게 맞지 않나!
경찰이 되기를 꿈 꾸는 아이들이 이 책을 보면서 경찰은 무엇보다도 시민의 편에 서서 시민의 안전과 생명을 우선해야 한다는 것을 가슴 깊이 깨달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그들이 경찰이 되어 어떤 경우에 시민들과 대치하는 상황이 되었을 때 무조건 시민들을 진압하라는 명령을 받더라도 그 명령이 자신이 생각하기에 부당하다고 판단된다면 기꺼이 저항하고, 거부할 수 있는 진정한 민중의 지팡이로 자리매김하였으면 좋겠다. 이 책의 제목처럼 경찰은 마을을 지켜야 한다. 마을과 마을 사람들을 두렵게 하는 자리에 있지 않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