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아들과 함께 책을 읽었다. 며칠 동안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서, 아들 혼자 읽으라고 했다. 바쁜 일이 끝나고 모처럼 여유를 되찾아 아들에게 책을 골라오라고 했더니 지난 번 골라왔지만 내가 바빠서 읽지 못했던 그 책들을 다시 가져왔다.
<지각대장 존>으로 무지 유명한 존 버닝햄의 또 다른 걸작인 <검피 아저씨의 뱃놀이>와 <검피 아저씨의 드라이브>였다. 읽다 보니 나도 이 책들을 정독한 적이 없었음을 깨달았다. 가끔 무지 유명한 책들은 읽은 듯한 착각에 빠져 지나치는 경우가 있다. 이 책도 그런 셈이다.
마음씨 착한 검피 아저씨는 아이들과 동물친구들을 배와 차에 모두 태워주고, 그들이 난장판을 만들어 나들이가 엉망이 되었어도 화도 내지 않는다. "검피 아저씨는 사람이 아니므니다. "어찌 이런 상황에서 화를 안 낼 수가.....그리고 마지막에 또 놀러 오라는 말을 한다. 아이들의 마음을 정말 잘 이해하고 있는 어른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이기에 배를 타고, 차를 타면 가만히 있을 수 없는 노릇인데 어른들은 가만히 있으라고 협박을 하고 그렇지 않고 떠들고, 장난을 치면 화를 내곤 하지. 어른의 관점에서 보자면 검피 아저씨가 바보가 아닌가 의심될 정도이다. 아이들은 그렇게 노는 게 정상인데 그걸 이해 못하는 어른이 잘못된 것인데 우린 그걸 참아 주지 못하고, 기다려 주지 못하는 것 같다.
그림책은 왼쪽은 흑백, 오른쪽은 칼라로 배치하고, 여러 가지 화법을 통해 다양함을 경험하게 해 준다. 또한 따라하기 쉬운 말들로 반복시켜 놓아 별로 책을 좋아하지 않는 아이들조차 그림책에 흠뻑 빠지게 장치를 해 놓고 있다. 하나 하나 등장하는 동물들은 자연스레 동물 울음 소리를 흉내 내도록 아이들의 흥미를 자극시킨다. 울 아들도 동물들이 등장할 때마다 저절로 동물 울음 소리를 흉내 내었다. 그만큼 이 책이 아이들의 오감을 자극시킨다는 증거겠지.
아직 배를 타 보지 못한 아들과 함께 언제 뱃놀이를 가야 하겠다. 한강유람선이라도 타야 할까?
존 버닝햄의 다른 작품은 뭐가 있을까?
아들과 함께 읽은 것도 아직 안 읽은 책도 있네. 개인적으로 <지각대장 존>과 <알도>를 가장 좋아한다. 아들에게 다음에 뭐 읽을까 물어 보니 <비밀 파티>와 <사계절>을 읽겠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