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 멘토 9인이 전하는 좌절 극복과 진짜 공부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 참 마음에 든다. 선배님께 빌려서 읽은 책인데 사야겠다. 두고두고 읽으려고 말이다. 작년에 읽었던 책 <내가 걸은만큼 내 인생이다>라는 책도 구구절절 가슴에 와닿았는데 여기에 나온 9명의 멘토들의 이야기도 구구절절 공감이 가고. 주옥 같은 이야기들로 그득 차 있다. 내 책이 아니라서 밑줄을 못 그은 게 아쉽다. 다음에 사서 밑줄 팍팍 그어야지.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은 바로 조국 교수님. 그 멋진 외모에, 말도 잘하시고, 생각 또한 개혁적이시고, 진짜 짱이다. 심상정 님이 운동권에 있으면서 시위할 때 하이힐 신고, 미니 스커트 입고 나갔다고 해서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대학 다닐 때 운동권들은 하나같이 하얀 티셔츠에 후줄근한 청바지 차림, 화장기 없는 얼굴들이었음을 기억한다. 물론 그런 순수함도 좋지만 지금의 진보는 좀 달라져도 괜찮지 않나 싶다. 난 솔직히 간지 나는 진보가 멋지다. 여하튼 조국 교수님은 법을 전공한 법학자이다.  그런데 엄청난 독서가라고 알고 있다. 그 분이 추천해 주신 책 몇 권을 적어 본다.  함민복 시인의 <말랑말랑한 힘>, 정호승 시인의 <밥값>, 사마천의 <사기> <그리스인 조르바>. 법을 공부하는 분이 시를 좋아한다니 이 얼마나 멋진가! 시간 되면 꼭 읽어봐야지.

 

 

 

 

 

 

 

 

 

 

 

 

 

 

 

 

 

 

 

 

 

  이 책이 좋은 이유는 멘토들의 삶을 엿볼 수 있어서였다. 한 분 한 분 강의 속에 자연히 그들의 삶이 묻어 나고 있어서 가슴에 와 닿았다. 둘째로 기억 나는 분은 바로 정혜신 박사이다. <의자놀이>에서 쌍차 해고 노동자들의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을 밝히신 바로 그 분 말이다. 이 분의 삶 속에 자녀 양육에 대한 부분이 있는데 대한민국의 학부모로서 공감이 가고, 한참 주말에 아이들 때문에 스트레스 받고 있던 나에게 깨달음을 주었다. 부모는 아이를 절대적으로 지지해 주고, 기다려야 한다는 그 말씀. 주말 내내 큰 아이, 작은 아이 모두 기대와는 달리 느리고, 못 쫒아오는 것 때문에 분노가 폭발하고, 아이들에게 상처 주는 말도 여러 번 했는데 그 때 이 부분을 읽으면서 정말 뼈저리게 후회를 했다. 그리고 곧장 아이들에게 " 엄마가 정말 미안하자. 심한 말 해서 미안하다" 라고 용서를 구했다. 앞으로 또 안 그럴 거란 보장은 없지만 최소한 " 부모로서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되새기면서 아이들을 야단치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하고 말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내 아이가 나와 비슷할 수도 있고 반대일 수도 있는데 기본적인 자세는 비난하지 않고 항상 포용하고 지지하고 지원하는 것입니다. " 나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너는 저렇게 생각하네. " 정도로 말하고 받아들이다 보면 아이는 이 방향 저 방향 왔다 갔다 하면서 통하게 됩니다. (본문 73쪽)

 

   학부모인만큼 교육에 대한 내용은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는데 그 중 여성학자인 정희진 교수님의 이야기 중에서 완전 200% 공감하는 부분이 있었다.

  지금 교육 때문에 강남 엄마들이 미쳐 있습니다. 하지만 뱃속에서부터 영어 공부 시키고, 초고액 과외해서 자기 애를 대기업의 엘리트로 키운다고 해도 서른다섯 되면 명퇴해야 합니다. 지금은 콘텐츠를 가진 사람들 몇몇만 필요하고 나머지는 굉장히 비인간적으로 들리겠지만 들러리가 됩니다. 냉정하게 이야기하자면 초, 중, 고, 대학도 필요 없어요. 하지만 학교가 없어지면 교사들은 어떻게 살까요? 다들 들고 일어나겠죠?

   이미 많은 학생들이 자기가 들러리라는 걸 압니다. 이미 문이 제한되어 있다는 걸 아는데, 억압적으로 당해야 하는데 당연히 화가 나지 않겠어요? ' 워너비' 가 되는 사람이 1000명 중에 1명 정도라고 본다면, 999명은 분노가 턱밑까지 차 있는 상황입니다. (본문 209쪽) 

 

   강풀 님의 이야기는 만화가 지망생인 딸을 가진 나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다. 끄적끄적 대지 말고, 실전을 경험하게 하라는 것, 만화는 그림보다 스토리가 더 중요하다는 것. 만호가가 되려고 해서 반드시 애니메이션과를 갈 필요는 없다는 것 등등 본인은 만화가 10년차이지만 아직도 그림에 자신이 없고 잘 못 그린단다. 하지만 자신의 만화가 지금껏 다음에서 장수할 수 있고, 많은 작품이 영화화 될 수 있는 비결은 곧 스토리의 힘이라는 것.

 

   도종환 시인의 이야기와 시는 가을 향기가 퍼지는 지금 시기와 딱 맞아 떨어져 감동이 배가되는 것 같았다. 시도 좋고,  27년 동안 교직자였던 경험을 담아 교육에 대해 말한 부분도 인상 깊었다. 특히 핀란드 교육이 지금처럼 세게 1위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야오" 라는 사람에게 20년을 맡겼다는 점을 들면서 결국 한 사람에게 20년을 꾸준히 맡긴 것이 오늘날의 핀란드 교육을 흥하게 하였다는 말은 100년지대계가 아니라 1년이 다르게 매번 교육 수장과 정책을 바꾸는 대한민국 현실과는 커다란 차이를 느끼게 해 준다.  지금 밖에 가을비가 촉촉하게 내리는데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부동의 시 1위 윤동주 님의<서시>를 제치고, 요 근래에는 <담쟁이>가 1위를 하고 있다는 놀라운 기록을 전하면서 시를 옮겨 적어 본다. 도종환 님은 하루 빨리 살만한 세상이 되어 다시 <서시>가 1위를 탈환했으면 한다고....

담쟁이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이 곳에 다 적지 못한 다른 멘토들의 삶도 이야기도 다 좋았다.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서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지금 나와 같은 동시대에 이런 멋진 분들이 있어서 그나마 내가 중심을 잡고 서 있을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귀도 얇고, 매번 좌절하고, 두렵고, 불안할 때마다 이들이 들려줬던 이야기들을 기억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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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04 22:4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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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04 22:4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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