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 주제는 바로 <우정>이다. 이번 주는 우리 반  이@@어머니께서 샘들이랑 같이 드시라고 맛있는 귤을 간식으로 보내 주셔서 모두들 감사해 하시며 맛있는 모임을 하였다. 영양사 샘께서는 정신이 확 들게 홍초를 준비해 오셔서 모두들 약간 졸려 하셨는데 그걸 먹고나니 정신이 번뜩 들었다.

 

  우리 반은 1달에 1번 자리를 바꾼다. 무조건 제비뽑기로 자리를 정한다. 그게 교사도 편하다. 어제가 31일이라서 자리를 뽑는데 다 뽑고나서 이사를 하고 난 뒤 짝이 맘에 드냐고 물어 보니 한 팀만 손을 들어 그렇다고 한다. 그 팀은 칭찬 쿠폰을 받아 짝을 선택한 남남 커플이었다.왜 아이들은 서로 짝이 마음에 안 든다고 하였을까? 그냥 한 번 해 본 소리일까? 1학년이지만 자리를 뽑으면서 누가 나오면 매우 실망한 표정을 짓는 아이들이 간혹 있다. 누가 되면 안 된다고 말하는 아이도 있다. 듣는 아이는 기분이 몹시 나쁠 것이다. 이게 학년이 올라가면 갈수록 양상이 더 심각해짐은 당연하다. " 재수 없어"라고 내뱉는 아이들도 간혹 있다. 시간 되면 어떤 짝이 좋은지 물어보고 싶다. 젠틀한 남자 아이, 사근사근한 여자 아이가 아닐까 싶은데.....작년에도 보면 공부 잘 하는 아이를 인기짱으로 뽑지 않고, 잘 도와주고 친절한 아이들을 인기짱으로 뽑는 걸 봤다.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면 아이들은 주변 친구들에게 쉽게 영향을 받는다는 걸 목격하게 된다. 한 달 동안 어떤 아이들이 주변에 포진해 있는냐에 따라 많이 달라지는 모습을 보게 된다. 그러니 자리 뽑는 날은 설레고 긴장되는 날이기도 하다. 어떤 아이들은 짝이 누가 됐느냐에 따라 매우 기뻐하기도, 매우 우울해 하기도 한다. 딸도 보면 어떤 짝-공부 시간에 떠드는 아이-이 되면 매우 싫어하고, 자기랑 친한 친구들이 가까운 곳에 있으면 매우 좋아한다. 그만큼 짝과 친구들은 그 아이가 학교 생활을 즐겁게 하느냐 못하느냐에 많은 영향을 끼치는 존재들이다.

 

  친구들과의 관계가 어긋나면 선생님과의 관계가 어긋난 것보다 더 힘들어하고, 더 기운 빠져 하곤 한다. 왕따가 심각해지고 있는 요즘, 아이들에게 올바른 우정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그림책들을 골라오시라고 주문을 드렸더니 보석 같은 책들을 많이 찾아 오셨다.

2 학년부장샘이 골라오신 책이다. 반 아이들에게 읽어주셨다고 하셨는데 감동 받은 친구들이 더러 있었다고 하신다. 내가 이 책을 봤을 때 아이들에게 좀 어려운 그림책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린이들은 그 나름대로 이 책을 이해하는가 보다. 어떤 말썽꾸러기가 이 책을 다 듣고 나서 " 그러니까요. 복수를 하고 나서도 행복하지 않은가 봐요" 라고 했단다. 그걸로 충분히 아이들의 마음밭에 씨가 뿌려지지 않았나 싶다. 우정, 죽음, 복수, 행복 등등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아주 좋은 그림책이다. 읽고나서 가슴이 먹먹해진 기억이 떠오른다.

 

 

 

 

 

 

 

 

 

영양사 샘이 골라오신 책이다. 중동이 공간적 배경이다. 구제품으로 온 노란 샌들 한 짝을 신은 아이가 보호소에서 다른 한 짝을 신은 아이와 만나 우정을 나누는 이야기란다. 부족함이 없이 풍족하게 사는 요즘 아이들에게 다른 나라의 문화도 배우고, 이렇게 신발이 없어 한 짝만 신고 다니는 현실도 실감할 수 있으며, 가난 속에서도 어떻게 우정을 지키는지 깨달을 수 있는 책인 것 같다. 그림풍이 잔잔하여 참 마음에 든다.

 

 

 

2학년 샘이 골라오신 책이다. 3-4학년 여자 어린이들에게 딱인 책인 것 같다. 3학년 정도 되면 아이들이 단짝을 찾기 시작하는데 그러면서 느끼게 되는 갈등을 현실감 있게 잘 표현하였다고 한다. 1학년 아이들에게는 아직 단짝 개념이 없어서 두루두루 친하게 지내는데 이게 학년이 올라갈수록 단짝, 그룹 짓기 들이 생기면서 왕따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남자 아이들은 그런대로 친구 관계가 쿨한 편인데 여자 어린이들 친구 관계 속에서 다양한 감정 경험을 하는 것 같다. 중학년, 고학년 일기를 보면 그게 확연히 드러난다. 뒷담화도 많이 하고, 절교도 몇 번 씩 했다가 다시 화해하고....하나의 성장통이긴 하지만서도. 그림풍이 로렌 차일드랑 많이 비슷하다.

 

 

 

 

 

 

 

또 한 권 골라오신 책이다. 좋은 친구를 찾기 전에 나부터 좋은 친구가 되기 위한 조건을 갖추라는 그런 주제를 가진 그림책이란다. 아이들의 폭발적인 반응이 있었다고 하니 나도 한 번 읽어줘야겠다. 친구 관계에서 친구가 나에게 무엇을 해 주기 보다 내가 먼저 상대방에에 좋은 친구가 되어라는 내용을 쥐와 게라는 동물로 풀어냈다고 하니 재밌을 것 같다. 반 아이들이 " 생쥐가 너무 얄미워요" 라는 반응이 나왔다고 하니 아주 생생한가 보다.

 

 

 

 

 

 

4학년 샘께서는 이 책을 골라오셨다. 우정인데 왜 아빠가 나오느냐고? "친구 같은 아빠"가 필요하다는 의미에서 이 책을 찾아오셨단다. 대한 민국 아빠들의 역할은 돈 벌어 오는 기계 같다고 하지 않나. 그러나 정작 가족들과는 단절된 관계. 죽어라 일해서 돈 벌어 오지만 아이들도 아빠를 결코 좋아하지 않고, 아빠를 보면 시큰둥하고, 사춘기라도 되면 " 아빠가 나에게 해 준 게 뭔데?" 하고 대들기나 하고, 엄마랑은 시시콜콜 이야기하지만, 아빠와는 서먹서먹하고.....

참 서글프다. 어떡하다 아빠의 위치가 이렇게 되어버렸나? 아빠의 인생은 어디 있나 싶기도 하고,

 

 

 

   우리 나라 사회적 구조가 아빠들을 회사에 너무 붙잡아 두고 있다.  지금도 우리나라 근무 시간이 OECD 국가 중에서 많은 수준이라고 알고 있다. 칼퇴근해야 한다. 아빠들이  회사에 몸과 마음을 다 쏟아 붙지만, 결국 때가 되면 정리해고를 당하고, 가정에서도 아빠는 외톨이가 되고....복지 국가는 절대 회사에서 늦게 까지 근무하지 않는다. 샘 남편도 10시- 11시까지 근무하고 오신단다.그러니 아이들과 눈 마주칠 시간도 없으실 거다. 그러니 관계가 자연히 소원해지고.... 아빠들의 잘못이라기 보다는 성공지상주의 , 일 지상주의를, 성장 지상주의를 표방하는 이 사회구조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고쳐나가야 하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 지금도 9-6시 근무를 지키는 회사는 드물다고 알고 있다. 그나마 학교는 칼퇴근할 수 있어서 좋다. 보통 일반 회사는 정말 늦게 까지 근무한다. 밤 늦게 회사에 불이 켜져 있는 사회가 복지 사회가 아닌데 말이다.  전에 일본 갔을 때 깜짝 놀란 것이 밤 9시인데도 주변이 깜깜하다는 거였다. 회사들도 거의 불이 꺼져 있고, 상점들도 문을 닫는다. 우리 나라는 그 시각이 한창일 시간인데 말이다.....

 

   예전에 유태인 가정의 모습을 취재한 것을 본 적이 있는데 정말 놀라웠다. 유태인들이 우수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바로 가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6시 이전에 퇴근한 아빠가 직접 저녁 식사를 준비하고, 온 가족이 모여서 저녁을 먹으며 그 날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하고, 이어서 아빠가 인도하는 예배를 드리는 게 평범한 유태인 가정의 일상이었다. 아빠가 중심에 서 있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어떤가? 하루 한 끼 온 가족이 식사하는 가정이 몇 이날나 될까? 사회의 가장 기초적인 단위인 가정이 바로 서 있어야 그 사회는 건강한 사회가 되는 거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 책을 골랐다. 외톨이, 왕따 당하는 소녀에게 어느 날 친구로 다가온 알도라는 토끼. 처음 어린이책에 관심을 가지면서 알게 된 이 책은 존 버닝햄이라는 작가의 위대함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해 준 책이었다.버닝햄은 현실과 상상의 세계를 그림으로 적절하게 표현하는 작가이다. <지각대장 존>도 그렇다. 이 책에서도 현실과 상상 부분을 좀 다르게 표현해 주고 있다. 알도 라는 상상 속의 친구를 통해서 점점 자신감과 용기를 회복한 소녀가 드디어 현실 속에서도 사람 친구를 만나게 된다는 이야기는 친구 관계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아이들에게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해 준다.

 

 

 

 

 

 

   주제가 우정이라서 샘들의 여러 가지 사례들을 많이 들은 유익한 시간이었다. 우정을 이야기하다 보니 자연스레 왕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게 되었다. 우정의 반대 극에 있는 왕따 사건이 갈수록 극심해지는 건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아이들을 너무 어려서부터 "경쟁 구도"로 몰아부친 결과가 아닌가 하는 말씀들을 하신다. 마음껏 뛰어 놀아야 할 초딩 시절에 일찍 부터 스펙을 쌓기 위해, 경쟁에서 뒤지지 않기 위해 학원으로 내몰린 아이들은 나름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을 터이고, 그것이 가장 만만한 아이들을 향한 폭력으로 행사된다는 이야기이다. 각 선생님들이 목격한 왕따도 모두 자기 반에서 가장 약한 아이, 모자란 아이를 향한 것들이었다면서 안타깝다는 말씀을 해 주셨다. 저학년 때는 약자 아이들을 잘 보살피고 도와주던 아이들도 학년이 올라갈수록 그 아이들을 괴롭히고, 폭력을 가하고 무관심해지는 것을 보면서 뭔가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폭력 없고, 체벌 없는 학교를 만들기 위해서 학교에 필요한 기초적인 것들이 마련되지 못한 점 또한 꼭 지적하고 싶다. 갈수록 날뛰는 6학년 아이들 문제를 해결할 길이 없다. 체벌은 당연히 없어져야 하는 게 마땅하다. 그런데 체벌이 없는 대신에 선진국가처럼 다른 대체 시스템이 마련되야 함도 마땅하다. 각 학교에 대체 프로그램이 있고 학교 생활규정이 있다고 하지만 그걸로는 지금 현재의 아이들을 제어하기 역부족이다.  이런 질풍노도의 시기의 거친 야생마 같은 아이들을 제어할 만한 통제수단이 지금 학교에는 없다고 봐야한다. 그러니 얼마 전 일어난 사건처럼 학부모, 학생들이 교사를 폭행하는 사건도 비일비재 발생한다.

 

   학생에 대한 폭력을 법으로 금한다면 당연히 교사에 대한 폭행도 법으로 금하고, 상응하는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사가 학생을 폭행한 사건은 연일 언론에서 다루면서, 교사가 학생과 학부모에게 당한 폭행은 금방 사그라든다. 교사는 학생과 학부모에게 맞고 살아도 된다는 것인가? 그런데 지금 학교 현장은 학생과 학부모 인권은 마련되어 있지만 교권에 대한 보호는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기에 교육은 정말 힘들어지고 있다.본교에서 경력 많으신 베테랑 교사들도 거친 야생마 같은 아이들을 만나면 교사로서 좌절감을 맛보신다고 한다. 어떻게 그 아이들을 통제할 방도가 없다고 하신다. 체벌은 안 되지, 상담교사는 학교에 없지, 학부모는 " 우리 아이는 절대 그런 아이가 아니다" 라고 하지, 교권은 추락해 있지... 이렇게 되면 나머지 아이들의 학습권이 엄청 피해를 받게 된다. 이러니 다들 5-6학년 담임을 기피하게 되는 것이다. 인성에 문제가 있는 아이들을 전문적으로 담당할 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