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트리샤 폴라코의 작품 중에서 마지막 남은 두 권의 책이다. 한 작가의 책을 쭉 읽는 것은 작가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패트리샤 본인은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러시아 할머니의 손에서 자라서인지 그녀의 작품 속에서는 러시아를 느낄 수 있는 부분들이 참 많았다.
천둥을 무서워하는 손녀에게 천둥을 이길 용기를 주는 할머니의 탁월한 지혜가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아마 이 이야기도 패트리샤가 자신의 할머니한테서 들은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폭염이 시작되기 전 서울에 번개, 천둥이 엄청 쳤던 하루가 있었는데 어른인 내가 봐도 참 으스스했었다. 다음 날, 수퍼남매에게 어제 천둥 소리 들었냐 물어보니 자느라고 못 들었단다. 아마 들었으면 무서워서 잠을 설쳤을 게다. 바로 베란다 앞에 번개가 번쩍 하는데 진짜 무서웠다.
천둥 하니 떠오르는 아이 한 명이 있다. 1학년 남자 아이였는데 유난히 겁이 많은 아이였다. 그 날은 1학년 들어와서 첫째 번 체험학습을 간 날이었다. 장소가 롯데 월드였는데 그 아이는 무서워서 놀이 기구를 하나도 타지 못했다. 정말 겁이 많은 아이였다. 하필이면 학교에 도착하여 버스에서 내리는 순간, 천둥과 번개, 큼직한 우박이 내렸다. 다른 아이들은 얼른 얼른 비를 피해 집으로 돌아가는데 그 아이는 천둥이 칠 때마다 제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못하고, 거의 자지러지게 울었다. 트라우마 수준이었다. 부모님께서도 마중을 나오지 않아 겨우 겨우 달래 교실로 일단 데려왔는데도 천둥이 칠 때마다 비명을 지르던 그 아이. 나중에 어머니와 상담을 해 보니 유치원 때 안 좋은 기억이 트라우마로 자리한 것 같아 보였다. 지금은 치유가 되었는지 궁금하다. 천둥 하면 그 아이가 가장 먼저 생각난다.
그 아이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천둥만 치면 침대 밑으로 숨는 손녀에게 할머니는 자신만의 특별한 방법으로 손녀의 무서움을 없애 준다. 그게 바로 천둥 케이크를 만드는 것이다. 언뜻 이해가 가지 않느다고? 천둥이 칠 때에만 특별히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그 케이크. 지금 비가 오는데 오늘도 천둥이 치려나? 그럼 천둥 케이크를 만들어 먹을 수 있을 텐데.....
다른 출판사에서 나온 <고맙습니다. 선생님>이란 책과 헷갈린 책이었다. 전에도 읽어 봤었는데 또 읽어 보니 이렇게 깊은 뜻이 담겨 있었나 하며 새삼 놀라게 된다.
우리 엄마, 우리 아빠, 우리 선생님, 우리 학교, 우리 나라~ 등 " 우리 " 라는 말을 붙인다는 것은 그 존재에 대해 많은 애정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특히 대한민국 사람들의 언어 습관에서 유난히
" 우리 " 라는 말을 많이 붙인다고 알고 있다.그런데 아무에게나 "우리"라는 말을 붙이지는 않는다. 진짜 본인과 친밀도가 높고 애정이 깊은 관계에서 "우리"라는 글자를 붙인다.
유진이라는 문제아에게 링컨 교장 선생님은 그냥 교장 선생님이었지 우리 교장 선생님이 아니었다. 다른 모든 학생들에게 링컨 교장 선생님은 자상하고, 친절하고, 훌륭하신 우리 교장 선생님이셨지만 유진에게는 그저 자신과 피부색이 다른 사람일 뿐이었다. 매사에 삐딱하고 매번 문제를 일으키는 유진을 교장 선생님은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고, 그에게 다가갈 방법을 모색한다. 그리고 그 방법을 찾아낸다. 이 그림책은 문제아를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고,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한 번 더 생각해 보게 하며, 아직도 인종차별이라는 편견에 사로잡힌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려 주며, 어떻게 자기 껍질을 깨고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가야 할지 안내해 주기도 한다. 또한 부모가 자녀에게 심어 주는 편견이 그 아이를 얼마나 잘못된 길로 인도하는지 깨닫게 해 준다. 여러 모로 생각할 거리를 제공해 주는 깊이가 있는 그림책이었다.
할머니와 링컨 교장 선생님을 통해 아이를 바르게 이끄는 "참된 지혜"가 무엇인지에 대해 다시 고민해 보게 된다.
패트리샤 폴라코의 또 다른 "선생님"에 대한 그림책이다. 이 책도 감동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