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동화 보물창고 47
루이스 캐럴 지음, 황윤영 옮김, 존 테니얼 그림 / 보물창고 / 2012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이야기를 처음 접한 것은 바로 로버트 사부다의 팝업 북을 보면서였다. 물론 그전부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란 책에 대해서는 들어 본 적이 있었지만 책과 별로 친하지 않았던 어린시절을 보냈기에 책을 직접 읽어 본 적은 없었다. 그러다 아이가 태어나고 남편이 어느 날, 영어로 된 팝업 북을 사왔는데 그 책이 바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였다.

 

팝업 북 자체도 환상적이었지만 계속 보다보니 내용이 궁금해졌다. 그래서 한글로 된 책을 구해서 읽었다. 처음 느낌은

"엉? 뭐야? 이게 뭐가 재밌다는 거야?" 이거였다.

순 말장난을 하는 것같은 이야기는 책을 여러 번 닫았다 펼쳤다를 반복하게 만들었다. 또한 판타지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것도 책에 심취하지 못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었다. 그래도 끝까지는 읽었다.

 

그리고 또 다시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이번에는 지난 번보다는 좀 수월하게 책장이 넘어갔다. 그래도 여전히 말놀이 하는 부분에서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기도 하였다. 드디어 다 읽고 작품 해설을 읽어 보니 나와 같은 사람들이 많다는 것에 위안을 받았다. 번역자들도 원작에 나오는 말놀이 하는 부분 때문에 번역에 애를 먹는다고 한다. '나만 이상한 게 아니었어!' 하는 안도감이 들었다. 남편에게도

" 당신 앨리스가 재밌어요?" 라고 물어 보기도 여러 번 하였다.

남편도

" 별로~" 라고 대답해 주어 위안을 받기도 하였다.

보통의 마인드를 가진 나 같은 사람들은 앨리스에 푹 빠지지 못하는데 왜 이 작품이 150여년 간 꾸준히 사랑 받고, 명작이 되었을까? 생각해 본다.

 

루이스 캐럴은 뱃놀이를 함께 한 친구의 세 자매를 즐겁게 해 주려고, 즉흥적으로 이야기를 지어서 해 주었는데 이것이 바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로 탄생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만큼 작가는 나 같은 어른이 아닌 감수성이 예민한 여자 아이들을 타겟으로 하여 이 책을 만들었다. 그러니 나 같은 사람은 재미를 느끼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만히 아이들을 관찰하다 보면 아무 것도 아닌 일로 웃고, 울고 그런다. 어른과는 감정 코드가 참 다르다. 특히 작은 아이를 보면 그렇다. 진짜 아무 것도 아닌 일 가지고도 푸하하 웃는 걸 본다. 그에 비하면 난 안 웃는 것 같다. 나이가 어릴수록 더 잘 웃고, 더 잘 운다. 내가 이 책에 심취할 수 없었던 이유가 바로 내가 어른이라는 점도 한 몫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이야 판타지가 대세이지만 이 책이 나올 때만 해도 교훈적인 동화가 주류를 이루었다고 하니 이 작품이야말고 판도를 뒤바꾸는 걸작이 아닐까 싶다. 그런 면에서 루이스 캐럴은 선견지명이 있는 작가이자 순수한 동심을 간직한 분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평생을 독신으로 살았다지.

 

때묻지 않은 순수함을 간직하고 있을 때 이 책을 만난다면 앨리스와 더불어 환상적인 모험을 즐길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서 책도 때가 있는 것 같다. (나처럼 늦게 만나지 말고)이런 책들을 제 때 만나 읽는다면 책의 재미를 충분히 느낄 듯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