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자매의 막내로 자란 나는 어려서 언니들과 싸운 기억이 한 번도 없다.
딱 한 번 작은 언니한테 아주 약간 대들었다가 아버지한테 엄청 혼 난 기억이 있긴 하다.
하지만 아버지한테 초장에 박살난 경우라 그 후로 언니에게 대든 적도 없다.
나이차가 많이 나는 큰언니와는 싸울 리가 당연히 없었고 말이다.
그래서 솔직히 수퍼남매가 매일 티격태격 싸우는 걸 보면 이해가 안 될 때가 많다.
진짜 별 것도 아닌 것 가지고 트집 잡고, 질질 짜고..... 이해가 안 된다.
옛날 부모님들이 형제간에 싸움이 나면 무조건 큰 아이가 참아라고 하는 것은 큰 애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것 같아
둘 사이 다툼이 있는 경우에는 내용을 들어 봐서 어느 한 쪽이 일방적으로 잘못하지 않는 경우를 제외하곤
가급적 둘 다 혼을 내는 편인데
그러다 보니 큰 아이의 양보심이나 배려심이 많이 부족해 진 것 같아 보인다.
오히려 동생이 더 양보도 잘하고, 배려심도 있다.
그러고 보면 자녀 교육에 왕도는 없는 것 같다.
무조건 큰 아이만 참고 양보해라 하는 것도 아닌 것 같고, 둘 다 야단을 치는 것도 썩 좋은 방법은 아닌 듯하다.
알아서 자기들끼리 우애 있게 지냈으면 좋겠는데 말이다.
서로 외롭지 않고 서로 도우라고 둘 낳았더니
싸우기만 한다고 늘 잔소리를 하게 된다.
방학이라 노상 붙어 있으니 더 싸우는 것 같다.
그래도 여전히 싸우기는 하지만 커갈수록 싸움의 빈도 수가 줄어드는 것 같아 그나마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나중에 더 철이 들면 서로를 위해 줄 날이 오겠지.
오늘 아들이 골라 온 책은 바로 형제애에 관한 책이었다.
패트리샤 폴라코의 책이었는데 읽고 나서 이 책의 전편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내일은 전편을 읽기로 하였다.
작가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쓴 그림책이라서 그런지 더 실감 나고, 수퍼남매를 기르는 엄마로서, 매일 누나와 티격태격하는 남동생으로서 공감이 팍팍 된다.
와! 이것도 글밥이 장난 아니다.
시공 주니어 그림책 중에서 동화책 못지 않게 글밥 많은 것들이 가끔 있으니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한다.
아들에게 읽어 주면서
" 아들아, 너랑 누나와 똑같다. " 라고 몇 번이나 말했는지 모른다.
피를 나눈 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형제라는 생각보다는
영원한 맞수라는 생각이 더 강하기에 끊임없이 형제 사이에 다툼이 일어나는 게 아닐까 싶다.
난 자라면서 언니들이 경쟁상대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수퍼남매를 보면 확실히 경쟁자라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어 보인다.
특히 둘째가 그런 생각이 더 강한 것 같다.
말끝마다 " 누나는? 누나도 안 했는데....." 를 달고 다닌다.
내가 꾸중하는 것보다 누나가 뭐라 하는 걸 더 억울해 하고, 서러워 한다.
아들의 뇌구조에는 누나가 차지하는 비율이 가장 클 것이다.
남매의 입장에서 보면 부모의 사랑을 놓고 경쟁 구도를 가질 수도 있겠다 싶다.
이 경쟁심이 형제, 자매, 남매를 끊임없는 다툼으로 몰아넣는 것 같다.
큰 아이는 독점하고 있던 사랑이 동생의 출현으로 인해 사랑을 뺏기는 것 같아 동생이 미울 수도 있을 것이고,
둘째는 첫째를 향한 부모의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서 언제나 누나보다 더 잘하기 위해서 경쟁을 할 수 밖에 없을 듯하다.
그렇게 형제는 태어날 때부터 경쟁할 수밖에 없는 사회 구조 속에 있다고 볼 수도 있겠다.
남매를 키우다 보니 둘이 달라도 너~ 무 다르다는 것을 매순간 실감한다.
성격도 다르고, 재능도 다르고, 버릇도 다르다. 책에 나온 리치와 트리샤처럼 말이다.
부모도, 아이들도
서로 다른 것이지 상대방이 틀린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인정할 때
가정의 평화가 올 것 같다.
아직 수퍼남매는 어려서 서로 다름을 100% 이해하지 못해
오늘도 여전히 티격태격하지만
그걸 온전히 이해하게 되면
그림책에서 리치와 트리샤가 그랬던 것처럼
" 쟤가 내 동생이에요. " " 우리 누나예요."라고 주변 사람들에게 자랑스럽게 말할 날이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