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청한 편지가! 시공주니어 문고 2단계 71
황선미 지음, 노인경 그림 / 시공주니어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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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을 나온 암탉>의 저자 황선미 작가의 신작이다. 중학년 정도면 거뜬히 읽을 수 있겠지만 연령을 떠나서 두근두근 첫사랑의 경험이 있는 아이들이라면 더 재미있게 볼 것 같다. 아직 그런 경험이 없다는 딸 아이는 " 엥?" 이런 느낌인가 보다.

 

11살 동주는 또래 보다 키가 작아서 키가 컸으면 하는 바람으로 옷도 크게, 신발도 크게 신고 다닌다. 그 바람에 단짝인 재영이는 동주를 "헐랭이"라고 부르곤 한다. 그럴 때면 동주도 뚱뚱한 재영이를 "마뚱"이라고 맞받아준다. 이처럼 키는 작지만 보통의 남자 아이들처럼 생활하던 동주에게 변화가 생긴다. 키가 자라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자라는 변화 말이다. 어느 날, 동주의 가방 속에 멍청한 편지가 들어온 다음부터 모든 것이 뒤죽박죽이다. 그 놈의 멍청한 편지-다른 아이한테 가야할 편지가 동주 가방에 들어온 것이다.-때문에 그 편지를 쓴 유치원 단짝 영서에게 자꾸 눈길이 간다. 이제는 동주보다 머리통 하나가 더 큰 영서, 유치원 때 질질 짜던 모습이 아니라 남자애들보다 더 당당하게 주장을 하는 영서, 그 아이가 다른 남자에게 보낸 러브레터였다. 그런데 왜 그 러브레터가 동주 가방 속에 있고, 동주는 왜 그 편지를 보면서부터 자꾸 영서에게 안테나를 세우게 되냐고?

 

가끔 가다 딸에게 " 너 좋아하는 남자애 없어?" 라고 물으면 딸은 매번 " 없어" 라고 말하곤 한다. 어제도 이 책을 함께 읽고 나서 " 너 이런 적 없냐?" 물어보니 또 " 없다" 라고 한다. 그러면서 자기 학년에 한 커플 있다는 말을 살짝 해 준다.

"딸아,  요즘은 1학년도 커플 있고, 유치원 애들도 반지 나눠 끼고 그래" 라고 내가 말해 줬다.

언젠가는 딸도 이런 가슴이 찌릿한 경험을 하게 되겠지. 그러면서 자라는 거란다.

 

초딩들의 연애도 더이상 쇼킹하지 않는 요즘이건만 황 작가님은 왜 이런 책을 내셨을까? 그건 바로 누구에게나 한 번 쯤 찾아오는 첫사랑의 두근거림이 결코 "멍청하지 않다"는 것을 어린이들에게 알려 주기 위해서가 아닐까 싶다. 동주가 말하는 멍청한 편지라는 것이 편지가 주인을 잘못 찾아와서도 그렇지만 그 사랑이란 감정 자체가 멍청하다는 의미도 있는 듯하다. 그래서 동주의 입에서 말끝마다 "멍청한 편지"가 나오는 것 같다. 

 

주인공이 남자인 것도 이유가 있어 보인다. 보통 초딩 때는 남자 아이들이 여자 아이들보다 여러 가지 면에서 미숙하다. 여기서도 보면 유치원 때는 동주가 영서를 지켜 주었지만 전세가 역전되어 지금은 영서가 키도 훨씬 크고, 이성교제면에서도 앞서 가고 있다. 이렇게 여자 아이들이 앞서는 초딩 시절에 키도 남보다 작고, 감정 또한 유아 수준인 동주를 주인공으로 해서 이성에게 호감이 가고, 두근거리고, 좋아하게 되고, 마음 아픈 모든 일련의 과정을 겪으면서 그것 또한 성장통임을 알려 주는 것 같다.

 

독자인 어린이들은 이 책을 보면서 이성을 좋아하는 마음을 간접 경험하게 되고, 그런 감정이야말로 키가 자라는 것처럼 자연스러우면서 자신을 자라게 하는  또다른 성장통임을 깨닫게 될 듯하다. 마치 딸아이 같이 말이다. 두근거림을 경험을 한 아이들은 경험한 그 때의 느낌을 살려서, 경험이 없는 아이들은 앞으로 다가올 그 두근거림을 예습해 보고 말이다. 물론 예습한다고 해서 그 일일 닥쳤을 때 잘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멍청하다"라고 치부하지는 않겠지.

 

나 자랄 때 보다 모든 것을 빨리 경험하게 되는 요즘 어린이들에게 동주처럼 이렇게 낯선 감정이 찾아오면 당황하거나 부정하지 말고, 아주 소중한 감정이란 것을 일깨워 주는 좋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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