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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차차 아저씨를 만나러 갈 테야
김솔미 글.그림 / 길벗어린이 / 2012년 6월
절판
엊그제 딸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어떤 아저씨 한 분이 딸에게 아는 체를 하시는 거다. 지난 번 살던 곳에서부터 알고 있었다면서.... 그 아저씨가 내리고나서 " 딸, 아는 분이야?" 하자 딸이 갸우뚱 거린다. 옆에 계시던 다른 아저씨 한 분이 " 장사꾼들 다 그런 줄 알아야지. 장사하려고 다 아는 척 하는 거라고. 치킨 배달하는 거 같던데..." 그러고 보니 아저씨 손에 치킨 상자가 들려 있었다. 아뿔사! 우리가 속았구나! 또 한 번 딸에게 어떤 어른들이 아는 척해도 절대 속아넘어가지 말라고 단단히 교육을 시켰다. 그렇게 말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 씁쓸했다.
요즘에는 이웃들이 우리 아이들을 아는 체 하면 반가운 마음보다 경계하는 마음이 먼저 앞선다. 어쩌다 세상이 이렇게 되어 버렸는지. 이웃 사촌이 아니라 이웃 조심이다.
이 책은 지금 현실과는 다르게 쿵쿵이와 둥둥이가 차차차 아저씨를 좋아하고, 찾아가서 놀아도 안전하며,아저씨와 재밌게 노는 정겨운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그런데 지금 우리 자녀에게 이웃 아저씨를 믿어도 되며 집에 놀러 가도 된다고 말할 수 있는 부모가 있을까? 이 그림책은 그런 현실의 안타까움을 역으로 나타난 그림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쿵쿵이는 아침부터 차차차 아저씨를 만나러 갈 생각에 잔뜩 부풀어 있다.
하지만 쿵쿵이와 둥둥이가 차차차 아저씨를 만나러 가는 데는 위험도 도사리고 있다. 다름 아닌 무시무시한 물고기가 나타나 이들을 잡아 먹으려고 한다. 그 순간 차차차 아저씨가 나타나서 둘을 구해 주고, 아이들을 위협했던 물고기마저 집으로 들어오라고 초대를 한다.
도대체 차차차 아저씨는 왜 그리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은 걸까? 아저씨 집에는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장난감도 많고, 아이들과 잘 놀아주고,
아저씨만의 특별한 비법으로 만든 해초 주스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아이들이 차차차아저씨를 좋아하는 건 자신들의 마음을 잘 이해해 주기 때문인 것 같다.
이 책에 나온 차차차아저씨를 보니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바로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에 나오는 제제의 친구 뽀르뚜가 아저씨. 정 붙일 데 없어서 천방지축 날뛰는 제제를 한없이 감싸안고 제제 그 자체를 인정하고 늘 사랑해주던 뽀르뚜가 아저씨 말이다. <키다리 아저씨>도 마찬가지였지. 가족에게조차 하지 못하던 속 이야기를 털어 놓을 수 있었던 뽀르뚜가 아저씨와 키다리 아저씨가 있었기에 제제도 주디도 힘든 현실을 잘 견뎌낼 수 있었다.
이 그림책을 보고나니 이웃을 경계해야만 하는 현실이 더 슬프게 다가온다. 그림책을 함께 읽은 어린이들에게 "이웃은 믿을 수 있는 사람들이니까 집에 놀러가도 된단다"라고 말할 수 없다는 현실이다. 학교에서도 더 이상 '이웃에게 친절하자"라고 가르치기 보다 어떻게 하면 낯선 사람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할지를 가르치는 게 우선이 되어버렸다. 이제 "이웃사촌"이라는 말은 사전에만 있는 낱말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