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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빌려 주는 도서관 ㅣ 좋은책어린이 창작동화 (저학년문고) 40
박정애 지음, 서영경 그림 / 좋은책어린이 / 2012년 6월
평점 :
품절
책 읽기를 아주 잘하는 아이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걸까? 글쎄..... 책 읽기만 잘하는 사람도 어쩌면 문제를 가지고 있을 지 모른다. 예전에 근무 했던 학교에서 도서실 관련 일을 3년간 했다. 무슨 작업을 하다가 우연히 도서실에서 가장 대출을 많이 하는 교사가 아무개 교사라는 사실을 알고, 내심 놀랐던 적이 있다. 그 후배를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극 개인주의적인 경향이 강한 후배였다. 그래서 교사들 사이에서 별로 좋은 점수를 못 받고 있었다. 업무적인 면에서는 나무랄 데 없이 잘했지만 어디 사회가 업무만 가지고 사람을 평가하는가! 대인관계도 무시 못하지. 그런데 그 후배는 지극히 개인적인 성향 때문에 동료들 사이에서 낮은 점수를 받고 있었다. 그런 후배가 도서 대출 1등이라는 사실에 난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저렇게 개인적일수 있을까 ? 하는 의문이 들었다. 내가 알고 지내던 독서가들은 대부분 인간성 좋은 사람들이라서 그 후배 케이스는 납득이 잘 가지 않았다. 반대로 책을 가까이 하지 않지만 인간성 좋은 교사들이 주변에 있었기에 난 좀 혼동스러웠다. 그 후배 케이스를 남편에게 말해 주자 원조 독서가인 남편 왈 " 책을 많이 읽는다는 것과 그 사람의 삶과는 별개의 것이야." 라고 명료하게 말해 주더라. 그러고 보니 그 말이 맞는 듯하다. 개인적인 생활에만 충실하고, 다른 사람들과의 만남은 중요하게 생각지 않으며 책만 열심히 보는 사람은 그 후배처럼 될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 일은 나에게 책만 봐서는 좋은 사람이 안 되겠구나! 우리 아이들도 책만 보는 아이들로 키워서는 안 되겠구나! 는 경각심을 갖게 해 주었다.
이 책은 책만 보는 아이들이 어떤 것들을 놓칠 수 있는지, 책 보다 더 소중한 것은 무엇이 있을지 생각해 보게 만든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다"는 말을 굳이 인용하지 않더라도 사람은 독불장군처럼 혼자서 살아갈 수 없는 존재란 걸 누구나 알고 있다. 이 책의 주인공처럼 책을 좋아하여 늘상 도서실에서 살고, 심지어 밥 먹을 때도 책을 손에서 떨어뜨리지 않지만 친구들과의 관계가 소원하고, 친구들과 잘 놀지도 않고, 부모에 대해 불만이 가득한 아이라면 뭔가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책에서는 주제를 부각시키기 위해서 이야기를 극단적으로 진행시킨 면이 없잖아 있지만 사람을 비롯한 다른 것들과의 교감이 없이 오로지 책만 좋아하는 것이라면 지성만 팽창하고, 감성은 수축된 책 괴물이 되어 버릴지도 모른다고 이 책은 경고하고 있다.
사람은 혼자 살 수 없고, 더불어 살아간다. 우리가 책을 즐겨 읽고, 부모나 교사가 아이들에게 책 많이 읽어라 하는 것도 자신만의 성공을 위해서가 아니라 더불어 행복한 사회를 만들어 가는 발판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출발해야 되지 않을까! 내가 좋아하는 그림책 중에 <행복한 청소부>란 책이 있는데 특히 결말이 감동적이다. 책의 결말이 청소부가 책을 많이 읽어서 유식해지고 그 결과 대학교 교수님이 되는 걸로 끝을 맺었다면 감동적이지 않았을 것 같다. 하지만 청소부는 대학 교수 자리를 마다 하고 청소부로 남는다. 그가 책을 그토록 읽고, 다른 분야도 열심히 공부했던 것은 더 좋은 직업, 더 많은 것들을 누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공부하는 그 자체가 즐거웠던 것이고, 그걸 통하여 더 좋은 사회를 만드는데 기여하는 자체가 기뻤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니 자신이 청소부로 남든 대학 교수가 되든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던 것이다.
책과 조금 친해지면서 나의 롤 모델은 바로 행복한 청소부이다. 책 읽는 그 자체가 기쁨이 되고, 책을 통해서 어제의 나보다 조금 괜찮은 사람으로 진일보 하는 것, 그럼으로써 다른 사람을 좀 더 잘 이해하고, 배려하고, 좋은 사회가 되도록 관심을 가지고 내가 해야 할 책무들을 담당해 내는 것 그게 바로 책 읽는 사람이 가져야 할 삶의 태도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렇게 한 걸음씩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나아가려면 책만 봐서는 안 된다. 책을 보고나서 사색도 해야 하고, 자신을 성찰해야 하고, 사람들과 만나 다른 사람의 삶에도 귀를 기울일 줄 알아야 하며,시시각각 변화하는 자연에 관심을 가질 줄도 알아야 하고, 자기가 속한 사회에 대해서도 항상 촉을 세우고 있어야 한다.
우리 아이가 책은 좋아하는데 사회성이나 대인관계, 이타성 등이 부족하다 싶으면 부모가 아이와 함께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독서보다 소중한 것이 찾아 보면 분명 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아이 스스로 깨닫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