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네 집 청개구리 문고 14
백승자 지음, 이지연 그림 / 청개구리 / 2012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밝고 경쾌한 이야기는 그때 그때 읽으면서 스트레스를 날려 줘서 좋고, 이 책처럼 슬픈 이야기는 오랜 동안 진한 울림을 줘서 좋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후자가 더 오래 기억 속에 머무르는 듯하다. 로사 고모, 해리의 슬픈 사랑 이야기는 오래도록 내 기억의 방에 머무를 것 같다.

 

  "해리네집"이라는 문패 앞에 똘망똘망하지만 약간 슬픈 듯한 눈으로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 처럼 보이는 강아지가 바로 해리이다. 실은 강아지가 아니라 사람으로 따지면 90살 정도의 노견이다. 문패를 집주인 이름이 아니라 강아지 이름을 따서 한 것만 봐도 주인의 개 사랑이 얼마나 대단한지 짐작이 가지 않는가!

 

  엄마를 잃어 슬픔에 잠긴 로사 고모와 해리가 우연히 만나 가족이 되었고, 둘은 지난 십수년 간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 왔다.

그런데 이제 해리가 너무 나이가 들어 눈도 안 보이고, 힘도 없고, 더 이상 살 가망이 없어 로사 고모는 노심초사한다. 순수한 영혼을 지닌 로사 고모는 이 세상 누구보다도 해리를 사랑한다. 남들 눈에는 개를 가지고 저 난리냐 할 지도 모르지만 로사고모에게 해리는 반려 동물 그 이상의 존재이다. 어떤 때는 고모가 그토록 사랑하는 조카 은조보다도 해리를 더 사랑하는 것 같아 은조가 살짝 질투가 나기도 한다.

 

  그렇게 서로 죽고 못 사는 로사 고모와 해리에게  점점 이별의 날이 다가오고 힘겹게 해리를 하늘 나라로 떠나 보낸 고모는 결국 몸저 눕고 만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이제껏 해리 때문에 간신히 버텨 왔던 로사 고모가 살아야할 마지막 이유가 없어지자 그 몹쓸 병이 순식간에 고모를 갉아 먹었다고 할 수 있다.

 

  나도 어릴 적 강아지며 고양이를 키운 적이 여러 번 있지만 로사 고모처럼 그들이 천수를 다해 죽음을 맞이할 때까지 길러 본 적은 없다. 그래서 동물들이 나이가 든다는 것, 병에 걸린다는 것, 그들도 사람처럼 아프고, 죽는다는 것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하다 못해 사람들은 늙으면 주름이 지고, 등이 굽어 나이가 든다는 걸 주변에서 알기라도 하는데, 동물들은 성장하고 나서는 늙는다는 것을 알 수가 없으니 나 같은 사람에게는 해리처럼 겉보기에는 강아지처럼 보이는 노견을 알아볼리가 없지 않겠는가!  얼마 전에서야 동물들도 암에 걸리기도 하고, 백내장 같은 병에도 걸린다는 걸 알았으니 참 사람과 가장 오래 같이 살았다는 개들에 대해 아는 것이 정말 없었다는 생각에 부끄러운 마음마저 들었다.  이 책에 나온 해리를 통해서 동물들도 우리 인간과 똑같이 생노병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얼마 전 읽었던 <플랜더스의 개>에서도 파트라슈와 넬로의 진한 사랑이 참 감동적이었는데 이 책도 로사 고모와 해리의 사랑이 사람들 간의 사랑보다도 더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이 책 뿐만 아니라 요즘 들어 반려 동물 내지는 유기 동물에 대한 책들이 계속 나오는 것은 나 같은 무지한 사람들을 위해 아주 바람직한 것 같다. 애완동물이란 말에서 반려 동물이란 말도 바뀐지도 얼마 안 된 걸로 알고 있다. 내가 존경하는 선배님 가정에서도 딸이 고양이 한 마리를 기르고 싶다고 하여 가족 회의 끝에 유기묘를 기르기로 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선뱀님은 한 생명을 들이는 것이라서 굉장히 조심스럽고, 두렵다는 말씀도 덧붙이셨는데 말 그대로 한 아이를 입양하는 것이나 똑같다는 생각을 이 책을 보고 하게 되었다.  이런 책들을 통해서 사람들이 예전에는 동물을 돈으로 사서 애완동물로 기르는 것에서 이제는 이렇게 인간에 의해 버려지고, 혹사 당한 유기 동물들을 거둬 들여 함께 살아가는 것으로 의식이 전환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본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2-07-03 18: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7-03 20:15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