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엔 형만 있고 나는 없다 푸른숲 새싹 도서관 1
김향이 글, 이덕화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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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수요일 이 책을 가지고 공개수업을 하였다. 어린이책에 관심을 가지면서부터는 가능한 책을 매개로 한 공개수업을 하자는 게 나의 신념이 되었다. 책과 관련되 수업을 준비하자면 가장 큰 관건이 바로 책의 선정이다. 공개수업에 읽어줄 만한 책의 필요충분조건은 바로 아이들도 재밌어야 하고, 참관 오신 학부모들에게도 남는 것이 있으면서 아무도 읽어 보지 않은 신선한 책이었으면 하는 것이었다. 이번 수업을 준비하면서 딱이다 싶은 책을 발견하였는데 바로 이 책이었다.  그래서 그 동안 리뷰도 일부러 올리지 않았다.

 

처음으로 수업 전체를 동영상 촬영하는 바람에 다른 때보다 더 긴장되어서 이것 저것 실수도 많고 시간이 부족하여 생략한 것이 있었지만 그래도 성공한 것이 있다면 아이들과 참관 오신 학부모들이 이 책에서 감동을 받았다는 점이다. (나의 착각일 수도 있지만)

 

수업을 한 당사자도 시간이 지나고 나면 무슨 내용을 가르쳤는지 가물가물 기억에서 사라지는데 책을 소재로 한 수업들은 다른 수업에 비하여 기억에 오래 남는 것 같다. 처음 했던 수업이 <종이 봉지 공주>였고, 다음 해에는 <친구를 모두 잃어버리는 방법>이란 책이었다. 그 다음에는 권정생 작가님의 여러 가지 책들로 북 아트를 하였고, 올해 수업은 바로 이 책을 선택하였다.

 

일주일이 지난 오늘 아이들에게 지난 주 공개수업 때 읽어준 책 제목을 물어 보니 잊어버리지 않고, 대답을 잘하는 걸로 봐서

아이들 기억 속에 오래 남아 있을 듯하다. 그걸로 나름 만족하고 있다.

 

겉표지에 잔뜩 화가 난 표정으로 " 우리 집엔 형만 있고 나는 없다"를 부르짖고 있는 아이는 둘째 아들  민재이다. 민재는 이가 아파서 엄마에게 진통제를 달라고 하지만 엄마는 형 간식을 만드는 일에 몰두하느라 민재 보고 찾아서 먹으라고 한다. 형이 말만 하면 뭐든지 즉시 해 주는 엄마가 자기가 이가 아프다는데도 약도 안 챙겨주는 게 못내 서운한 민재는 드디어 심통이 나고, 결국 문을 쾅 닫고 들어와 형과 다정하게 찍은 사진에 주먹을 날려 보기도 하고, 이불을 뒤집어 쓴 책 씩씩거리기도 하고,  단식 투쟁을 해 보지만 어딘가가 허전하다.  "우리 집엔 형만 있고 나는 없다" 라고 생각하는 민재. 하지만 화가 나서 굶기로 작정한 민재의 코를 맛있는 카레 향기가 유혹하고.....

 

누구나 어려서 형제들과 함께 자라면서 민재처럼 엄마는 형만 사랑한다는 그 서운한 감정을 느껴 봤을 것이다. 나 또한 셋째딸이라서 그런 감정을 자주 느끼곤 하였다. 어릴 때 내가 자주 하던 말 중에 " 엄마는 내가 막내라고 돌 사진도 안 찍고..." 하면서 못내 서운한 그 마음을 토로한 적이 여러 번이다. 동생은 동생대로 형은 형대로 가끔씩 아니 어쩌면 자주 느끼게 되는 그 불안하고 서운한 감정,  만인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그 흔한 감정을 유머러스하면서도, 독자가 공감할 수 있게, 그러면서도 찐한 감동도 주면서 의미 있게 풀어낸 좋은 그림책이었다.

 

책 내용 중에서 가장 마음에 남았던 대사는 엄마가 민재의 엄청 비가 내리는 수학 시험지를 발견하고는

" 큰 애는 몸이 약해서 걱정, 작은 애는 공부를 못 해서 걱정" 이라며 신세한탄을 하자

우리의 주인공 민재가

" 엄마 그럴 때는 큰 애는 공부를 잘해서 좋고, 작은 애는 몸이 튼튼해서 좋다  라고 말하는 거예요. " 라고

엄마의 푸념을 정정해 주는 부분이었다.

 

수퍼남매를 놓고도 종종 이런 푸념을 늘어 놓곤 했던 나를 반성케 하는 민재의 한 마디였다. 아이일 때는 부모가 나를 덜 사랑하는 것 같아 힘들어하고, 부모가 된 지금은 자식들을 서로 비교하며 단점들만 들춰 내느라고 스스로 힘들어하는 현재의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부끄러워졌다.

 

현재 자녀의 위치인 아이들에게는 부모는 자녀를 똑같이 사랑한다는 것을 깨닫게 해 주고, 현재의 부모들에게는 자녀를 비교하지 말고 각각이 가진 장점을 찾아 칭찬해 주고, 격려해 주는 큰 부모가 되라는 메시지가 담긴 책이었다.  자녀와 부모가 함께 읽으면서 이런 저런 쌓인 회포들을 풀어가도 좋을 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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