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한양 1770년 ㅣ 작은 역사 1
정승모 글, 강영지 그림 / 보림 / 2012년 5월
평점 :
최근 역사 공부가 생활사 중심으로 바뀌면서 이제 관련 책들도 그 경향에 발맞춰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책이 바로 "사계절"에서 나오고 있는 "역사일기" 시리즈라 할 것이다. "역사일기"는 지금까지의 통사적 관점을 버리고 그 시대의 서민적 생활에 초점을 맞추어 나오고 있는데 주 독자층인 아이들의 눈높이를 고려하여 또래 아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이야기 형식으로 진행하고 있는 게 특징이다.
이번에 "보림"에서도 생활사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시리즈가 나왔다. "작은 역사" 시리즈가 바로 그것이다. 역사일기처럼 생활사를 중심으로 하고 있지만 독자층을 아이들에게 한정시키지 않는 것이 이 시리즈의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그러니까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이 보아도 유용하게끔 구성되어 있다. 소개하려는 '한양 1770년'은 그 시리즈 첫 권이다.
먼저 책 전체를 훑어보면 이 시리즈가 어떤 독특성을 가지고 있는지 한 눈에 드러난다. 사계절의 역사일기 시리즈가 하나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흐르고 있다면 이 작은 역사 시리즈는 그런 이야기는 없지만 당시의 '하루'를 복원하는데 충실한 노력을 쏟는다. 그러니까 '한양 1770년'의 경우엔 '정월대보름'이란 그 하루를 책 전체에 담는 것이다. 즉 작은 보름이라고 흔히 말하는 정월대보름 하루 전날밤 부터 당일 밤까지를 중심으로 그 시간 한양의 각 공간들은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 그려내는 것이다. 그렇게 이 시리즈는 하루라는 시간을 씨줄로 삼고 그 시간 존재하는 각각의 공간들을 날줄로 삼아 서로 엮어가는 그런 구성으로 되어 있는 시리즈인 것이다.

시간에 따른 공간의 안배도 그냥 무작위적으로 되어 있지 않다. 여기에 저자들의 노고가 분명히 컸을 것 같다. 그러니까 각 시간마다 계층적으로 가장 분주한 공간들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몰랐는데 당시 한양의 하루는 지금처럼 아침이 아니라 새벽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아무래도 그날 그날 찬거리와 땔감을 구할 수 밖에 없어서 그렇다고 한다. 그러니까 그 새벽 가장 분주한 곳은 바로 서민들이 그날 먹거리를 위해 찾는 남대문이다. 그러니 그림책은 바로 그 곳을 담는다. 아침이 되면 가장 분주한 곳은 어디일까? 이런 식으로 아이들과 호기심을 유발시키면서 같이 읽어보는 것도 이 책을 유용하게 써 먹는 하나의 방법이 아닐까 싶다.
아무래도 한양이 조선의 수도로 조정이 있는 곳임을 상기한다면 아침에 가장 바쁜 곳은 관리들이 많이 살고 있는 북촌이 될 것이다. 출근 준비 하느라 분주할 테니 말이다. 또한 광화문도 마찬가지다. 출근하는 관리들도 여지없이 북적일 게 틀림없다. 이렇게 이 책은 1770년 정월대보름의 하루를 충실히 복원하면서 그 시간 각각의 공간에서 실제로 벌어졌던 일상의 모습을 생생하게 전달해 준다. 앞서도 말했지만 그 복원이 꽤나 치밀한지라 서로 묻고 답하거나 대화를 하면서 같이 보기에 그야말로 제격인 책이기도 하다.

설명을 맡으신 정승모님의 글은 꼭 필요한 핵심을 간추려 쉽게 이해할 수 있고 조선의 전통적 회화 방식으로 당시의 풍속을 그린 강영지님의 그림은 친근하지만 정확한 고증으로 글로 모자란 부분을 보충해 준다. 글과 그림 모두 어린아이도 어른들도 모두 만족할 수 있게 고루 배려되어 있어서 그 누가 되었든 무리없이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감동 깊게 읽었던 " 책만 보는 바보" 에 나왔던 백탑(원각사지10층석탑)이 이 책에도 나와서 엄청 반가웠다. 백탑 주변에 모여 살았던 이덕무, 박지원, 박제가, 홍대용 등은 한양 1770년 정월대보름날에도 모여 또 책 이야기를 하고 있었겠지.
그들의 도란도란 나누는 이야기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