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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단짝 친구 ㅣ 비룡소의 그림동화 218
스티븐 켈로그 글.그림, 이경혜 옮김 / 비룡소 / 2012년 3월
단짝이라 하면 고2때 친구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범생이었던 내가 일탈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그 친구. 일탈이라고 해봤자 수업 시간에 선생님 안 보고 단짝과 수다 떨고, 수업 시간에 딱 한 번 도시락 먹다가 들킨 것 정도의 행동이었지만 나에게는 그것도 엄청난 일이었던 시기에 그 일들을 할 수 있는 용기(?)를 준 친구가 바로 나의 단짝이다. 그 친군 범생이었던 내가 그런 과감한 행동을 하게 된 것에 대해서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며 농담처럼 말하곤 했었다. 지금은 각자 애들 키우고, 직장 생활하느라 못 만난 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그래도 단짝 하면 그 친구가 떠오른다.
나도 캐시처럼 단짝을 통하여 복잡미묘한 감정들을 난생 처음 경험하였기에 읽으면서 공감 100배였다.
캐시와 친구 루이즈는 단짝으로서 집도 바로 붙어 있다. 둘은 말을 아주 좋아하지만 현실적으로 말을 키울 수는 없기에 상상의 말 "황금 바람" 이 두 집의 가운데에 있다고 상상하며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둘은 항상 붙어 다녔다. 둘은 같이 있기에 마냥 행복했다.
루이즈가 여름 캠프를 떠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루이즈가 갑자기 여름 캠프를 떠나고 나서 캐시는 우울한 나날을 보내는 반면, 루이즈가 보내온 편지에서 루이즈가 캠프에서 만난 다른 아이들과 친해졌을 뿐 아니라 아주 행복하다는 느낌을 전해 받은 캐시는 샘이 서서히 난다. 단짝이 다른 친구와 사이가 더 좋아 보이는 것 같아 속상한 적이 있었던 사람은 캐시의 이 기분을 충분히 공감할 것이다. 나도 그랬으니까. 이 책은 바로 캐시의 그 감정선을 정말 잘 표현한 것 같다.
루이즈로부터 서서히 배신감을 느끼게 된 캐시는 새로 이사오는 이웃이 있다 하여 새 친구를 사귈 수도 있으리라는 기대를 해 보지만 그 기대는 여지없이 깨져 버린다. 이사온 이웃이 바로 혼자 사는 할아버지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할아버지는 멋진 개를 키우고 있었고, 그 개가 강아지를 낳으면 준다는 말에 캐시의 기분은 많이 좋아진다. 그리고...
캠프에서 돌아온 루이즈가 정성껏 준비한 선물을 가지고 돌아와서 그동안 보고 싶었다는 말을 하자, 서운한 마음을 가졌던 캐시의 마음은 조금 회복되기 시작한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할아버지 개가 낳은 강아지 한 마리를 루이즈에게 주고 자신은 약속받았던 얼룩 강아지를 가지지 못하자-개가 새끼를 한 마리만 낳는 바람에 캐시가 강아지를 가질 수 없게 된 것이지만-그 동안 쌓여 있던 서운함이 폭발하고 만다. 이대로 단짝 관계는 끝나고 말 것인가!
나도 그 때 그 친구 때문에 행복한 적도 많았지만 서운했던 적도 많았었다. 캐시도 그런 마음이었을 게다. 단짝은 그렇게 복잡미묘한 감정을 경험하게 하는 하나의 장치이기도 한 것 같다. 캐시는 그런 일련의 과정들을 통해서 분명 한층 더 성장해 나갈 것이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진정 누구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 대상을 독점하는 것이 아님을 캐시도 차츰 깨달아 갈 것이다.
생각난 김에 그 친구에게 전화라도 걸어봐야겠다. 친구야,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