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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고양이 요루바 3 : 천재가 되는 방법 ㅣ 만화로 읽는 철학통조림 3
소공 글.그림, 김용규 원작 / 주니어김영사 / 2012년 2월
품절
김용규님의 유명한 '철학통조림'을 어린이 눈에 맞춰 만화로 알기쉽게 풀어낸 철학고양이 '요루바' 시리즈. 그 세번째 이야기가 출간되었다.
이번엔 '천재가 되는 방법'이라는 부제로 두 가지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하나는, 주인공 달나라에게 갑자기 동물과 사람이 반대로 보이게 되는 이야기고
둘은, 정월 대축제를 준비하느라 우연히 시작하게된 IQ테스트로 요루바를 비롯한 동물들이 천재로 판명난 자들과 그렇지 않은 자들로 나뉘어 싸우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위와 아래는 그렇게 반대로 나뉘어 싸우게 된 모습들이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내용들이 바로 우리 사회에서 자주 보이는
모습들이기도 하여 그냥 재미로만 보아 넘기지 못하게 한다.
이 둘은 별개의 이야기로 보이고 사실 전개 역시도 나뉘어 진행되지만
사실은 다 같은 하나의 이야기이다.
바로 '성장'에 관한 이야기인 것이다.
성장이란 무엇일까?
몸이 자라는 건 눈으로 볼 수 있어 바로 알 수 있지만
생각이나 마음이 자라나는 건 눈에 보이지 않으니 도대체 어떻게 해야
성장했다고 할 수 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아이들은 늘 '철 좀 들어라'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그럴 때 아이들이 "철 든다는 게 뭐에요?'라고 물어온다면...
자신있게 대답할 수 있을까?
만화는 그렇게 나 역시도 대답하기 힘든 마음과 생각의 성장에 관하여
아이들로 하여금 재밌고 쉬운 이야기로 자연스레 깨닫게 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주인공 달나라가 동물과 사람이 갑자기 반대로 보이기 시작하는 것은
바로 생각이 자라난 것과 관계가 있다. 잠깐 우리들의 옛날 경험을 반추해 본다면
이는 쉬이 이해할 수 있다. 특히나 사춘기 시절. 우리는 종종 다른 사람과 세상이
예전과는 다르게 보이는 걸 경험해보지 않았던가? 달나라가 겪고 있는 반대로 보이
는 상황은 바로 그것을 은유한 것이었다. 그만큼 생각이 자라나서 이제는 사물과
사람 그리고 세계가 다르게 보이게 된 것이었다.
생각이 자라난다는 의미는 단순히 아는 것이 많아져서 어려운 생각을 할 수 있게 되었
다는 의미만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그것은 그 안에 담을 수 있는 것들이 많아졌다는 의미
다. 이전에는 그 안에 나밖에 없었다면 이제는 그 안에 다른 사람도 그리고 커다란 세계도
다 담을 수 있도록 너른 마당이 되었다는 것이다. 바로 그 때문에 만화는 요루바와 같은
동물들이 천재냐 아니냐로 서로 싸우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다.
사실은 옳지도 않고 근거도 없는 그래서 아무것도 아닌 이유로
남을 비하하거나 무시하는 건 생각이 전혀 자라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생각이 자라난다 혹은 마음이 자라난다의 진정한 의미는
남을 그 어떤 잣대로 나누거나 심판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긍정하고 포용하는 데
있다고 말이다. 부제인 '천재가 되는 방법'도 역시 마찬가지다. 이 책은 정말
천재가 되는 방법을 두 가지로 요약해서 말해주는데 거기에 깃들어 있는 근본적인
마음가짐도 바로 나와 타인의 긍정이다.
성장이란 바로 그렇게 나의 나다움을 긍정하고
그렇다고 그것을 좁은 골방처럼 만들어 자신만 두려하지 말고
넓은 광장처럼 스스로의 생각을 넓혀 그 안에 나 아닌 다른 이들 그리고
세계를 담아가는 가운데 이루어지는 것이라는 걸 이 책은 그저 자연스럽게
느끼게 한다.
위의 장면은 그러한 주제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만화지만 이야기도 그렇고 들려주는 말도 그렇고
그냥 쉽게 지나칠 수는 없는 것들이었다.
성장한다는 것에 대해 생각할 수 있고
아이들과 나눠볼 수 있게 만드는 책이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