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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혁명과 유럽의 근대화 ㅣ 세계 석학들이 뽑은 만화 세계대역사 50사건 22
곽정아 지음, 루나시티 그림, 손영운 기획 / 주니어김영사 / 2012년 2월
구판절판
지금 우리 사회가 하고 있는 모습의 근원을 따져 보자면
아무래도 계몽주의와 산업혁명이 될 것이다.
계몽주의는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민주주의 체제를 낳았고
산업혁명은 지금과 같은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낳았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그저 먼 과거의 남의 나라 일이라고만 할 수 없는
산업혁명에 대해서 나 자신 알고 싶기도 했고
또한 아이들에게 쉽게 그 이야기를 전해줄 수 있는 책을 찾던 차에
이렇게 '제대로 된 세계 대역사' 시리즈 중의 한 권으로 나온
'산업혁명과 유럽 근대화'를 보게 되었다.
보다시피 이 책은 만화로 되어있다.
산업혁명은 아무래도 먼 과거의 딴 나라에서
일어난 일이고 거기엔 과학 기술의 발달만은 아닌 계몽주의로 인한
사람들 의식의 변화와 그것이 가져다 준 정치 체제의 변화
그리고 중세의 농노제에서 공장식 산업제도로 변화까지 있으므로
아무래도 선뜻 다가가기엔 어려운 점 있다.
하지만 산업혁명이라는 것이
오늘날 우리 사회의 모습의 대부분을
이루고 있는 역사적 사건으로 꼭 알아둬야 할
사항임을 감안한다면 다가가기 어렵다고 해서
그대로 무시할 수도 없는 일이고 하니
이렇게 만화라면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고 해서
좋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만화니까
선택할 때도 쉽고 재밌게 하려고
적당히 넘어가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우려와는 달리 그러지 않았다.
쉬운 건 둘째치고
산업혁명에 대해 알아야 할 것들 역시
제대로 짚어주고 있었다.
나 역시 이 책을 통해 새로이 깨닫는 부분이 많았다.
한국의 학습만화가 이 정도 수준으로 발전했구나
하는 것을 새삼 느낀 기회이기도 했다.
책은 시간순으로 전개되는데
특이하게도 역사적 실존 인물이 만화의 캐릭터로 형상화되어
설명해주는 구성을 취하고 있다.
그래서 그 시대 어떤 유명한 위인들이 있었는지 덤으로 알 수 있기도 하다.
모두 10장에 걸쳐서 영국에서 어떻게 산업혁명이 일어나게 되었고
그것이 전 유럽을 어떻게 변화시켰으며 오늘날의 자본주의를 낳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것으로 야기되어진 문제점들은 무엇인지 조목조목 얘기해주고 있다.
특히나 만화가 끝나면 다음과 같이
좀 더 세부적인 사항들을 따로이 정리해주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찰스 디킨스의 소설에 나타난 산업혁명기의 생활상이
인상깊었다.
그림형제의 동화집을 읽었을 때도 느낀 것이지만
때로 문학은 그 시대의 모습에 대하여
역사가 전해주지 못하는 것까지 전해줄 수 있는
힘이 있는 것 같다.
그림형제 동화집에서도 썼지만
산업혁명이 좋은 결과만을 가져온 것은 아니었다.
환경의 파괴등 나쁜 결과도 많이 가져왔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중요한 부정적 문제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그저 수단과 도구의
관계로 전락해버렸다는 점이었다.
계몽주의는 모든 사람들이 하늘로 부터
삶의 권리를 인정받았다고 하여 모두가 평등하고 고귀한 존재임을
역설했지만 그 계몽주의가 가져온 산업혁명은 그 고귀한 인간들을
오로지 더 많은 이윤을 위해 더 값싸게 노동력만을 제공하는 게 전부인
도구나 수단으로 만들고 말았던 것이다.
그건 어른뿐만이 아니라 어린 아이들도 예외가 없었는데
책에서도 인용된
당시 이런 아동들의 비참한 삶을 노래한 윌리엄 블레이크의
'굴뚝 청소부'란 시는 그래서 참으로 가슴 아프게 다가왔다.
책을 통해 산업혁명이 처음부터 모두가 잘 살자고 전개된 것이 아니라
1차 그리고 2차 인클로저 운동이 땅을 경작하고 살던 사람들을
결국 도시로 내쫓아 공장 노동력이 되도록 만들었듯이
그렇게 오로지 가진 사람들이 더 많이 가지기 위해 노력하다보니
나타난 것임을 깨닫게 되었다.
과학과 기술이 아무리 발달해도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거나 포용하지 않으면
결국 가져오는 것은 당시의 어린 아이들의 비참한 삶 처럼
많은 이들의 고통인 것 같다.
산업혁명이 결국 비극적인 세계대전을 낳고 말았듯이
말이다. 이러한 타인을 수단화하지 않고 모두가
평등하게 같이 공존할 수 있도록 하면서
어떻게 산업혁명을 지속시킬 수 있을까
그것이 오늘 우리가 생각해봐야 할 점이 아닐까
생각되었다.
학습만화답게
마지막엔 이렇게 연표를 따로 두어서
읽어 본 산업혁명을 다시금 되새기게 하고 있다.
산업혁명은 개인적으로 학습만화로
하기엔 어려운 주제라고 생각했는데
만화로도 얼마든지 재밌게 하면서도
진지하게 그 내용을 담아낼 수 있다는 걸
깨달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