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된 소년 비룡소 걸작선 19
팜 무뇨스 라이언 지음, 피터 시스 그림, 송은주 옮김 / 비룡소 / 2012년 2월
평점 :
절판


 피터 시스의 그림이 정말 아름다와서 꼭 소장하고 싶은 책이었다. 350쪽 넘는 책이긴 하지만 글자 크기가 큰 편이고,곳곳에 피터 시스의 아름다운 그림이 들어 있어서 고학년어린이들이 읽기에 그렇게 힘든 책은 아니다. 그러니깐 너무 쪽수가 많다고 지레 겁먹지 않길 바란다.

 

이 책은 노벨 문학상 수상작가인 칠레의  거장 시인 파블로 네루다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쓴 책인데 굳이 말하자면 성장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다. 파블로 네루다는 나중에 어른이 되었을 때 군사 정권에 시로 맞서 항쟁하기도 하였고, 대통령 후보로 나오는 등 정치 활동도 열심히 하였다고 한다.  솔직히 나도 이 책을 읽기 전엔 파블로 네루다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했다. 책에 나온 어린 시절을 보면 그렇게 병약한 네프탈리가 어떻게 그런 신념을 가지고 군부에 대항할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지만 책을 끝까지 다 읽어 보면 네프탈리는 전형적인 외유내강의 인물로서 자신의 운명을 개척해 나가는 아주 의지가 강한 자임을 알게 된다. 그러니까 그렇게 병약하고, 가녀림에도 불구하고 폭군인 아버지에 맞서서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꿈을 이뤄 스스로 별이 된 것처럼 지금도 칠레인들 마음 속에서 커다란 별처럼 빛나고 있는 파블로 네루다의 어린 시절로 들어가 보자.

 

철도 노동자이면서 가족에겐 폭군이나 다름 없는 아버지, 마음은 착하지만 남편을 거역하지 못하는 힘 없는 새어머니, 성악가가 되고 싶었지만 아버지 때문에 그 꿈을 포기하고 기술을 배워야 하는 로돌포 형,순진하고 귀여운 여동생 로리타와 함께 미래의 꿈이 시인인 공상가 네프탈리가 살고 있다. 또래 친구들보다 병약하여 학교에 잘 나가지도 못하고, 침대에 누워 사물을 관찰하고, 제 눈에 신기한 것들을 수집하고, 낱말을 주어 담는 게 취미이자 특기인 네프탈리. 그런 네프탈리를 볼 때 마다 아버지는 입버릇처럼 "쓸모 없는 녀석"이라고 말한다. 어떻게 그렇게 폭군인 아버지 밑에서 그런 자녀들이 태어났는지.... 아버지는 그저 명령하고, 강요할 뿐 아내나 자식들의 말을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 아버지에게 가족이란 그저 자신의 대리만족을 채워줘야 할 존재일 뿐. 하지만 여리디 여린 새순 같은 네프탈리는 그런 아버지를 견딘다. 그게 참 대단하다. 불면 날아갈 것 같고, 아버지의 호통 한 번에 당장이라도 눈물이 뚝뚝 떨어질 것 같으면서도 네프탈리는 아버지의 그 모든 걸 묵묵히 참아 낸다.

 

아버지의 폭력적인 모습은 여름 휴가 때 극에 달한다. 여름 휴가 하면 낭만적이고, 즐거운 일들이 그득할 것 같지만 네프탈리와 로리타에겐 전혀 반대의 일이 기다리고 있다. 바로 아버지의 스파르타식 교육이었다. 수영을 전혀 배우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무작정 파도가 넘실대는 바다에 들어가서 알아서 수영을 하라는 것을 지겨볼 때는 진짜 아버지 맞나 싶을 정도로 분노가 일었다. 애들이 수영을 배우기도 전에 파도에 휩쓸려 죽을 수도 있는데 자신의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교육이라는 미명 하에 아이들을  절망과 위험에 빠뜨리는 아버지를 아버지라고 인정할 수 있나 싶었다.독재자나 다름 아닌 아버지 밑에서 그래도 네프탈리는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않는다. 더 건강하고 강인해 보였던 로돌프 형은 노래를 포기하고 아버지가 원하는 직업을 택하지만 병약하기 짝이 없는 네프탈리는 결코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않고 그 꿈을 이룬다. 이는 사람은 겉으로 보여지는 것으로 판단할 수 없음을 보여주는 예라고 보여진다. 비록 네프탈리가 아닌 "파블로 네루다"라는 이름으로 시를 발표하긴 하였지만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않고, 그 꿈을 이뤘다는 것이 정말 가치로운 게 아닌가 싶다.

 

읽으면서 내내 폭군같은 아버지 때문에 화가 났다. 하지만 그 아버지의 왜곡된 사랑을 견뎌 내고 결국은 자신의 꿈을 이루고, 주옥같은 시로 우리의 심금을 울려 주며, 꿈을 꾼다는 것이 얼마나 가치로운 일인지 몸소 알려 준 공상가 네프탈리, 위대한 칠레의 시인 파블로 네루다에게 늦었지만 감사의 말을 꼭 전하고 싶다.  

 

꿈 꾸는 자는 진정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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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2-04-26 19: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이 책 정말 좋았어요.
읽고 나서 며칠은 그 속에 잠긴 듯했어요.
파블로 네루다의 성장기를 보셨으니 스카르메타가 쓴 소설 '네루다의 우편배달부'를 보면 좋을거에요.
우편배달부는 아들을 낳아 '파블로 네프탈리~~~~~ '라고 이름을 짓지요.^^
http://blog.aladin.co.kr/714960143/2801277


수퍼남매맘 2012-04-25 14:57   좋아요 1 | URL
정말이에요. 며칠 동안 네프탈리가 머리에서 떠나질 않더라고요. 순오기님이 추천하신 책 접수합니다. 방금 님 서재에 다녀왔습니다. 영화 " 일 포스티노" 였군요. 이 영화 오래 전에 봤지만 정말 감동적이었거든요. 민음사 책 집에 많으니 한 번 찾아봐야겠어요. 꼭 챙겨서 읽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