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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헴! 아저씨와 에그! 아줌마
박미정 글.그림 / 계수나무 / 2011년 11월
평점 :
" 에헴" 아저씨와 " 에그" 아줌마는 제목에서부터 감탄사가 나오는 걸로 봐서 아주 재미있는 이야기일 거라는 기대감을 준다.
언제나 " 에헴" 거리며 빈둥대는 아저씨와 그런 아저씨를 보며 혼자서 온갖 일을 하면서 " 에그 " 한탄을 해대는 부인이 어느 날 내기를 한다. 바로 둘 중에 먼저 말을 거는 사람이 송아지를 돌보기로 한 것이다.
그렇게 시작된 내기. 아줌마는 빈둥대는 남편을 보면 울화통이 터져서 자신이 먼저 말을 걸 것 같아 아예 마실을 나가고, 혼자 남은 남편은 거지가 찾아와서 말을 걸자 부인이 수를 쓰는 줄 알고 전혀 말을 하지 않는다. 거지는 " 웬 떡이냐?" 하며 부엌에 가서 음식을 다 먹어 치우고, 다음에는 이발사가 와서 아저씨의 머리를 싹둑싹둑 자른다. 그래도 역시나 부인이 수를 쓴다고 생각한 아저씨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이어서 방물장수 노파가 나타나서 아저씨가 여자인 줄 알고 온갖 분칠을 해 대고.....마지막 도둑까지 아저씨에게 말을 걸어도 요지부동인 아저씨. " 아저씨, 그만 정신 차리세요. 도둑이 다 훔쳐가요." 도둑이 보물을 다 훔쳐가도 여전히 아줌마가 변장한 것이라고 생각한 아저씨는 꼼짝도 하지 않는다. 저런 저런!!!
한편, 친구 집에 놀러간 아줌마는 자기 집 송아지가 대문을 박차고 뛰쳐 나가는 걸 보고 송아지를 붙잡아 집으로 돌아온다. 그런데 집안은 아수라장이 되어 있고, 남편은 귀신처럼 분장을 하고 있고, 도대체 그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그 난리가 났는데도 아저씨는 아저씨를 걸쳐간 거지, 이발사, 방물장수 등이 아줌마였다고 말하고. 이를 본 아줌마는 기가 막히고, 코가 막혀서 도둑을 찾아 나선다. 생활력 강한 아줌마는 과연 도둑을 찾아 보물을 되찾아 올 수 있을까? 일생의 도움이 안 되는 남편의 못된 습관을 이 일을 계기로 고칠 수 있을까?
페르시아 민담이 무지 재미있어서 우리 나라 옛이야기로 각색하였다는 작가의 말에 페르시아가 한결 친근하게 느껴진다. 요즘은 많이 달라지긴 하였지만 남편들은 손 하나 까딱 안 하고, 부인들만 죽어라 일 하던 시절이 우리에게도 분명 있었으니- 아니 아직도 이렇게 부인만 열심히 집안 일을 하는 곳도 많다고 한다-그런 시대를 지내 온 여성들이 이 책을 보면 속이 조금 시원해질 수도 있겠다. 방물 장수 할머니가 여잔 줄 오해하고, 남편에게 덕지덕지 분칠을 해 놓은 모습은 개그 콘서트 " 감수성"의 오랑캐를 연상시켜서 웃음이 키득키득 나왔다. 집안을 거덜낸 남편과 도둑을 찾아 나선 용감한 아줌마의 티격태격 싸우는 이야기가 재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