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년 이솝우화 나는 1학년 2
이솝 지음, 마술연필 엮음, 김미은 외 그림 / 보물창고 / 2012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솝" 이란 작가가 기원전 6세기경에 살았고, 그의 신분이 바로 노예였다는 걸 아는 어린이들이 몇 명이나 될까? 부끄럽게도 나 자신도 이솝의 출신에 대해 잘 몰랐다. 그런데 그의 출신을 알고 나서 보니 이 우화들이 새삼 다르게 느껴졌다. "기원전" 이란 시대도 그렇거니와 그가 노예의 신분으로서 이런 이야기들을 만들었다는 것 자체가 나에겐 충격이었다. 이솝이 뛰어난 이야기 솜씨와 지혜 덕분에 노예 신분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는 것은 꿈을 꾼다는 것이, 즉 상상력과 창의력이 얼마나 위대한 것인지 반증해 주는 결과라고 본다. 따라서 이솝이 기원전 6세기에 만들어낸 이 우화들이 오늘에서도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고, 볼 때 마다 감동을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빨간 머리 앤이, 소공녀 사라가 자신의 처한 상황을 절망 속에서 보내지 않고, 무한 상상력으로 이야기를 지어 내고, 주변인들에게 들려 주었던 것처럼 이솝도 노예라는 절망을 딛고, 그 속에서 이렇게 아름답고 훌륭한 이야기들을 만들어냈다는 것은 현재를 살아가는 어린이들에게 자극제가 될만한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1학년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이솝의 우화들만 골라 모았다. 모두 16작품이 실려 있는데 어디선가 한 번은 들어봄직한 이야기들로 엮어져 있다. 한 편의 이야기가 끝나면 정리 차원에서 "교훈과 풀이말"이 실려 있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왜 굳이 들어가야 할까? 하는 의구심이 생겼다. 왜냐하면 아이들 스스로 느끼면 되지 않나 싶어서 말이다. 뭔가 정형화된 교훈을 정리해 놓으면 아이들 스스로 사고하는 힘이 생기지 않을 것 같은 우려가 생겼다. 하지만 1학년 아이들을 대상으로 써 진 책이므로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바른생활 시간에 한 편씩 읽어주고 같이 생각해 보면 딱이겠다 싶다.

 

16편의 우화 중에서 가장 내 맘을 사로잡은 것은 바로 <여우와 신 포도>이야기였다. 이 우화는 개정되기 전 국어 교과서에 실려 있던 우화인데 지금도 실려 있는지 모르겠다. 아마 2학년 교과서였던 걸로 기억한다.  내용은 배가 몹시 고픈 여우가 우연히 포도밭을 발견하고 몰래 들어가서, 포도를 따 먹으려고 갖은 노력을 해 보지만 딸 수 없다는 걸 확인하고, 포기하고 나서는 

 

 

" 저 포도를 땄어도 먹지 못했을 거야. 아직 다 익지 않아 너무 시었을 거야. "

 

하며 혼자 중얼거렸다는 것이다.

 

이야기 뒤에 실린 교훈은 바로 " 내가 얻을 수 없는 것을 무시하는 건 쉽다." 라고 되어 있다.

풀이말에는 " 불가능해 보인다고 노력도 하지 않고 뭐든 쉽게 포기하는 건 옳지 않아요. 그리고 자신이 포기했다고 해서 그 가치를 함부로 깎아내리는 것도 좋지 않은 태도랍니다. " 라고 설명해 주고 있다.

 

나를 비롯해서 사람들은 여우와 같은 태도를 자주 취한다. 바로 "자기 합리화"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이 노력해도 안 되는 것에 대해서 깎아내리고, 비하하고, 어떤 경우에는 아예 노력조차 하지 않고 가치를 평가절하하곤 한다. 그런 것에 대해 이 이야기는 정곡을 찔러 주고 있다. 반 아이 중에서도 가끔 여우와 같은 태도를 취하는 아이들을 간혹 보게 된다. 그런 아이들을 보면 정말 안타깝기 그지 없다.  그 아이들에게 나의 잔소리 100마디 보다 이솝의 한 편의 우화가 마음을 움직일 수 있겠지 하는 희망을 가져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