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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씻는 날 ㅣ 학고재 대대손손 5
이영서 글, 전미화 그림 / 학고재 / 2011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예전에 e지식채널에서 책만 보는 바보 김득신에 대한 다큐를 본 적이 있었다. 양반의 자식으로 태어났음에도 불구하고 10살이 되어서야 겨우 천자문을 배우기 시작하였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워도 외워도 외우질 못해 주변인들에게 공부를 포기하라는 소리까지 들었던 김득신은 같은 책을 10만 번 이상 보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아 59세가 되어 과거에 급제하고, 그 후 시인으로 후대에 좋은 시를 남긴 걸로 유명하다.
이 그림책은 김득신의 어릴 적 이야기에 작가의 상상력을 더해 책씻이(챡거리)라는 풍습과 함께 10만 번 이상 노력하는 몽담이의 절대 포기하지 않는 끈기와 노력을 엿보게 하고, 몽담이의 우매함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면서도 몽담에게 아낌없는 신뢰와 격려를 주는 아버지와 훈장님의 가르침을 통해 가르치는 자의 역할에 대해서도 상기하게 만드는 감동적인 그림책이었다.
학습자는 몽담이의 입장에서,교육자는 아버지와 훈장의 입장에서 이렇게 몽담이처럼 우매한 자로 태어나거나 그런 아이를 만났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림책은 그 해법을 제시해 준다.
겉표지 장면에 몽담이가 '無'자를 들고 아주 수줍게 웃고 있는 모습이 있다. 책을 달달 외워야 책씻이를 하고 훈장님으로부터 성적표를 받아 한바탕 잔치를 하는데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던 몽담이가 과연 책씻이를 한 것일까?
김득신의 이야기는 두고 두고 곱씹어 봐도 마음 깊은 곳을 떨리게 한다. 그의 묘비에 새겨진 그의 글은 우리에게 희망을 준다.
재주가 남보다 못하다고 해서 스스로 한계를 짓지 마라.
나보다 둔한 사람도 없겠지만 결국에는 이룸이 있었다.
그러니 힘쓰는 데 달려 있을 따름이다. (김득신의 묘비에 새겨진 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