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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슐 마녀의 수리수리 약국 - 제1회 비룡소 문학상 수상작 ㅣ 난 책읽기가 좋아
김소민 지음, 소윤경 그림 / 비룡소 / 2012년 2월
평점 :
아주 오래 전 봤던 영화 중에 남녀의 몸이 바뀌는 영화 <스위치>가 있었다. 그리고 작년에 히트를 했던 드라마 <시크릿 가든>에서도 주인공 남녀의 영혼이 바뀌었었지.두 영혼이 바뀌는 소재는 그런 면에서 어쩌면 진부한 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항상 남의 몸에 들어가 살아 보는 이야기는 호기심을 자극하곤 한다.
이번에는 아들과 아빠의 영혼이 바뀌는 내용이다. 동동이는 어느 날, 자신의 아빠가 운영하는 약국에서 이상한 마녀를 만나 영혼이 바뀌는 캡슐 2개를 얻는다. 평소에 여동생 묘묘보다 작고, 약해서 불만이었던 동동이는 약 하나는 자신이 먹고, 나머지 하나는 묘묘를 먹이게 해서 내일 대련에서 묘묘를 멋지게 해치울 생각이었다. 하지만 동동이의 계획과는 달리 나머지 캡슐이 들어간 크림빵을 아빠가 먹는 바람에 동동이는 묘묘가 아닌 아빠와 영혼이 바뀌고 만다. 이럴 수가!!!
동동이는 아빠가 되고, 아빠는 동동이가 된 상태로 설상가상, 아빠의 소개팅에 나가게 된 동동이는 어린이답게 행동하는 바람에 상대편 여자에게 커다란 상처를 주게 되고, 자신의 언행 때문에 아빠의 연애 사업이 물거품이 될 뻔하자 "사랑은 걱정하는 마음"이라는 아빠의 말에 힘을 얻어 상대편 여자에게 진심을 담은 편지를 보내게 된다. 민숙자씨는 과연 동동이 아니 아빠의 사과를 받아들일까?
언제나 그렇듯이 영혼이 바뀐 두 대상은 그동안 상대에 대해서 몰랐던 부분들을 영혼이 바뀜으로 인하여 알게 되고, 이해하게 되고, 그로 인하여 한 뼘 성장한다. 동동이도 마찬가지이다. 엄마가 돌아가신 지 7년이나 지나도록 재혼을 안 하신 아빠의 외로움을 이해하게 되고, 부모님이 주고 받았던 연애 편지를 통해 사랑이란 감정에 대해서도 어렴풋이 느끼게 되고, 아빠의 재혼을 성사시키기 위해 소개팅한 민숙자 아줌마게에 걱정하는 마음을 그득 담아 편지를 쓰게 된다. 영혼이 바뀐 며칠 동안 동동이는 아빠의 외로움과 아빠가 혼자서 자식 둘을 키우는 것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조금이나마 느끼지 않았을까 싶다. 동동이가 성장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우리에게도 가끔은 그런 신기한 캡슐약이 있어서 미운 사람, 이해 안 가는 사람, 원수 같은 사람, 처지가 반대인 사람의 영혼과 맞바꿔 하루라도 살아볼 수 있다면 이 세상의 모든 분쟁들이 많이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역지사지"라는 말이 달리 생겼겠는가! 평소에도 수리수리 약국에서 제조된 캡슐약을 먹은 것처럼 상대방의 마음과 처지를 이해하고 행동한다면 지금보다 한층 더 따뜻한 세상이 될 거라고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