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꼭지연 전통문화 그림책 솔거나라
최재숙 글, 김홍모 그림 / 보림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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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헤야 디야~ 바람 분다 연을 날려 보자~" 국민 동요까지는 아니더라도 이 동요 좋아하는 분들 많을 듯하다. 겨울에 빼 놓을 수 없는 놀이, 연 날리기를 소재로 한 동화책이 전통문화 그림책으로 유명한 솔거나라에서 출간되었다.  저 아랫지방에서부터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리고 있어서 지금은 연 날리는 아이들을 구경하기가 어렵지만 해마다 겨울이면 그리고 설날이면 빼놓을 수없는 게 바로 연 날리기 놀이이다. 전통 민속 놀이 중의 하나이고, 다른 민속놀이에 비해 지금도 즐겨 하는 편이라서 알아 두면 좋을 듯하다.  지난 설날에 교회 어린이부 예배에 수퍼남매와 함께 들어갔다가 우연히 큰 연을 날려 보았는데 실 끝에 전해지는 그 팽팽한 느낌이 정말 재밌었던 기억이 난다. 여기 부모님과 헤어져 사는 외로운 아이 현이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덧 연 박사가 되어 있을 것이다.

 

현이의 표정을 잠깐 보자.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 같기도 하고, 조금 쓸쓸해 보이기도 하다. 부모님이 생업에 바쁘셔서 현이를 잘 돌봐 주지 못해, 현이는 시골에 내려와 할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다. 현이는 떨어져 사는 엄마를 이제나 저제나 하며 기다리고 있다. 그런 현이를 보고 할아버지는 함께 연을 만들어 보자고 제안을 하신다. 현이? 연 ? 비슷하네!

 

할아버지가 현이를 데리고 간 곳은 넓은 대나무 숲. 엄마를 기다리느라 지친 현이의 표정과는 달리, 할아버지는 뭐가 그리 좋으신지  연 만들 때 쓸 대나무를 자르시면서도 마냥 싱글벙글이시다. 나 어릴 때는 창호지에 댓살을 발라서 연을 만들었는데 요즘에 아이들이 주로 날리는 것은 비닐 연이 많다. 비닐 연도 나름 잘 날기는 하지만 운치는 없어 보인다. 연 만들기가 생각처럼 잘 되지 않았던 경험이 있다. 어른이 되어서도 마찬가지여서 아이들이 연을 만들어 달라고 하면 솔직히 자신이 없다. 만들기도 쉽지 않을 뿐더러, 하늘 높이 날리는 것도 만만치 않았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이 그림책을 더 꼼꼼하게 봤다. 어떻게 하면 연을 잘 만들고, 잘 날릴지 비법을 배우려고 말이다.

 

방에 들어온 할아버지와 현이는 본격적으로 연을 만들기 시작한다. 창호지에 방구멍을 내고 거기에 쏙 얼굴을 집어 넣는 현이의 표정이 어느새 밝아졌다. 아 !방패연을 만들려나 보다. 방안 여기저기에 신기한 연들이 많은 걸로 봐 할아버지는 연을 만드시는 분이신가 보다.

 

 

창구멍을 냈으니 이제 연 꼭지에 무슨 그림을 그릴지 정해야지. 꼭지가 어디냐고 하면 바로 창구멍 위에 있는 것으로 꼭지연의 이름을 결정해 주는 부분이란다.할아버지의 설명에 현이는 " 엄마꼭지연"을 만들겠다고 한다. 꼭지 부분에 그리운 엄마의 얼굴을 그린 현이. 점점 표정이 환해지고 있네. 그 다음에 치마를 만들어야지. 치마가 어디냐구?

 

치마는 창구멍 아랫부분을 말한다. 현이는 치마 부분에 알록달록 무지개를 그린다고 한다. 무지개 치마를 입은 엄마꼭지연이  되겠구나! 현이의 뒷모습을 보여 주며, 아름다운 무지개를 부각시킨 이 장면이 눈길을 확 끌었다. 엄마를 그리워하는 하는 마음만큼이나 현이의 행복을 염원하는 마음이 느껴진다. 이 책에서는 보기 드물게 크레파스가 들어간 부분이기도 하다.

 

자, 그럼 다 됐나? 아니지. 댓살을 붙여야지. 아까 잘라온 대나무를 얇게 해서 댓살을 붙여야지. 현이는 연을 만들면서 연이 언제부터 생겨났는지 자연스레 궁금해졌다. 연박사 할아버지는 현이에게 연은 사람이 새처럼 날고 싶은 마음에서 생겨난 거라는 것과 중국에서 가장 먼저 연을 만들었고, 우리 나라는 신라 시대 김유신 장군이 연을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해 주신다. 연도 만들고 연에 대한 역사도 공부하고, 일석 이조네! 연을 한 번이라도 날려 본 사람은 알겠지만 연이 높이 날 때 연과 내가 하나가 되어 마치 새처럼 훨훨 나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래서 아주 먼 옛날 사람들도 그렇게 하늘을 마음껏 날고 싶어서 연을 만들었나 보다.

 

 

할아버지와 현이가 열심히 연줄에 개미를 먹이고 있을 때 옆 쪽에흑백의 사람들이 보인다. 여기서 개미란 기어 다니는 곤충 개미가 아니라 연줄이 끊어지지 않게 연줄에 칠하는 것을 말한다.  혹시 유령?  자세히 보면 임금님도 보이는데  연을 중흥시킨 바로 영조 임금이란다. 이렇게 이 그림책은 현실의 인물과 과거의 인물을 한 화면에 보여 주고 있다. 하지만 대조적으로 할아버지와 현이만 채색을 하고, 나머지 과거의 인물들은 먹물 그대로 표현하고 있다. 그 점이 독특하다.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민속 놀이 연 날리기는 시대를 통틀어 우리 나라 사람들이 즐겨 하는 대표적인 놀이임을 상징하는 그림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이 후로도 이런 합성 사진 같은 그림들이 여러 장 나온다.

 

연실이 잘 끊어지지 않게 개미도 먹였겠다 이제 바람 부는 들판에 나가 날려 볼 거나? 할아버지가 일러주신 대로 얼레를 잡고 이리 저리 연을 날리는 현이. 정성스럽게 만든 엄마꼭지연을 하늘 높이 날려 본다. " 엄마, 보고 싶어요. 빨리 오세요." 그런 현이의 마음을 알았는지 몰랐는지 현이의 연줄이 끊어지고 만다. 훨훨 날아 현이 엄마에게 가고 싶었나 보다. 현이가 보고 싶어한다는 소식을 빨리 전해 주러 말이다. 애 쓰고 만든 연이 끊어져 속상할 텐데 현이는 울지 않는다. 씩씩한 현이가 그토록 그리워하는 엄마가 현이가 만든 엄마꼭지연을 보고 빨리 만나러 왔음 좋겠다.

 

부모와 떨어져 할아버지와 단둘이 살아가는 현이의 이야기를 통해 연의 유래,역사, 재료, 만드는 방법, 놀이 방법 등을 알차게 배웠다. 또 이런 일련의 과정을 직접 경험하면서 초반부와는 달리 후반부에 가서 좀 더 씩씩해진 현이를 발견할 수 있다. 후반부에 연줄이 끓어져서 연이 날아가는데도 실망하지 않고, 울지 않으며 오히려 희망을 말하는 현이의 모습이 그걸 말해준다. 그런 의미에서 연은 한 마디로 " 희망 "을 상징하는 놀이처럼 보인다. 인간이 새처럼 날고 싶다는 희망에서 시작된 연, 자신의 희망을 연 꼭지에 그리는 행위, 희망을 담아 높이 높이 날려 보내는 모습들이 연 자체가 바로 희망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 조상들은 연을 날린 게 아니라 자신의 간절한 희망을 연에 담아 하늘에 보낸 것이다.

 

추운 겨울 날, 차가운 바람 때문에 볼이 빨개지는 데도 불구하고, 마냥 신 나게 했던 놀이, 바로 연 날리기! 아쉽게도 책이 조금 늦게 나오는 바람에 한 계절이 늦어졌지만 돌아오는 겨울에는 한층 자신 있게 연도 만들고, 날릴 수도 있을 것 같다. " 하늘 높이 날아라~ 내 맘 마저 날아라~ 고운 꿈을 싣고 날아라~ "라는 노래 가사처럼 연에는 꿈과 희망이 담겨 있어 지금까지도 모든 이들이 즐겨 하는 놀이가 된 것 같고 그래서 앞으로도 오래도록 이 놀이는 전승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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