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가 종업식이었다.

1학년 아이들은 종업식이란 말이 생소하여 자꾸 졸업식이 아니냐며 물어온다.

1교시만 하고 졸업식 때문에 빨리 하교할 줄 알았다가

2교시까지 한다고 하여

갑자기 1시간을 뭐하나 당황하였다.

통지표도 나눠 주고, 2학년 반도 확인해 주고, 한 명씩 안아 주기도 하였다.

마지막 말도 어제 미리 다 했고....

뭐 한담?

그래 마지막으로 책이나 한 권 더 읽어 주자.

그래서 고른 책은 <고녀석 맛있겠다> 였다.

 

 

일단 공룡이 나오니 남자 아이들이 눈이 번쩍, 귀가 쫑긋!!

마지막이니 더 심혈을 기울여서 성대모사도 하면서 책을 읽어주었다.

아이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전혀 다른 유전인자를 타고난 육식공룡과 초식공룡이 우연히 만나 부자의 연을 맺고 알콩달콩 사는 이야기이다.

마지막에 눈물을 머금고 고녀석 맛있겠다를 떠나 보내는 티라노사우루스의 마음이

바로 나의 마음을 대변해 주는 듯하여 한순간 찡했다.

우연히 고른 책이었는데

마지막날에 딱 어울리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까지가 나의 역할이다.

이제 아이들은 조금 더 넓은 세계로 한 걸음 나아갈 것이다.

 

 

 

 

 

마지막 날에도 책을 읽어주는 선생님과 헤어지는 데도

눈물 한 방울도 흘리지 않는 아이들 때문에 쬐끔 서운했지만

한편으론 그러니깐 아직 아그들이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방학식 때는 우는 아이들도 있더니....)

정작 서운한 것은 그래도 담임이 전근가는데 지금 학부모가 한 분도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몇 번 전근을 하는데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보통은 삼삼오오 오셔서 담임에게<수고하셨어요. 고맙습니다. >라고 말하고 아이들 데리고 가시는데 말이다.

정말 삭막한 세상이다.

오히려 예전 학부모님들이 한 분 두 분 오셔서 인사도 하시고, 서운하다며 눈물도 흘려 주시고,  

문자와 카카오톡을 보내 주셔서 그나마 서운한 마음을 달래 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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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16 23:5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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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23 03:1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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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26 16:4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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