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구일까? 열두 살 슬기의 철학놀이 1
손석춘 지음, 정민아 그림 / 느림보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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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구일까?" 책 제목에서부터 철학적 향기가 풍겨 나온다.

"철학" 하면 일단 머리가 아프고, 말장난 같기도 하고, 비실용적인 듯하여 삶에서 잊혀지기 쉬운데 이 철학 동화 시리즈는 철학 이란 기초 학문을 아주 쉽게 접근하고 있어서 좋았다. 아직도 "철학"하고 친하게 지내지는 않지만 철학이 모든 학문의 근본이고, 곧 인간의 존립의 이유란 것에는 동의한다.  나 어릴 적에 이렇게 생활에서부터 철학을 쉽게 설명해 주는 슬기 삼촌 같은 분이 내 옆에도 있었다면 철학과 친해질 수 있었을텐데 라는 아쉬움이 있다.

 

그러니 지금의 어린이들은 얼마나 행복한가? 이렇게 철학을 쉽게 설명해 주는 동화책이 나와 있으니 말이다. 이 시리즈 말고도 다른 출판사에서도 철학 동화들이 많이 나온 걸로 알고 있다. 다른 책들은 많이 읽어 보지 못해서 뭐라 말할 것은 없고, 이 책은 일단 쉽고, 재미있다. 어른인 나도 "철학" 하면 머리부터 무거워지는데 일단 아이들에게 철학이 머리 아프고, 지루하면 안 되니깐 그 점에서 합격이다.

 

삼촌이 초5인 조카 슬기에게 철학에 대해 이야기 형식으로 들려 주고 있어서 독서력이 있는 저학년 어린이들도 차근차근 곱씹으며 읽으면 충분히 소화할 만한 내용이다. 가장 먼저 철학이란 것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바로 생활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요즘 어린이나 어른이나 마찬가지로 생각하는 것을 귀찮아하고, 힘들어 하는 경향이 있는데 인간이 지금까지 존재하고, 만물의 영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생각하는 힘"에서 출발하였음을 확인시켜 준다. 침팬지와 인간의 유전자가 98.6% 일치하는데 나머지 1.4%차이  때문에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 될 수 있었고 그건 바로 생각하는 힘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삼촌은 말해 준다. 그런데 요즘 들어 어린이들은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잃어가고 있다. TV, 컴퓨터, 휴대폰 등등으로 인하여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그 힘이 약해지고 있다. 철학은 바로 생각하는 힘을 길러 주는 씨앗이다. 그 씨앗은 저절로 싹을 틔울 수가 없다. 물도 주고, 햇빛도 알맞아야 하며, 영양분도 있어야 한다.  싹을 틔우는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독서라고 작가는 말한다. 나도100% 동감한다.

 

철학의 기본 명제인 " 나는 누구인가?" 로부터 출발한 여행은 다른 맹수들에 비해 취약한 신체 구조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다스리는 존재가 될 수 있었던 인간만이 가진 힘, 바로 " 생각하는 힘" 설명해 주며, 더 나아가 나 또한 그런 귀중한 존재로 이 세상에 존재함을 깨닫게 해 준다. "나"의 탄생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신비하고 경이롭기까지 하다. 무려 3억개의 정자 중에서 단 하나의 정자와 난자가 만나 탄생한 "새로운 인간"이 바로 " 나 "임을 자각한 순간, 나의 존엄성 및 타인의 존엄성을 깨닫게 될 것이다. 이 깨달음이야말로 자존감을 회복시켜 주고, 타인에 대한 존중감을 길러 줄 것이다. 내가 소중한만큼 남도 소중하다는 가장 기본적인 진리를 어린이들 스스로 알고 있다면 학교 폭력은 상당수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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