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으로 볼 수 없는 지도 높새바람 27
정승희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1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뜻하지 않은 귀한 책을 보게 되었다. 이 책은 일곱 가지 이야기들을 펼쳐 놓고 있다. 꿀꺽 하고 삼키기에는 이야기들이 그렇게 가볍지 않다. 단맛 보다는 쓴맛이 많이 나는 그런 책이다. 그렇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끝까지 읽다 보면 나 말고 다른 이들도 이런 고통 속에서 살고 있구나! 하며 위안을 얻게 될 지도 모르겠다. 그들에게서 얻은 위안은 내가 처해 있는 슬픔이나 고통을 견뎌낼 힘을 주지 않을까 싶다.

 

이야기의 주인공인 아이들은 저마다 상처를 가지고 있다.  갑자기 집안이 가난해져 신문조차 끊는 바람에 신문 가져 오라는 숙제를 하지 못해 절절 매는 아이, 교통사고로 인하여 부모님을 잃고 할아버지와 단둘이 살며 그림 지도를 그리는 아이, 교통사고로 인하여 죽음의 강을 건넌 후 이제는 아이를 진정으로 기다리는 부부에게 환생하려고 기다리는 아이, 구닥다리 휴대폰을 가졌다고 놀림을 당하던 차에 우연히 신식 휴대폰을 습득하고 마음의 갈등을 느끼는 아이, 늦둥이 동생의 탄생으로 인하여 관심 밖으로 물러나서 엄마도 갓 태어난 아이도 다 미운 상태로 혼자 외로움을 느끼는 아이, 임대 아파트에 산다고 무시를 당하여 자신들을 무시하고 욕을 한 아이에게 복수하고자 현관문에 낙서를 하고 전전긍긍하는 아이, 일곱 살에 미아가 된 형 때문에 매해 형이 사라진 날에 형을 찾아 사라진 장소를 배회하는 아이.

 

일곱 아이들의 삶을 들여다 보니 아이들의 삶도 어른과 마찬가지로 녹록해 보이지 않는다.  엄마의 자궁 밖으로 나오는 태아도 그 순간 만큼은 자신의 생명을 담보로 하여 사투를 벌이는 것이라고 하니 이 세상의 어느 인생이 쉽다고 할 수 있겠는가! 저마다 깊은 상처를 가진 아이들은 각자의 방식 대로 그 문제들과 부딪히며 살아 가고 있다.  어떤 아이는 자신 보다 더 가난한 할아버지를 위하여 폐지를 양보하기도 하고, 어떤 아이는 자신을 놀린 아이를 향해 복수를 하기도 한다. 때로는 슬프고, 때로는 불안하고, 때로는 억울하고, 때로는 힘들지만 그들의 공통점은 힘든 상황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삶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자신에게 닥친 고통을 상대로 때로는 묵묵하게 때로는 용감하게 맞서 싸우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참 대견하다는 생각이 든다. 다섯째 번 이야기 <소금 기둥>에서 "아들 아들" 바라시는 할머니 때문에 40이 넘어 늦둥이를 생산한 엄마가 또 딸을 낳는 바람에 할머니에 구박을 받을 때 엄마 대신 수지가 할머니에게 당당하게 맞서는 장면을 읽을 때는 내가 속이 시원하였다.  <소금 기둥>에서 죽염이 탄생되는 과정을  우리 인생과 연결 짓는 부분이 가슴에 와닿는다.  죽염처럼 우리네 인생도 그렇게 힘든 과정을 거쳐 "겉은 다 타버렸지만 꿋꿋하게 남아 있는 알맹이. 보랏빛 소금 기둥"이  된다는 말은 지금 힘든 상황에 처해 있는 어린이에게도, 어른에게도 적지 않은 위로가 될 법하다.

 

어제 <세상에 이런 일이>를 봤는데 40대에 뇌경색을 앓아 반신불수가 되신 아저씨가 8년을 하루도 쉬지 않고 성하지 않은 몸으로 속리산 등산을 하는 것이었다. 3000번 등산을 목표로 세우고 몇 번을 넘어져도 다시 일어서서 등산을 완수하시는 것을 보고 정말 의지가 대단하신 분이구나! 생각했다. 인생을 살다 보면 크고 작은 고난을 만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어린이도 예외일 수는 없다. 그럴 때 힘들다고 주저앉아 버리지 말고 조금만 용기를 내고, 끈기와 인내심을 가지고 그 고통을 견디면 멋진 보랏빛 소금 기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잊지 않도록 하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