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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학년 2반 오마리 외교관 되다 ㅣ 직업체험동화 1
김유리 지음, 송진욱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11년 12월
평점 :
오늘 개학을 하였다. 하지만 2주 정도 공부를 하고 나면 종업식을 하게 된다. 그러면 아이들은 이제 한 학년 진급을 하게 되고, 새 담임과 새 친구들을 만나게 된다. 새로운 만남에서 반드시 거치는 절차가 바로 자기 소개인데 빠지지 않는 항목이 바로 " 나의 꿈"을 이야기 하는 것이다. 꿈은 직업이라고도 표현할 수 있는데 미래에 자신이 어떤 직업을 가지고 싶은지 말하는 것은 어찌 보면 막연할 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아무런 꿈이 없는 것보단 어릴 때부터 자신이 무슨 일을 좋아하는지 생각해 보고, 그 꿈 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나 싶다. 아주 간혹 가다 " 꿈이 없어요" 라고 말하는 아이들이 있긴 하지만 요즘 아이들이 다 야무져서 일학년 아이들에게 물어 봐도 자신의 꿈을 정확하게 말한다. 꿈이 바뀌어도 상관 없다. 나도 어려서부터 교사가 꿈이지는 않았다. 어른들 중에서도 다른 직업으로 전환하는 경우가 얼마든지 있으니 여러 번 바뀐다고 해서 이상하 게 전혀 없다.
다만 안타까운 것은 어린이들이 입에서 나오는 꿈의 종류가 거의 비슷하다는 것과 꿈도 유행을 탄다는 점이다. 월드컵 열기가 뜨거울 때는 축구선수가 되겠다는 아이가 여럿 나오고, 해리포터 책이 처음 나왔을 때는 마법사가 된다는 아이가 여럿 있었다. 요즘은 가장 많이 나오는 게 연예인이 아닌가 싶다. 아이들의 꿈을 하나하나 듣고 있노라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 없이 부모에 의해 세뇌된 흔적이 보일 때가 있다. 자신의 재능과 관심과는 별개로 소위 잘 나가는 직업들을 말하는 걸 볼 때면 안타까운 생각이 들곤 한다. 어제 신문에서도 어떤 학부모가 자녀의 초등학교 졸업식에 가 보니 어떤 영상물을 보여 주는데 7할 정도의 아이들이 의사가 되어 돈 많이 벌어 편하게 살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는 걸 보고 적잖이 놀랐다는 기사를 봤다. 누가 우리 어린이들을 이렇게 만들었는가? 바로 돈돈돈 하는 어른들 때문이 아니겠는가? 부디 어린이들이 자신이 원하는 꿈을 꾸고, 그 꿈을 향해서 열심히 나아가길 바란다. 무엇보다 꿈을 설정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으며 , 그 일을 하면서 행복할 수 있는 일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오마리" 라는 5학년 아이가 세 개의 직업을 체험해 보는 형식으로 이야기가 꾸며져 있다. 다른 출판사에서 나오는 일과 사람 시리즈에서는 그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다큐멘터리처럼 밀착 취재하여 그 분들이 하는 일들을 소상하게 설명해주는 반면, 이 책은 오마리라는 어린이가 꿈 이라는 가상 현실에서 그 직업인이 되어 자신이 직접 체험하면서 겪게 되는 에피소드들로 꾸며져 있다. 두 책의 표현 방식은 다르지만 둘 다 다양한 직업들에 대해 미리 조망해 보면서 어린이들에게 다양한 정보를 제공해 주고 있어서 진로 교육 차원에 있어서 아주 좋은 자료라고 생각한다.
5학년 2반 오마리는 자신과 같은 반에 있는 다문화 가정의 아이 알리가 친구들에게 폭력을 당하는 것을 목격하고, 알리를 구해 준다. 알리의 집에 가게 된 마리는 알리가 태어난 "오만" 이라는 나라에 대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듣게 되고, 알리로부터 오만에서 가져온 예쁜 주전자를 선물로 받는다. 그 날 밤, 알리가 준 주전자를 문지르자 놀랍게도 오마리는 그 순간, 오만으로 파견된 우리나라 외교관이 되어 있다. 외교관과 비서로서 조우한 마리와 알리는 오만과 대한민국과의 협력 관계를 증진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다음 직업 체험지는 전쟁이 끊이지 않는 소말리아로, 오마리는 국제기구종사자가 되어 위험에 처한 사람들을 구해 주고, 소말리아의 재건을 위해 프로젝트를 짜기도 한다. 자신과는 다른 처지에서 목숨이 위태롭게 살고 있는 사람들을 목격하면서 마리는 점점 성장한다. 여기서 마리는 그들을 동정하고, 무작정 물질적으로 지원해 주는 것이 그들을 돕는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의지를 일깨워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단 걸 깨닫게 된다.
마지막 마리가 간 곳은 다이아몬드가 많이 묻혀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가난한 나라 "시에라리온"으로 이 곳에서 마리는 NGO로 활동한다. 요즘 뉴스에 NGO활동이 가끔 소개되어 어린이들도 NGO에 대해 들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마리의 말처럼 다이아몬드가 많이 묻혀 있는데도 가난하게 사는 게 정말 이해가 안 가지만. 그게 바로 거짓말 같은 이야기였다. 이 마지막 에피소드를 읽을 때는 저 밑바닥에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어린이들이 학교에서 공부하기 보다 총칼을 들고 싸울 수 밖에 없는 나라. 어린이들은 꿈 조차 꾸지 못하고, 배우려는 생각조차 해 보지 못하며 자신의 목숨을 연명하기 위해 스스로 총칼을 짊어지고 전쟁터로 향한다. 소년병들이 도망가기 못하도록 그들의 손과 발목을 잘라버리는 극악무도한 사람들의 행태를 읽을 때는 마음이 진정되지 못했다. 마리는 이런 곳에서 아이들이 배움의 꿈을 키우도록 학교를 짓고, 그 어린이들에게 총칼 대신 연필을 쥐어 주려고 노력하였다. 마리가 한 소년병을 학교에 오라고 설득하는 말이 귀에 쟁쟁거린다.
"총은 결코 다시 들어서는 안 돼. 총이 가져다 주는 모든 것들은 결국 다른 사람을 죽이거나 다치게 해서 빼앗는 거잖아. 하지만 배움은 달라. 다른 사람에게 총칼을 겨누지 않고도 네가 열심히 공부하면 원하는 사람이 될 수 있어."
나도 이 말이 진리임을 믿고 싶다. 간절히.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이 말이 공허하게 들리기도 하다. 지금 당장 굶어 죽게 생긴 아이들에게 이 말이 먹혀 들어갈까 싶기도 하다. 정말 열심히 공부하면 원하는 사람이 될 수 있는 걸까? 요즘엔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이 안 통한다고 하지 않는가! 되물림 되는 가난의 고리를 벗어던질 수 있는 방법은 과연 무엇일까? 하여튼 이 책에서는 대부분이 해피엔딩으로 끝나므로 이 이야기는 일단 접기로 한다.
마리는 비록 꿈이었지만 세 직업을 체험해 보면서 더 넓고 깊게 보게 되었다.마리가 외교관, 국제기구 종사자. NGO로 활동하면서 보고 듣고 느꼈던 것들을 통해 마리는 아마 예전과는 다른 직업관이 생겼으리라고 생각한다. 직업이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내가 행복하고 남이 행복하며 그래서 다같이 행복할 수 있는 그런 매개물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아무리 다른 이들이 선망하는 직업을 가진 자라고 하여도 그 직업을 통해 자신이 행복하지 않거나 다른 이들을 불행하게 만든다면 그건 올바른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마리는 알리가 준 요술 주전자를 통해 세 가지 직업을 미리 체험해 보았지만 어린이들은 이런 좋은 책들을 통하여 간접 경험을 함으로써 다양한 직업 세계애 대해 이해하게 될 것이고, 그럼으로써 어떤 일이 나의 적성과 잘 맞을 지도 스스로 탐색해 나갈 수 있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