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늘귀는 귀가 참 밝다 동심원 21
하청호 지음, 성영란 그림 / 푸른책들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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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인데 동장군의 기세가 대단하다.  그런데 이 동시집을 읽는 순간만큼은 포근한 봄 내음이 물씬 풍겨나서 조금은 추위를 잊을 수 있었다. 읽기는 예전에 다 읽었는데 리뷰를 쓰려고 하니 동시집이 어디에 있는 지 몰라 이제서야 리뷰를 쓰게 된다. 새해에는 정리 좀 잘하고 살아야지 다짐해 본다. 기필코....

 

시인이 사는 곳은 1200미터가 넘는 팔공산 자락이라고 한다. 그래서 시들은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흔히 볼 수 없는 것들에 대해서 상당 부분 쓰고 있어 낯설기도 하지만 신선하게 다가오고, 시인의 말대로 아름다운 우리말이 곳곳에 사용되어 시를 읽으면서 한 번씩 읊조려 보게 만든다.  시인이 평소에 보는 소박한 것들과 아름다운 우리말, 그리고 산뜻한 그림이 어우려져 봄 내음이 폴폴 풍겨져 나온다.

 

겉표지에 활짝 핀 꽃은 "뻐꾹채"라고 한단다. 국화과에 속하는 꽃으로 아마 팔공산 자락에 가면 볼 수 있는 꽃인가 보다.  처음 들어 본 이름이다.  뻐꾸기 울음/ 뚝/뚝/ 떨어진 곳에/     핀 꽃이라고 하는데 들꽃에 문외한인 나로서는 엉겅퀴를 닮아 보인다. 이렇듯 시인은 보기 드문 들꽃에 대한 시를 여러 편 들려 주고 있다.   으아리꽃에 대한 동시도 있는데  으아! 큰 꽃이다/아기 손바닥보다 크다/ 어머니, 이 꽃 이름이 무엇이에요?/ 방금 네가 말했잖아     하는 시에서 유머가 느껴진다. 으아리 꽃이 그렇게 큰가!  이런 희귀한 꽃들을 마음껏 볼 수 있는 시인이 부럽기마저 하다. 

 

지난 겨울에 비해 올 겨울에는 눈이 참 안 와서 아이들이 좀 섭섭할 터인데 그래서 눈에 관한 동시를 하나 뽑아 보았다. 눈에 대해서 이런 저런 창의적인 표현들이 끊임없이 쏟아지고 있다. 1학년 교과서에도 윤동주 님의 동시가 하나 실려 있는데 의외로 아이들이 그 시를 참 좋아하는 것을 보고, 기회가 없어서 그렇지 아이들에게 꾸준히 동시를 소개해 주고 외우게 하면 정말 감수성, 창의성 개발에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윤동주 님은 눈을 "이불" 이라고 표현하고 있는데 하청호 시인은 하얗게 덮인 눈을 보고  꿰맨 실 자국 하나 없이/ 크고 환한 천으로 푹 덮었다/ 라고 표현하고 있다. 눈에 대한 동시를 여러 개 살펴 보고 눈이 각각 어떻게 비유되었는지 찾아 보면 아이들이 정말 재미있어 할 것 같다.  개학이 일 주일 앞으로 다가왔는데 아이들에게 좋은 추억거리가 되게 딱 한 번 함박눈이 오기를 기다려 본다. 올 겨울 수퍼남매도 한 번도 눈놀이를  못해 봤네.

 

개인적으로 참 창의적 표현이다 싶었던 시는 " 어머니의 군불" 이라는 시였다.  노을 한 자락이/ 아궁이에 들어와/ 장작과 함께/ 활활 타고  있습니다. 물론 한 번에 영감이 떠오를 수도 있었겠지만 이런 표현을 쓰기 위해 시인이 얼마나 깊은 생각들을 했을까 싶었다.  이 싯귀 하나로 온몸이 따뜻해지는 기분이 느껴진다. 마지막으로 깊은 울림을 주던 시는 " 에움길" 이라는 시였다. "에움길" 이라는 말 자체도 참 예쁘지만 그 속에 담긴 뜻이 공감이 간다.  살아 있는 것들이 다니는 길은/ 굽어져 있는 길/ 에움길이다. 새해가 시작되었다. 희망찬 새해를 열어 보지만 새해도 그렇게 녹록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앞에서 말했듯이 정리를 잘하겠다고 다짐했지만 그것이 얼마나 오랫동안 잘 지켜질지 나 자신을 믿을 수 없을 뿐더러, 세상이 그렇게 만만치 않다는 것을 우린 익히 잘 알고 있다. 직선 코스로 쭈욱 내달리고 싶지만 굽이굽이 에움길이다. 하지만 지레 겁먹지 말고, 실망하지 말고, 좌절하지 말고, 포기하지 말고 목표를 향해 천천히 나아갔으면 한다. 아자! 아자!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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