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생활 문화재 학교 - 박물관으로 간 조상들의 살림살이 재미있게 제대로 시리즈
이재정 지음, 신명환 그림 / 길벗어린이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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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부터 설 연휴가 시작되었다. 미리 고향에 다녀온 우리 가족은 한가롭게 연휴를 보내고 있다. 고향 오고 가는 KTX안에서 이 책을 다 읽을 수 있었다. 읽고 나서 시댁에 있는 물건을 찬찬히 보니 이 책에서 본 물건들이 있어 얼마나 반갑던지.... 책 읽은 보람이 있었다. 내가 시댁에서 본 물건은 다름 아니 "궤"와 "장"이었다. 어린이들도 이번 설에 조부모님댁에 가면 한두 가지 정도 옛물건을 볼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얼른 이 책을 소개해야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바빠진다.

 

이 책은 이렇듯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었던 즉 생활에 쓰였던 물건들을 아주 친절하게 그림과 함께 자세히 설명해 주고 있다. "역사" 하면 지루하다고 생각하거나 다 외워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지레 겁부터 먹을 수 있는데 아마 이렇게 생활에서 흔히 쓰이고 볼 수 있으며 지금도 사용되고 있는 물건들부터 공부하다 보면 " 역사" 라는 것이 친근하게 느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모두 12가지의 물건들에 대해 소개해 주고 있다.  한옥, 장과 농, 궤와 함, 서안과 탁자, 문방사우, 책, 병풍, 한복, 관모, 장신구, 소반, 식기. 그야말로 조상들의 의식주 생활에서 빠져서는 안 될 물건들을 우선적으로 소개해 주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알고 있었던 지식들도 물론 있지만 잘못 생각하고 있었던 것과 새롭게 알게 된 것들이 무지 많았다. 책을 보고 나서 사극을 보니 그 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역시 " 아는 것만큼 보인다"는 말이 진실인 듯하다.

 

 

가장 먼저 한옥. 사진에 보이는 한옥은 조선 시대 재상이었던 류성룡의 충효당으로써 보물 414호로 지정된 곳이란다. 한옥은 이렇게 행랑채,사랑채,안채로 크게 나뉘어져 있단다. 옆 사진은 우리가 관용어구처럼 쓰는 "초가삼간"에서 삼간의 뜻을 알려 주는 사진이다. 1간은 네 개의 기둥 안에 들어가는 네모난 공간을 뜻하는 것으로 삼간은 기둥과 기둥 사이의 공간이 세 개라는 뜻이라는 것이다.  아래 두 사진은 농과 장을 보여 주는 사진이다. 여자가 시집갈 때 꼭 해가야 할 가구 중의 하나가 바로 장농이었다. 지금까지 농이 하나의 가구를 뜻하는 줄 알았는데 엄연히 다른 물건이었다. 왼쪽에 있는 것이 "농"으로써 농은 옆에 손잡이가 붙어 있고 그래서 여러 개를 겹쳐 올릴 수 있다고 한다. 반면 "장"은 겹쳐 올릴 수 없으며 넣는 물건에 따라 의장, 약장, 찬장 등으로 나뉜다고 한다.  우리 조상들은 좌식 생활을 하였기에 이렇듯 가구들이 높지 않았다고 한다.  이번에 시댁에 내려가서 본 반가운 물건 중의 하나가 바로 장이었다. 

 

 

궤와 함도 장과 농처럼 비슷하면서도 다른 점을 가진 가구이다. "궤"는 조선 시대 가장 많이 쓰인 가구라고 한다. 일명 반닫이라고 하는데 반쪽만 열린다고 해서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시댁에서 본 나머지 물건 하나가 바로 이 반닫이였다.  "함"은 반닫이에 비해 더 고급스러우며 활짝 열리게 만들어진 물건으로 주로 귀중품을 보관하는 것이라고 한다. 보석함을 생각하면 되겠다.

 

 

서안과 탁자를 보면서는 조상들의 슬기를 새삼 깨닫게 되었다. "서안" 즉 책상은 주로 선비가 공부하던 사랑방에 있던 가구이다.두루마리로 되어 있는 불교 경전을 읽다 보면 흘러내릴 수가 있는데 이를 방지하기 위해 양끝을 약간 올려서 만든 서안을 경상이라고 한단다.  불편함을 참지 못하는 것에서부터 창의성이 출발한다는 말이 떠오른다. 경상을 만든 우리 조상들의 지혜가 놀랍기 그지 없다. 또 하나 "사방탁자"라는 것이 있는데 그러고 보니 이 탁자를 사극  볼 때 마다 많이 본 것 같다. 그동안 정확한 이름과 용도를 모르고 있었던 터에 이번에 확실히 알게 되었다. 사방이 트여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문방사우. 조상들의 생활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라고 해도 문방사우는 들어봤을 것이다. 왜냐하면 초3때부터 붓글씨가 나오기 때문이다. "문방사우"는 붓, 벼루, 먹, 종이를 뜻하는 말이다. 우리나라의 한지가 왜 중국, 일본의 종이보다 질이 우수한 지를 알려 주고 있는데 그건 바로 재료의 차이이다. 중국의 종이는 삼과 대나무로 만드는 반면 한지는 닥나무로 만들어 종이가 질기고, 윤기가 나며 오래 되어도 변색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이만하면 자랑할 만하지 않는가! 예전에 대학 다닐 때 학교 앞 문방구에서 팔던 기계지가 아니라 인사동에서 파는 제대로 된 한지를 사서 붓글씨를 쓰던 그 첫느낌을 잊을 수가 없다. 정말 다르다. 재료의 차이가 실력의 차이를 보여주는 것을 그때 직접 경험하였다.

 

책. 한자로 冊 이라고 쓰는데 책의 기원이 대나무나 옥을 쪼개서 거기다 글을 쓴 것에 유래하여 그 모습을 본떠 이 한자가 만들어진 거라고 한다. 그런데 왕비, 세자빈을 책봉한다는 말도 바로 이것과 관계가 깊은데 왕비, 세자빈을 봉할 때 그들의 업적을 책에 써서 함께 주었기에 책봉한다는 말을 쓰는 것이라고 하니 하나하나에 다 깊은 뜻이 들어 있어서 또 한 번 놀랐다.

 

병풍. 제사나 차례 지낼 때, 칠순 잔치 같은 것 할 때 그나마 자주 보게 되는 것이 병풍인데 2폭에서부터 10폭 병풍까지 있단다.얼마 전 " 뿌리 깊은 나무 " 할 때 세종이 거처하던 곳에 있던 "책가도"가 나와 있어서 반가웠다. 행사에 따라서 사용되던 병풍이 다르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장례식 때는 흰 종이만 발라서 사용하였는데 이를 소병이라고 한단다. 병풍은 고려 시대 이전부터 사용되었는데 온돌이 널리 사용되기 전이라 추위를 막을 목적으로 병풍을 사용하였다는 것이다. 지금은 추위를 막는 목적

이외에도 여러 가지로 사용되고 있는 병풍. 미적인 목적도 무시 못하지.

 

다음은 한복.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것에서 빠지지 않는 한복. 설날에는 한복을 입고 세배를 드리는 가정들이 많을텐데... 지금 입는 한복은 조선 시대 한복을 본 뜬 것이란다. 한복은 유(저고리), 고 (바지), 포(두루마기), 상(치마)로 나뉜다. 여자들이 치마 속에 갖춰 입는 속옷은 자그마치 일곱 가지나 된다고 한다.이걸 다 입고 치마를 입으면 모두 여덟 가지. 우~  이 상태로 소피가 마려우면 윽~ 끔찍하다. 지금 우리처럼 양장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한복이 거추장스럽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한복은 좀 커도, 좀 작아져도 입을 수 있어서 경제적인 측면이 강하다고 하는데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양장은 조금만 살이 쪄도 금방 못 입게 된다. 한복 입어본 지가 언제던가! 명절 때라도 가끔 입어야 하는데 통 안 입게 되네!

 

 

관모. 머리에 쓰는 걸 통들어 관모라고 하는데 관, 건, 모, 립으로 세분화된다. "관"은 주로 양반들이 쓴느 것으로써 사진에 보면 왕이 쓰던 익선관도 보인다. "건"은 머리카락을 정리할 때 쓰는 것이다. "모"는 머리 전체에 눌러 쓰는 것으로 관리들이 주로 쓰던 것이 이에 속하고 마지막으로 "립"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챙이 있는 모자들이 여기에 속한다. 양반들이 쓰는 흑립,  신분이 낮은 사람들이 쓰던 패랭이들이 여기 속한다. 지금은 모자가 패션의 하나이지만 조선 시대에는 "의관"이라고 해서 모자도 꼭 써야 하는 것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모자가 곧 신분을 나타내는 상징물이 되던 시대였던 것 같다.  옆에 있는 물건은 하도 신기해서 찍어 보았다. 의자와 지팡이인데 조선시대에는 나라에 공을 많이 세운 신하들 가운데 일흔 살이 넘은 사람에게 임금이 지팡이와 의자(교의)를 하사하고 잔치를 베풀었다고 한다. 좌식 생활을 하는 조선 시대에 의자는 흔하지 않은 가구였기에 아주 귀중한 물건이었을 것 같다.

 

장신구. 예나 지금이나 아름답게 꾸미고자 하는 마음은 똑같은 듯하다. 도포를 묶을 때 사용되던 가느다란 허리끈을 세조대라고 한다는 것과 신분에 따라 색깔이 다르다는 것도 새롭게 알게 되었다. 이제부터 사극을 볼 때 자세히 봐야겠다.

 

소반과 유기는 지금도 자주 사용되는 물건으로 알고 있다. 각 가정에 소반이 없는 집이 없고, 유기도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제사를 지내는 가정에는 가지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 특히 방짜 유기의 제작과정은 그 과정이 복잡하고, 11명이 한 조가 되어 밤새워 작업을 한다고 한다. 아쉽게도 이런 장인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것은 커다란 문제라고 생각한다. 일본만 해도 이런 귀중한 기능을 보유한 장인들은 나라에서 책임지고 그에 걸맞은 대접을 해줘서 그 기술이 가업으로 이어지는 예가 많은데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하다. 예전에 자개농을 만드시는 어떤 장인의 이야기를 들어 보니 경제형편이 너무 안 좋아서 자식에게 물려 주고 싶은 마음이 별로 생기지 않는다는 하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인간문화재의 형편도 마찬가지였다. 생계도 나라에서 책임을 져주지 않는데 어느 누가 그 힘든 고난의 길을 자식에게 가라고 하겠는가!  대대손손 가업으로 여기며 소중한 일들을 하며 보람있게 살 수 있도록 나라에서 그분들의 생계를 철저히 보장해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우리 나라 문화 유산이 보존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도 여러 가지 장인들만이 할 수 있는 일들이 나왔는데 그런 일들을 문화재를 보존한다는 자긍심을 가지고 여유롭게 할 수 있도록 나라에서 꼭 그분들의 복지를 책임져 주면 좋겠다.

 

 

 

마지막 두 장의 사진은 이제까지 알아 본 12가지 생활 문화재들을 한눈에 보여주는 그림들이다. 가족들과 함께 퀴즈 형식으로 풀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위는 사랑방이고, 아래는 안방이 되겠지!  올 설 연휴에는 이 그림에 있는 생활 문화재들이 친가나 외가에 혹시 있는지 두 눈을 크게 뜨고 찾아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같다. 아마 한 두 가지는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임금, 귀족, 양반들이 사용하던 물건들만 문화재가 되는 것이 아니라 그 시대 살았던 보통 사람들이 사용하던 물건들이 바로 문화재가 된다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면 따분하고 지겹게만 느껴지던 문화재나 역사가 좀 더 친근하게 다가올 것 같다는 느낌을 확실하게 들게 만드는 그런 고마운 책이었다. 그건 바로 지금 내가 쓰고 있는 물건들도 후대에는 박물관에 전시될 문화재가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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