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화원 동화 보물창고 38
프랜시스 호즈슨 버넷 지음, 찰스 로빈슨 그림, 원지인 옮김 / 보물창고 / 201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메리는<비밀의 화원>의 주인공이다. 이기적인데다 예절, 인성은 커녕 폭력적이기까지 해서 한 마디로 구제불능인 아이이기도 하다. 부모의 무관심 속에 버려져 있던 터라 더욱 그랬다. 그런데 그랬던 메리가 콜레라로 인해 고아가 되어 영국 요오크셔에 있는 고모부 집으로 오고 나서는 그와 전혀 다른 아이로 변하게 된다. 그러니까 아주 긍정적인 아이로 말이다. 말하자면 <비밀의 화원>은 지금 하는 말로 하면 과잉행동장애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는 메리가 그것을 치유하는 과정의 이야기이다.

 

  요즘의 아이들은 전혀 행복하지 않다. 얼마전에 잇달아 일어난 중학생들의 자살 소식만 봐도 알 수 있다. 최근 경향신문에서는 다시금 불안과 좌절에 시달리는 10대들의 삶을 세밀하게 취재한 기획 탐사 보도를 연일 싣고 있는데 내가 봐도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을 정도로 참으로 힘겨운 삶을 그 어린 몸들이 어깨로 등으로 지고 살고 있었다. 1면에 나온 한 기사 제목이 유독 눈에 들어왔는데, '이제 가정은 그냥 가정이 아니라 대학입학을 위한 프로젝트 팀이 되었다' 라는 제목이었다. 아마도 아이들이 이토록 불안과 고통 가운데 힘겨운 날들을 보내게 된 것은 더 이상 가정이 그들의 쉼터가 되지 않고 오로지 좋은 대학만 강요하는 일종의 사육장이 되어버린 데에도 있지 않을까 싶다. 점점 가속화되는 신자유주의 속에 개인과 개인 간의 경쟁은 더욱 가열차지지만 거기에 비해 사회적 안전망은 턱없이 부족해 대열에서 이탈하면 생존마저도 위태로운 우리나라 실정상 좀 더 잘 싸울 수 있는 안정적인 무기라 여겨지는 좋은 대학은 그래서 자식들의 보다 안정된 삶을 위해 부모가 해 주어야 하는 일종의 책임 같은 것으로 여기는 마음은 이해가 간다. 하지만 아무리 생존이 절박하고 안정이 중요하다해도 보듬어주고 지켜주어야 할 그들의 영혼이 파괴된다면 그래서 스스로 삶마저 포기할 생각을 한다면 무리한 강요는 피해야 하지 않을까?  

 

  <비밀의 화원>은 이 번이 두번째다. 작년에 한 번 읽었었는데 이번엔 그 때 느낌과 많이 달랐다.그 때는 메리와 콜린이 비밀의 화원을 통하여 밝고 명랑하고 긍정적인 아이들로 변하는 것이 신기하고 덩달아 나까지 유쾌해지는 느낌이 강했다. 그런데 이번에 읽을 때는 메리와 콜린이 그토록 힘들어 하게 된 원인이 무엇일까가 더 먼저 그리고 많이 눈에 들어왔다. 아마도 최근에 벌어진 학생들의 자살 소식들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 <비밀의 화원>을 읽으면서는  '가정의 역할'을 가장 깊게 생각하게 되었다. 지금 벌어지는 일련의 학교 폭력이 가정의 역할과 무관하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생각해 본다. 아이들이 아무리 힘들다고 해도 또는 다른 아이들에게 무차별적으로 폭력을 휘두르는 아이라고 해도 만일 가정이 원래 본연의 역할을 다 하고 있었다면 이러한 비극적인 일이 일어났을까 하고. 경향신문의 기사 제목에도 나왔지만 오늘날 가정은 프로젝트팀 같은 성격이 정말 강해졌다. 그 아이가 문제아일지라도 가정은 그 아이를 마지막까지 감싸주고, 격려해 주고, 훈육해야 하며, 사랑해 줘야 하는 마지막 버팀목이 되어야 하는데 지금의 가정은 그 책무를 다하지 못한지 오래 되었다. 메리와 콜린이 왜 그런 포악한 괴물이 되었던가? 메리의 엄마는 메리를 낳자마자 유모에게 맡기며 메리를 돌보지 않은 채 사교계에만 관심이 있었다. 콜린의 아버지는 아내를 잃은 슬픔으로 인하여 콜린을 마주하기 조차 힘들어하며 10년을 방황하며 보냈다. 그렇게 둘의 부모는 아이들을 방치해 놓았다. 그건 바람직한 가정의 모습은 아니다. 아이들은 부모의 사랑을 단 한 번도 받지 못하고 자신의 존재를 거절당한 채 10년을 보내 왔다. 그런 아이들은  급기야 자기를 방어하기 위해 점점 더 포악해져 갔다. 그 상황이면 그럴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을 전혀 양육하지 않은 부모 밑에서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제발 나를 봐 주라고 떼를 쓰고 난동을 부리는 것일 수밖에.

 

  그런 괴물 같았던 메리와 콜린이 어떻게 치유되었던가? <비밀의 화원>의 저자는 바로 그 치유의 방법을 "자연과 사랑의 힘"이라고 일깨워 주고 있다.  메리와 콜린은 요오크셔에 불어 오는 황무지의 냄새를 맡으며, 비밀의 화원에 들어가 흙을 만지고, 씨를 뿌리고, 나무를 가꾸면서 땀을 흘렸다. 자연과 호흡했다. 그러자 몸도 마음도 건강해졌다. 뿐만 아니라 누구에게도 진정한 관심과 사랑을 받지 못했던 이들은 자신들을 사랑해 주는 주변 사람들 덕분에 굳게 닫혔던 마음의 빗장문을 열고 비로소 그들도 다른 사람을 사랑하게 되었다. 여기에 바로 마법의 힘이 숨어 있는 게 아닐까!

 

 

  금일 경향신문에 일진회였던 아이의 이야기가 실렸다. 아이는 친구들의 돈을 갈취한 죄로 경찰서에 불려가 취조를 받는데 그동안 자신이 만나본 경찰관들은 하나같이 자신을 버러지 취급했는데 그 날 만난 경찰관은 다정하게 " 힘들지?" 하고 말을 건네시며 " 이런 데 오지 마" 하셨다고 한다. 그 경찰관의 따뜻한 말 한 마디에 마음이 녹아내렸다고 한다. 그 순간 자신이 그동안 무슨 짓을 하고 있었나 반성이 되며 어머니께 돈을 달라고 해서 돈을 빼앗긴 아이들에게 되돌려 주고 일진회를 탈퇴하였다는 내용이었다.  난 지금 우리 나라 학생들 모두가 피해자라고 생각한다. 어른들이 그들에게 말도 안 되는 폭력을 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 너희의 미래를 위해서 12년만 눈 딱 감고 참아 봐" 하며 그들을 속이는 것 자체가 폭력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막상 그 속에서 현재를 저당잡힌 채 살고 있는 아이들은 처한 상황이 버겁고, 숨이 막히며, 뛰쳐 나가고 싶은 것이다. 그것이 때로는 일탈로, 때로는 폭력으로, 때로는 자살로 이어지는 게 아닐까! 그 경찰관 아저씨처럼 우리 아이들에게 다정하게 " 힘들지?" 하며 말을 건넬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어른부터 가졌으면 한다. 메리와 콜린이 그 난동을 부렸을 때 소노비, 디콘, 마사가 가졌던 그 이해심과 배려를 어른들이 먼저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정이 가정으로서의 책무를 다하여 바른 인성을 가진 아이로 성장시키는 것이야 말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바른 인성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비밀의 화원>이 그 해답을 알려 주고 있다. 자연과 사랑의 힘! 그것이야말로 아이를 바르게 성장시키는 자양분이라는 것을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