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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료를 드립니다 - 제8회 윤석중문학상 수상작 ㅣ 미래의 고전 27
이금이 지음 / 푸른책들 / 2012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이금이 작가의 신작을 만나 보았다. 시베리안 허스키에게 얼굴을 파묻고 있는 소년의 모습이 참 인상적인 겉표지이다. 언젠가 나도 마당이 있는 집에서 이런 멋진 개를 키워 보고 싶다. 표제작을 포함하여 다섯편의 단편동화가 수록되어 있는데 역시나 기대를 져버리지 않는 이금이 작가의 이야기에 푹 빠져 버렸다. 그야말로 명불허전!!!
<사료를 드립니다>는 10여년을 키운 개 장군이와 헤어지는 장우의 심리가 외할머니를 떠나보내는 엄마의 마음과 댓구를 이루면서 이별을 준비하는 자들의 심리에 대해 잘 표현하고 있는 작품이었다. 10여년을 함께 있어 온 장군이는 장우에게 가족이자 친구 같은 존재였으리라. 그런 장군이와 헤어진다는 것은 장우에게 크나큰 고통이었을 것이다. 오히려 외할머니를 떠나보내는 마음보다 장우에게는 장군이를 떠나 보내는 그 슬픔이 더 컸으리라고 짐작된다. 나도 어릴 적 장우만 할 때 우리 집에서 키우던 똥개가 학교 갔다 와 보니 없어진 걸 알고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아버지가 내가 있으면 못 팔게 할까 봐 학교 간 사이 나 몰래 개장수에 팔았던 거다. 얼마나 아버지에게 대들면서 울었던지.... 나이가 많은 탓에 장군이를 맡겠다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자 장우네 집에서는 사료를 매달 보내 준다는 조건을 걸게 되고 이에 적임자가 나타난다. 그렇게 장군이와 헤어지고 캐나다로 유학을 간 장우는 외할머니가 위독하다는 연락을 받고 한국으로 돌아오게된다. 장우는 장군이를 보냈던 아저씨에게 연락을 취해 보지만 연락은 두절된 상태. 부모님은 외할머니 때문에 장군이 찾을 생각은 뒷전이고 결국 장군이를 혼자 찾아나서는 장우. 장우가 주소가 적혀진 곳에서 발견한 것 이라곤 사람이 살았던 흔적이라고는 없는 아주 낡은 집에서 사람이 남긴 찌꺼기가 달라붙어 있는 개밥 그릇 뿐. 설마 이걸 장군이가 먹던 것은 아니겠지? 사료를 꼬박꼬박 보냈잖아? 장군이는 도대체 어디로 간 것일까? 장우가 장군이를 찾아 해매는 장면에서는 긴장감이 극도로 더해진다. 장우의 꼬리에 꼬리를 무는 나쁜 생각들. 나도 그런 경험이 자주 있다. 좋은 생각보다는 자꾸 나쁜 상상만 하게 되지. 장우를 따라 나 또한 장군이가 어떻게 되었을까 봐 자꾸 걱정이 된다. 설마 죽은 건 아니겠지? 장우가 낡은 집에서 발견한 일기장을 읽을 때는 가슴이 먹먹해진다. 장우의 독백처럼 장우는 장군이를 돌봐야 할 대상이라고만 생각했었는데 장군이는 오히려 장우와 헤어지고 나서 가난한 남매에게 도움을 주는 존재가 되어 있었다는 그 말은 묘한 울림이 느껴진다.
<조폭 모녀>는 유머가 가득한 작품이었다. 학습지 교사인 엄마를 사이에 두고 딸과 딸이 좋아하는 남자 친구가 각각 바라보는 엄마와 학습지 교사의 모습이 전혀 다르다는 것은 이렇게 엄마처럼 이중적인 모습을 누구나 조금씩 가지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딸에게는 조폭 엄마이지만 가르치는 학생에게는 한없이 친절하고 다정한 교사의 모습을 한 엄마를 보면서 나도 그렇지 않나 싶기도 하다. 집에서의 모습과 직장에서의 모습이 일치하지는 않는 것 같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누구나 이중적인 모습을 가지고 있지 않나 싶다. 여기에 나오는 엄마는 그 간극이 아주 큰 경우이고. 아주 유쾌한 작품이었다.
<건조 주의보>또한 웃기면서도 그 속에서 싸~~한 맛이 느껴지는 동화였다. "새옹지마" 라는 사자성어도 떠오른다. 늦둥이로 귀염을 받던 주인공이 누나가 그 사랑을 다시 되찾기 위해 열공하는 바람에 우등생이 되어 집 안의 자랑거리이자 공주가 되고, 본인은 공부를 못하는 바람에 천덕꾸러기가 되어 버린 그 일련의 과정들이 좋은 날이 있으면 흐린 날이 있고, 흐린 날이 있으면 언젠가 좋은 날이 올 거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비록 지금은 누나가 공주처럼 떠받들어지고 있지만 언젠가 또 우리의 늦둥이가 가족들에게 추앙받는 날이 오지 않겠나? 마음이 건조하다는 그 말을 듣고 화를 내기는 커녕 오히려 좋아하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얼마나 가족의 일원이고 싶었으면 그 소릴 듣고 좋아할까 싶은 마음에 마음이 싸~ 해지기도 한다. 부모로서 가장 먼저 지켜야 할 것은 바로 자녀를 차별하지 않는 것, 공평하게 대하는 자세라는 것을 일깨워 주는 작품이었다.
<몰래 카메라>는 예전에 이경규씨가 하던 몰래 카메라를 생각나게 하였다. 몰카에 속아 넘어가는 유명인들을 보고 정말 많이 웃었더랬지. 어딘가에 몰카가 숨겨져 있어서 내 행동을 지켜 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누구나 한 번 이런 비슷한 공상을 해 봤음직하다. <이상한 숙제>또한 아름다운 사람 찾기 라는 숙제를 가지고 아름다운 사람을 찾기 위해 이 사람 저 사람을 인터뷰 하면서 아름다운 사람이란 도대체 어떤 존재인가 그 본질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우리 아이들에게 이런 이상한 숙제를 내 준다면 과연 어떤 사람들을 적어 올까 궁금해진다. 숙제에 대한 답을 찾으면서 아름답다는 것은 외모가 아니라 바로 내면이라는 것을 아이들 스스로 깨닫지 않을까 싶다. 2012년에는 주변에 아름다운 사람들이 많은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가장 가까운 가족에게 " 아름다운 사람"으로 뽑히는 영광을 누리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