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를 잡는 아버지 길벗어린이 작가앨범 5
김환영 그림, 현덕 글 / 길벗어린이 / 2001년 9월
구판절판


이 작품에 대해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 그림책을 보게 된 결정적 계기는 길벗어린이에서 개최한 2011년 독후화 수상작 때문이었다. 금상을 수상한 어린이가 바로 이 그림책을 가지고 독후화를 그렸는데 그 어린이의 독후화가 내 마음을 사로 잡았다. 어떤 작품이기에 4학년 어린이의 마음에 그런 감동을 주었을까 궁금해졌다. 지난 12월, 길벗어린이 <책소풍> 까페에 가서 직접 독후화를 보고 그 때 이 그림책을 사가지고 오게 되었다.

바우의 행색으로 보아 해방 전후로 보여진다. 바우는 집안 형편 때문에 중학교로 진학하지 못하고 집안 일을 도와 주는 틈틈이 이렇게 자신이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그때는 그랬었다. 공부를 잘한다고 해서 모두다 진학을 할 수 없었다. 가정 형편이 어려우면 바우처럼 공부를 암만 잘해도 학교를 갈 수 없었지. 지금의 어린이들이 그런 시대적 상활을 알 수 있을런지.....

경환이는 서울에서 학교를 다니다가 방학을 맞아 고향으로 내려 왔는데 매일같이 저렇게 잠자리채를 들고 곤충채집을 한답시고 마을을 들쑤시고 다니고 있다. 요즘은 곤충채집이라는 방학 숙제를 내주지 않지만 나 어릴 적만 해도 그런 숙제가 있어서 잠자리채 들고 매미 잡으러 다녔더랬지.

마을에 있는 나비란 나비는 다 잡아 버리는 경환이가 못마땅했던 바우는 나비를 잡아 경환이를 약올리면서 날려 버린다.

이를 보고 가만히 있을 경환이가 아니지. 바우네 참외밭에 들어가 나비를 잡는다는 핑계로 참외밭을 엉망으로 만들어 버린다.

나비 한 마리 때문에 둘의 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하지만 둘의 싸움으로 끝나지 않고 결국은 경환이네 땅을 소작하고 있던 바우의 부모님까지 경환이네 집으로 불려 가서 된통 당한다.
거기서 잘잘못은 이미 중요한 것이 아니다.
누가 지주이고, 누가 소작농인가 그 계급만 남아 있을 뿐이다.
경환이는 땅 주인의 아들이기에 잘못이 없는 것이고, 바우는 소작농의 아들이기에 무조건 가서 빌어야 하는 것이다.

엄마와 아빠로부터 차례대로 호된 야단을 맞은 바우.
아버지로부터는 나비를 잡아 경환이네에 갖다 주라는 말까지 듣는다.
'자존심 상하게 경환이에게 머리를 조아릴 수는 없는데.. 내가 잘못한 게 없는데 왜 굽신거려야 하나? 아버지는 왜 나만 야단치시는 거야?'
자기 맘도 몰라 주는 아버지가 야속하고, 밉고, 이대로 집을 뛰쳐 나가 버릴까? 별별 생각을 다하던 바우의 눈에 모밀밭에서 나비를 잡는 모습이 들어온다. 바로 바우의 아버지였다.


많은 이들이 이 그림책을 보고나서 "부정"을 말하겠지만 난 이 책을 읽으면서 세밑에 있었던 경기도지사와 소방관과의 일이 자연스레 연결되었다. 환이는 바로 경기도지사이고 바우는 소방관인 셈이지.

힘-그게 돈이던 권력이던지 간에-을 가진 자들이 힘을 가지지 못한 자들에게 휘두르는 무지막지한 횡포가 그대로 전해지는 작품이었다. 어제 김금태 님의 사회장이 치러졌다. 그분 또한 권력에 의해 칠성판에서 영과 육이 갈기갈기 찢기는 고통을 당하신 분이셨다. 2012년인 지금도 100년 전에 바우가 겪었던 똑같은 횡포를 당하는 이들이 우리 주변에 많다. 100년이나 지났고 그동안 경제적으로 눈부신 성장을 했다고 공공연히 말하는 대한민국에서 말이다.

부디 2012년에는 힘 있는 자들이 힘 없는 자들을 향하여 횡포를 휘두르지 않는 한 해가 되길 소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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