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구하는 일은 그렇게 어렵지 않아

친구들아, 도와줘! ㅣ 꿈터 지식지혜 시리즈 10
자넷 스티븐스 글, 수잔 스티븐스 크러멜 그림, 최제니 옮김 / 꿈터 / 2011년 12월

절찬리에 상영 중에 있는 <미션 임파서블>과 몇 해가 흘렀지만 애니메이션에 큰 획을 그었던 <토이 스토리>를 방불케 하는 기발하고 흥미롭고 매력 넘치는 그림책이 나왔다.

학생들과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인 학용품들이 바로 주인공들이다. 그들이 아무도 없는 교실에서 생명체로 살아나 말하고 움직이니 얼마나 재미있는지! 빨간펜은 책상 위에 수북하게 쌓인 시험지를 채점하기 위해 친구들을 불러 본다. " 친구들아, 도와 줘!"

하지만 다른 학용품 친구들은 서랍 속에 꼭꼭 숨어 있기만 한다. 어제까지만 해도 빨간펜을 도와 주던 이들이 왜 이렇게 파업을 하는 걸까?

그림책은 스테플러, 형광펜, 연필, 지우개 등 그들의 특색이 살아나게 일부러 색깔과 글씨체를 달리 하여 주는 센스를 발휘하고 있다. 이 그림책을 보는 어린이들은 각양각색의 글씨체와 글씨색을 찾아 보는 즐거움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학용품 친구들이 파업을 하는 이유는 나름 다 있었다. 하지만 종합해 보면 그건 바로 언젠가 우리도 쓸모가 없어지면 사인펜 아저씨처럼 쓰레기통에 버려질 것인데 왜 일을 하냐는 것이었다. 열심히 일을 해 봤자 어차피 버려질 인생이라는 건데.....

우리 인간도 그건 마찬가지야. 창조주 이외에는 모두 다 유한한 존재지. 빨간펜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내 일을 하자는 것이고, 다른 학용품들은 어차피 죽을 목숨인데 일 해서 뭐하냐는 것이지. 과연 누구의 주장이 가치 있는 것일까! 그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린이들도 나름 해답을 구할 수 있을 거야.

친구들을 설득하는데 실패한 빨간펜은 혼자서 그 많은 시험지를 채점하다가 결국 과로로 쓰러지게 된다.

책상 위에서 " 툭" 하는 소리를 들은 학용품 친구들은 뭔가 안 좋은 일이 생겼음을 직감하고 책상 위로 올라가 본다. 역시 혼자 일 하던 빨간펜이 쓰레기통에 빠진 것을 알게 되고 자신들이 채점을 하기로 결심한다. 그런데 채점을 하는 게 아니라 시험지를 완전 엉망진창으로 만들고 마는 친구들.... 친구들은 쓰레기통에 있는 빨간펜을 구조하기로 한다.
이 작전이야 말로 미션 임파서블을 방불케 하는 것이다.

그들의 미션 임파서블은 클립을 다 연결하여 쓰레기통에 도달. 빨간펜을 구조하는 작전!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아이들이 클립 가지고 연결하여 갖고 노는 걸 종종 봤었는데 그 놀이가 이렇게 친구를 구조하는데 쓰일 줄이야! 그림책에 이 놓이가 나오니 얼마나 반갑던지...

하여튼 벌써 페기처분되어 있던 부러진 자까지 동원하여 작전을 수행하는데.....역부족이다.

자 !그렇담 마지막으로 햄스터 탱크를 이용하는 일만 남아 있지. 그런데 탱크 녀석은 하루 종일 잠만 자는데 어떡하지? 탱크를 깨워서 쳇바퀴를 돌려야 하는데....어떻게 탱크를 깨우지? 아하! 압정이 있었지. 압정 한 방이면 탱크가 "꺄악" 비명을 지르며 일어날 것이야. 과연 그들의 작전은 성공할 수 있을까? 그리하여 쓰레기통에 처박힌 빨간펜을 구조할 수 있을까?

그림책을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각각의 학용품들의 캐릭터와 표정이 생생하여 나중에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도 손색이 없을 듯하다.초반에 질문을 다시 짚어 보도록 하자. 과연 어떤 삶이 가치 있는 삶인지. 우린 모두 유한한 존재로 태어났다. 아무리 부자라고 해서, 아무리 권력자라고 해서 영생을 얻을 수는 없다. 빈 손으로 왔다 빈 손으로 가는 게 인생이다. 그렇담 유한한 존재라고 해서 친구들처럼 내일 닳아 없어져서 쓰레기통에 처박힐 신세이니 할 일 하지 않고 꼭꼭 숨어 지내면서 시간만 보내는 게 과연 옳은 일일까? 가치 있는 삶일까?

처음에 빨간 펜이 친구들을 설득할 때 자신을 도와 채점을 하는 것이 바로 " 세상을 구하는 일이다 " 는 말이 얼른 납득이 안 갔다. 자꾸 보다 보니 그 말을 이해하게 되었다.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하는 것. 내가 내일 죽더라도 한 그루의 사과 나무를 심는 것이야말로 세상을 구하는 일이라는 것을 빨간 펜은 친구들에게 알려 주고 싶었던 것이지.

학용품 친구들아! 그러니 내일 닳아 없어질 거라고 미리 쫄지 말고, 너희들이 할 일을 묵묵하게 해 줘. 그게 바로 세상을 구하는 일이란다. 그나저나 미션은 성공했니? 빨간펜은 구했어? 지금은 방학이라서 온통 너희들 세상이겠구나! 개학 하면 만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