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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여우와 털장갑
니이미 난키치 지음, 손경란 옮김, 구로이켄 그림 / 한림출판사 / 1998년 10월
평점 :
딸이 기타 레슨을 받는 동안 난 갤러리 카페로 발걸음을 옮겼다. 오늘은 눈이 오는 바람에 아이들과 함께 운동장에 나가 1시간 동안 바깥놀이를 하였다. 그 이후로 계속 머리가 찌근찌근거려서 글씨 많은 책이 눈에 들어 오지 않아 까페에 있는 그림책을 이것저것 보기 시작하였다. 그 중에 하나 오늘 내린 눈과 딱 어울리는 그림책을 발견하였다. 완전 "심 봤다" 그 자체였다.
일본 사람이 쓰고 그린 그림책인데 나온지 꽤 된 책이었다. 이런 아름다운 그림책을 모르고 있었다니..... 이제라도 알게 되어 얼마나 다행인가!
겨울이 되자 엄마 여우와 아기 여우가 사는 동굴에도 겨울이 찾아오고, 처음 눈을 본 아기 여우는 발이 빨갛게 되도록 눈장난을 하다 들어온다. 울 반 아그들도 아까 운동장에서 별로 쌓이지도 않은 눈을 가지고 얼마나 잘 놀던지..... 장갑을 안 껴서 손이 벌겋게 되는데도 마냥 신 나게 노는 모습이 생각났다. 아기의 빨간 발이 걱정이 된 엄마 여우는 아기 여우를 데리고 털장갑을 사러 사람들의 마을로 내려 온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된통 혼쭐이 난 경험을 가진 엄마 여우는 마을로 가는 걸 망설이고, 급기야 아기 여우 혼자만 마을로 들여 보낸다. 엄마 여우는 아기 여우의 앞발 하나를 사람의 손으로 만들어 준 후 "꼭 사람 손을 내밀어서 장갑을 사야 한다"며 신신당부를 한다. 아기 여우가 모자 파는 가게에서 그만 여우 발을 내밀어 버렸을 때는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상점 주인이 아기 여우를 잡아 가두는 것은 아닐까 해서 말이다. 걱정과는 달리 무사히 털장갑을 산 여우는 자장가가 들려오는 집 창문 밑에서 자장가를 들으며 사람은 어떻게 생겼을까 궁금해한다. 엄마는 사람은 무서운 존재라고 했는데 아기 여우가 경험한 사람은 그 반대였다. 과연 누가 옳은 것일까? 누구든 자신의 경험에서 사물을 판단하기 마련이다. 엄마 여우와 아기 여우도 자신들이 경험한 사람으로 인하여 사람에 대한 판단을 내리는 것이겠지.
이 그림책을 보니 < 치로노푸 섬의 여우>가 생각난다. 여우 가족이 인간에 의해 무참히 몰살당하는 이야기. 그래도 이 책에 나온 엄마와 아기 여우는 그런 험한 꼴을 당하지 않아 천만다행이다.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랍시고 자연를 함부로 대하고, 무참히 짓밟았던 그 댓가를 결국은 인간의 후손들이 치르게 될 것이다. 허니 더 늦기 전에 인간은 자연을 친구로 대하고, 아끼고, 사랑하고,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좋은 그림책을 읽었더니 머리가 맑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