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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팅게일 목소리의 비밀
페터르 페르헬스트 지음, 유동익 옮김, 칼 크뇌트 그림 / 해와나무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울 반 아그들과 도서실 수업을 갔다가 발견한 모래 속의 진주 같은 책이었다. 커다란 보름달을 배경으로 나무에 신선처럼 앉아있는 소녀의 모습이 이 책에 대한 궁긍증을 자아냈다. 책을 펼쳐 보니 그림책이지만 글씨가 꽤 많다. 쪽수도 꽤 나간다. 가벼운 그림책이길 바랐던 사람들은 허걱하고 놀랄 만큼 글이 많으니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시길....
머리를 박박 밀고 뒷머리 한 가닥만 길게 늘여뜨리던 시절, 중국에 한 황제가 살고 있었다. 그 황제의 아름다운 정원에 어울릴만한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진 새 나이팅게일에 얽힌 이야기가 환상적인 그림과 함께 펼쳐진다. 내용은 다분히 철학적이며 사색적이다. 어린이용 그림책이라기 보다 어른용 그림책이라는 느낌이 묻어난다.
나뭇가지에 올라앉아 있는 소녀가 숲에서 만난 나이팅게일을 황제에게 데려오고 나이팅게일의 아름다운 노래에 황제는 행복해 하지만 머지 않아 나이팅게일과 똑같은 노래를 부르는 황금 나이팅게일을 신하들이 만들어내자 황제도 신하들도 다른 사람들도 나이팅게일을 궁궐 밖으로 내쫓는다는 이야기는 인간의 욕심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더불어 어떤 것이 가장 행복할 수 있는 조건인지 되물어 주고 있다.
그래서 황제만이 볼 수 있던 정원을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새까지도 말이다- 정원으로 자연의 품에 되돌려 주는 장면은 감동적이다. 나이팅게일도 자연의 품에 있을 때 한층 더 아름다운 노래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나이팅게일의 목소리를 듣는 황제 또한 행복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