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화성과 정약용 - 개정판 다큐동화로 만나는 한국 근현대사 1
이정범 지음, 이용규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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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시대 위대한 실학자 중의 한 명이자 18년의 유배 생활 동안 목민심서, 흠흠신서, 경세유표를 비롯한 500여 권의 책을 집필한 다산 정약용. 솔직히 그의 호가 다산 말고 “여유당” 이란 사실을 안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그런데 여유당 이란 호의 의미를 알고 나자 그 호가 훨씬 좋다. 여유당이란 “한겨울에 살얼음이 언 냇가를 건널 때처럼 이웃 사람들을 두려워하며 산다” 는 뜻이다. 이 호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었던 정조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고 정약용에게 시련이 닥쳐왔을 무렵에 정약용이 스스로 지었다고 한다.

 

여유당인 지은 책을 집에 모셔만 놓고 아직 읽어 보지는 않았지만 이번에 이 책을 읽고 나니 그의 인품에 반하게 되어 꼭 읽어야겠다는 의지가 불타고 있다. 일찍이 친어머니를 잃은 정약용은 어려서는 밖으로 돌아다니며 개구쟁이 짓을 많이 하였다. 아버지는 그런 정약용을 나무라지 않았다. 친어머니를 잃은 그 슬픔을 이해했기 때문이었다. 어느 날 호기심에 탐스럽게 자란 호박에 말뚝을 박아 노는 정약용을 보고 아버지는 피멍이 들게 매를 때리시며 야단을 치신다. 아버지는 “농부들이 농사를 짓기 위해 얼마나 땀을 흘리고 애를 썼는지 생각해 보아라” 하시며 “ 결코 다른 사람을 괴롭히거나 그들의 원망을 사서는 안 된다”고 말씀하신다. 이 일로 크게 깨달은 정약용은 평생 동안 남에게 피해를 주는 일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 기억과 깨달음이 나중에 여유당 이란 호를 짓는 데 일조를 하지 않았나 싶다. 아버지의 이런 바른 가르침이 있었기에 후세에 존경 받는 인품과 덕망을 지닌 실학자가 되지 않았나 싶어 가장 마음에 와 닿았던 부분이었다.

 

이 책의 제목처럼 정약용 하면 수원 화성, 수원 화성 하면 정조 이 둘을 거론 안 할 수가 없다. 정조와의 인연은 정말 숙명 같다. 정조의 아버지, 사도 세자가 뒤주에 갇혀 죽은 그 해가 바로 정약용이 태어난 해인 것이 과연 우연일까 싶다. 정조와 만나는 장면 또한 기억에 남는다. 정조가 맏아들인 문효세자를 책봉하는 축하의 의미로 증광감시를 치르게 했는데 그 때 정약용이 시험을 보아 급제를 해서 첫 대면을 하게 된다. 후에 정조가 성균관 유생들에게 직접 과제를 주었고 그 때 정약용의 답변이 가장 출중하여 그때부터 정조의 눈에 들었다고 한다. 이후 정조와 정약용은 나누어 생각할 수 없는 관계가 되고, 말년에 정약용이 정조를 생각하며 지었던 시를 보면 정조에 대한 충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정조였기에 정약용이란 인재를 알아볼 수 있었던 것이고, 정약용이었기에 정조의 꿈을 이뤄줄 수 있었지 싶다. 모름지기 군주가 갖춰야 할 덕목 중에 인물을 알아보고 적재적소에 배치할 수 있는 능력이 아주 중요함을 이 대목에서 또 한 번 실감할 수 있다. 수원 화성, 즉 계획 도시를 만드는 일은 세계 최초의 일로 유럽보다 150년이나 앞선 것이라고 하니 아이들과 함께 꼭 가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유당의 시 중에서 자주 인용된다는 “애절양”에 얽힌 농부의 비참하고 슬픈 이야기는 읽을수록 가슴이 먹먹해진다. 예나 지금이나 호의호식하는 사람 따로 있고, 자신의 생식기마저 잘라내야 하는 비참한 백성이 존재하는 공평하지 않은 세상에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말과 돼지 거세함도 오히려 가여운데

하물며 후손 이루려는 사람에게 있어서랴

권세가들은 평생 동안 풍악이나 즐기면서

쌀 한 톨, 베 한 치도 바치지 않는구나,

모두 같은 나라의 백성인데

어찌 이리도 공평하지 않은가”

 

또 하나 독서교육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의 눈을 사로잡는 글귀가 있었다.

“ 나는 몇 년 전부터 독서에 대해 깨달은 것이 있다. 책을 헛되이 그냥 읽기만 해서는 하루에 백 번, 천 번을 읽더라도 오히려 읽지 않은 것만도 못하다. 무릇 책을 읽는 동안 한 자라도 모르는 게 나오면 세밀하게 연구하여 그 원리를 깨달아 글 전체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날마다 이런 식으로 읽는다면 책 한 권을 읽더라도 수백 권을 보는 것과 같다.”

바로 정독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정약용의 말이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이번 겨울에는 먼지가 쌓여 가는 여유당의 책을 꺼내 읽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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