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명탐정 셜록 홈스와 얼룩무늬 끈 ㅣ 동화 보물창고 40
아서 코난 도일 지음, 민예령 옮김, 시드니 에드워드 파젯 그림 / 보물창고 / 2011년 12월
평점 :
별로 책과 가까이 지내지 않았던 사람이라 할지라도 셜록 홈스가 등장하는 추리소설은 한 번쯤 읽어 봤을 것이다. 이번에 푸른책들에서 아서 코난 도일이 지은 셜록 홈스 시리즈 2권이 출간되었다. 읽다 보니 예전에 읽었던 이야기들이 있어서 반갑기도 하였고, 새삼 홈스의 추리력과 관찰력에 깜짝깜짝 놀라곤 하였다.
얼마 전 우리 반에 한 명이 우유를 안 마시고 그냥 낸 사건이 있었는데 셜록 흠스가 있었다면 우리 교실에 오기만 했어도, 그 뜯고 나서 먹지 않은 채로 우유상자에 넣어 둔 우유팩만 보고서도 누가 그랬는지 밝혀냈으리라. 아깝다! 나에게는 홈스 같은 관찰력과 추리력이 없어서 다음 부턴 절대 그러지 말라고 반 전체에게 경고를 하는 것으로 끝내고 말았다. 항상 겨울이면 우유를 먹기 싫어서 이렇게 먹지도 않은 우유를 먹은 것처럼 꼼수를 부려 내 놓는 정직하지 못한 아이들 때문에 탐정이 되어야 하는 일이 생기곤 한다. 우유 사건 말고도 가끔씩 심증은 가지만 물증이 없어서 넘어가곤 하는 일들이 있는데 그럴 때 생각나는 인물이 바로 셜록 홈스이다. 예리한 관찰력과 탁월한 추리력으로 의뢰인들이 맡긴 사건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해결하는 탐정계의 대부 셜록 홈스. 어찌 되었건 신성한 교실에서 불미스러운 일들이 일어나지 않아야 할 텐데 살다 보면 그런 일들이 간혹 생길 때면 진정 홈스가 그립다.
책에는 얼룩무늬 끈, 경주마 실버 블레이즈, 너도밤나무 저택의 비밀, 사라진 공격수 네 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그 중에서 얼룩무늬 끈은 예전에 읽었던 기억이 가물가물 났다. 얼룩무늬 끈이라? 아 맞다 맞어! 그게 끈이 아니라 독사였었지. 오래 전에 읽었을 때 그 엄청난 사실에 정말 놀랐던 기억이 났다. 수사를 의뢰하러 온 헬렌을 보고 기차를 타고 왔다는 것과 이륜마차를 탔다는 사실을 알아내기까지 홈스가 추리한 내용을 살펴 보자. 한 번 헬렌을 훓어보고 나서 이런 걸 유추해 내다니...
왼쪽 소매에 묻은 흙탕물을 보고 알았을 뿐입니다. 일곱 군데 정도 묻은 지 얼마 안 된 얼룩이 있군요. 이런 모양으로 진흙을 묻힐 만한 것은 이륜마차뿐이고, 왼쪽 소매에만 진흙이 튀었다는 건 부인이 마부의 왼쪽에 앉았다는 것을 말해 주지요.
언제 봐도 홈스의 관찰력은 작은 것 하나도 놓치지 않는다. 그렇기에 헬렌이 언니의 죽던 날을 들려 줄 때도 남들은 그냥 지나쳐 버렸을 만한 내용들을 하나도 버리지 않고 그대로 되살려 내어 추리의 근거로 만들어 낸다. 소설 속의 인물이긴 하지만 그의 탁월한 재능이 정말 부럽다. 홈스 같은 사람 한 명만 있다면 미궁에 빠질 사건이 하나도 없을 텐데..... 아쉽다. 셜록 홈스는 헬렌의 언니의 사인을 정확히 알아낸다. 그리고 언니처럼 죽을 수도 있었던 헬렌을 죽음의 위험에서 건져 낸다. 그는 헬렌이 지금 당장 돈이 없다고 하자 돈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그저 나중에 돈이 생기면 실비만 챙겨 주라고 한다. 그는 그저 자신의 흥미를 끄는 사건 그 자체가 자신에겐 선물인 셈이다. 후반부에 가면 홈스의 동업자의 말을 빌어 보자면 사건이 없이 한가하게 지낼 때면 오히려 홈스는 약물에 의존하곤 했다고 하니 그가 사건 그 자체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반증해 주는 일화인 셈이다. 홈스에게 돈, 명예 그 따위가 중요한 게 아니라 자신이 맡은 사건을 정확한 추리로 풀어내는 과정 그 자체가 삶의 즐거움이었던 것이다.
셜록 흠스만큼은 아니지만 지금 우리 사회에도 홈스의 역할을 톡톡히 감당하는 이들이 있는 것 같다. 바로 나꼼수 4총사들이다. 지난 번 보궐선거 때 선관위 홈페이지 접속이 잘 안 된 사실을 나꼼수에서 그냥 지나치지 않고 뭔가가 있음을 눈치 채고 로그 파일을 공개하라고 계속 요구한 결과 어마어마한 범죄가 숨겨져 있음이 속속들이 밝혀져 국민들을 분노케 하고 있다. 어디 그것뿐인가! 갑자기 투표장소가 바뀌었다는 사실도 그들을 통해 알려졌다. 주민투표 때까지도 그대로였던 투표 장소가 갑자기 보궐 선거 때 바뀌었다니.. 그런 일련의 일들을 "그럴 수 도 있지 뭐" 넘길 수도 있지만 홈스라도 결코 그냥 넘기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 나꼼수 4총사 그들을 이 시대의 셜록 흠스라 해도 무방할 듯하다.
홈스가 가지고 있는 관찰과 추리라는 것도 생각해 보면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결코 아니다. 관심을 가지고 좀 더 자세히 들여다 보면 다른이들이 지나쳤던 것들도 자신은 볼 수 있다. 오랜 만에 헤어스타일을 변화시킨 아내를 보고도 전혀 눈치 채지 못한 남편은 아내에게 관심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상대에 대한 작은 관심은 인간 관계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반 아이 중에서도 선생님의 변화를 빨리 알아 보는 아이들이 있다. 관찰력이 좋은 아이들이다. 나 또한 남자 아이들이 이발을 하고 오거나 하면 꼭 아는 척을 해 주곤 한다. 그건 바로 너에게 관심이 있다는 표현이기도 하니깐. 내 주변 사람들의 작은 변화 하나라도 예민하게 느낄 수 있다면 지금보다 더 나은 사회가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