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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 팩 소녀 제니 1 ㅣ 사계절 1318 문고 73
캐롤라인 B.쿠니 지음, 고수미 옮김 / 사계절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어느 날 우유를 먹고 나서 우유팩을 무심히 봤는데 항상 우유팩 뒷면에 실려 있는 미아 찾기 사진에 실린 그 사진의 주인공이 바로 나라면 어떤 기분이 들까? 작가는 공항에서 비행기를 기다리다 미아를 찾는 포스터를 우연히 보게 되었단다. 내용은 15년 전에 잃어버린 아이를 찾는다는 것이었다. 15년이나 지났는데도 아이를 찾는 부모의 절절한 심정이 전해졌고, 15년이라는 세월이 지나서 아무도 알아보지 못할텐데 라는 걱정도 들었단다. 하지만 잃어버린 아이 자신만큼은 아무리 오랜 시간이 지나도 알아볼 것이라는 생각에 이 책을 써내려갔다고 한다. 맞다! 아주 어린 나이가 아니거나 정신적으로 이상이 없는 경우라면 그 자신만큼은 자신의 사진을 알아보지 않겠는가!
제이니는 우유 알레르기가 있어서 평소에 우유를 먹지 않는다. 그런데 유독 그 날 샌드위치를 먹으면서 우유가 먹고 싶어 친구의 우유를 몰래 먹고 팩을 만지다가 미아 찾기에 실려 있는 4살 여아의 모습이 바로 12년 전 자신의 모습임을 알고 소스라치게 놀란다. “ 내가 뉴저지에서 유괴되었다니? 내 이름이 제니 스프링이라고? 그럼 지금의 부모님은 유괴범? ” 실로 그 몇 분 동안 제이니에게는 수많은 생각이 스쳐지나갔을 것이다. 엄청 혼란스러웠을 것이다. 지금의 자아가 완전 부정되는 것이니 말이다.
그렇게 자신이 유괴되어 지금의 부모님에게 길러진 것이란 것을 알고 제이니는 나름대로 추리를 해 본다. 그리고 기억의 파편들을 모아 본다. 다락방에 있는 낯선 이니셜이 적힌 낡은 가방에서 자신이 유괴될 때 입었던 옷들이 발견되자 혼란은 가중된다. 제이니의 고민이 갈수록 증폭되고 있을 때 제이니의 부모님은 더 이상 숨길 수만은 없다시며 자신들이 다름 아닌 제이니의 조부모라고 말해 주신다. 제이니의 엄마는 다락방에서 봤던 낡은 가방의 주인공 한나 즉 자신들의 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의문이 풀리는 게 아니다. 자신을 찾고 있는 뉴저지의 부모님들은 그럼 누구란 말인가?
다른이들은 알아보지 못하더라도 오직 그 미아 찾기 사진의 주인공만은 자신의 얼굴을 알아볼 수 있다는 작가의 생각처럼 제이니는 자신의 얼굴을 알아보고 진짜 자신을 찾아가고 있는 중이다. 그 길이 생각보다 힘들고 복잡하지만 차근차근 가는 제이니의 모습에 박수를 보낸다. 그 길을 가는 동안 자신을 키워줬던 부모님이 사법처리 될까 봐 걱정하는 모습 또한 예쁘다. 잘 자라준 것 같아서 말이다. 또한 12년 내내 자신을 잊지 못하고 찾고 있는 뉴저지의 부모님에 대한 생각도 놓치지 않아 대견하다. 제이니라면 두 부모님 사이의 복잡한 관계를 실타래 풀듯이 차곡차곡 풀어나갈 수 있을 듯하다.
오늘도 수많은 어린이들이 어떤 이유들로 자신의 친부모와 헤어진다. 그리고 거리의 전광판에서는 근래에서부터 아주 오래 전에 행방불명된 아이까지 모두 미아 찾기 광고가 나온다. 나는 한 번도 그 광고를 자세히 들여다 본 적은 없다. 하지만 자녀를 잃어버린 부모는 하루도 그 기억에서 자유롭지 못했을 것이다. 미아찾기 광고를 보고 그 사진의 주인공이 제발 알아봐 주길, 연락해 주길 간절히 간절히 빌고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왜 자꾸 “ 개구리 소년” 들이 생각나는지.... 그들도 제이니처럼 자신의 사진을 알아보고 부모에게 돌아갔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