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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민족 최고의 이야기꾼 홍명희 ㅣ 우리시대의 인물이야기 10
김남일 지음, 박준우 그림 / 사계절 / 2011년 11월
평점 :
솔직히 홍명희 라는 인물에 대해서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배경지식이 거의 없었다. 임꺽정의 작가라는 것 또한 몰랐으니 참 무식했다. 이 책을 통해 역사 속에서 백성들에게 입으로 전해져 내려 오던 인물 임꺽정을 다시 재탄생하게 만든 소설<임꺽정>에 대한 궁긍즘도 증폭되어 이번 겨울방학에 기필코 10권을 다 읽어 볼 테다.
왜 홍명희란 인물에 대해 난 잘 모르고 있었을까? 이 책을 끝까지 읽다 보니 조금 이유를 알 것 같다. 시인 백석이 월북했다는 이유로 거의 이름조차 들먹이지 않았다가 근래 들어 그의 작품들이 나오는 걸 봤을 때 1948년 김구와 함께 통일을 의논하기 위해 북한에 회담을 하러 갔다가 김구만 남한으로 다시 돌아오고 그는 그냥 북에 머물고 거기서 삶을 마감하였기에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던 건 아닐까 추측해 본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임꺽정>의 원작자인 홍명희를 알게 되었다는 것은 나에게 큰 수확이 아닐 수 없다. 그의 아버지는 경술국치를 당하는 날, 자결하는 열사였고 장손인 아들에게 절대 변절하지 말 것을 유언으로 당부한다. 이에 홍명희는 아버지의 유언을 가슴 깊이 새기고, 식민지 시절 고난이 닥쳐도 절대 자신의 충정을 바닥에 내동댕이 치지 않았다. 그와 함께 일본에 유학했던 벗 최남선, 이광수가 변절자의 길을 걸을 때에도 그는 끝내 변절의 길에 들어서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식민지 시대 힘없고, 핍박 당하고,절망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던 백성들에게 조금이라도 희망을 주고, 민족 정신을 불어넣어 주고자 역사 속의 인물 임꺽정을 소설 속에서 재탄생시켜 신문에 연재함으로써 아픈 시대를 살아가는 백성들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을 주었다. 일제 통치 말기에 이르자 일본의 압박은 더욱 거세지고 서정주, 모윤숙 등 수많은 문인들이 앞다투어 변절하고 친일의 길을 걸어갈 때에도 그는 아버지의 유언대로 절대 변절하지 않았으며 친일도 하지 않았다. 학창시절에 변절자, 친일파의 시가 교과서에 버젓이 실려 있었고 나는 그 시들을 외어댔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들이 모두 다 변절자, 친일파였다는 사실은 지금 생각해도 분하다. 우리는 왜 그렇게 과거를 청산하지 못했는지..... 친일파가 지금도 승승장구하고 , 오히려 애국지사의 후손들은 생활고에 찌들어 산다는 것은 후손으로서 정말 부끄러운 일이다. 새로운 술은 새로운 부대에 담아야 하는 것을.
어쩔 수 없어 변절했다는 말은 그저 구차한 변명일 뿐이다. 홍명희가 살던 그 시대에도 홍명희처럼, 신채호 처럼 끝까지 변절하지 않고 자신의 충정을, 자존심을 지킨 자들이 있었다. 지금도 똑같지 않나? 민주화 운동을 하던 자들이 하루아침에 변절하여 돌아서서 동지였던 자들에게 칼을 들이대고 있으니 말이다. 지금 시대도 홍명희가 살던 그 시대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게 참 씁쓸하다. 지금 대한민국에 사는 서민들 대부분은 또 다른 의적 임꺽정이 나타나 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