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따라 하지는 마세요.

자석 강아지 봅 - <책 먹는 여우> 프란치스카 비어만의
프란치스카 비어만 글.그림, 임정희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11년 9월

<책 먹는 여우>의 작가 프란치스카 비어만의 신작이다. 찜해 놓고만 있었는데 울 반 어린이 한 명이 친구들과 돌려 보고 싶다면서 가져왔길래 얼른 나 먼저 읽어 보았다. 이렇게 자기가 재미있게 읽은 책을 친구들에게 빌려 주고 싶다며 가져 오는 친구가 하나 둘 생겨 나기 시작하였다. 아이구 이쁜 녀석들~~

아침독서10분 동안 후다닥 읽을 정도의 분량이다. 이제 막 그림책에서 벗어나서 글밥이 있는 책을 찾는 친구가 있다면 이 책을 강추한다. 글밥도 적당하면서도, 내용도 쉽고, 재미있다.  그러나 주의할 점이 있다. 절대 봅을 따라 해서는 안 돼~~절대 안 돼. 병원에 실려갈 수도 있어. 

어느 화요일 아기 봅이 태어났다. 누나 에트나는 그때부터 찬밥 신세. 어른들은 강아지 봅이 아무리 난리 부르스를 쳐도 야단을 안 치고  봅이 하도 자신의 물건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길래 보다 못해 손뜨개한 것을 입에 재갈을 물렸더니 "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 있냐?" 며 에트나에게는 이틀이나 텔레비젼 시청 금지라는 어마어마한 벌을 내린다. 해도 너무 해.  에트나는 도저히 어른들을 이해할 수가 없다. 저 이상하게 침을 질질 흘리고, 아무 거나 닥치는 대로 물어 뜯는 녀석이 뭐가 이쁘다고 어른들은 " 아이고 귀여워!" 하시는 걸까?  

그런데 어느 날 에트나는 신기한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다름 아니라 봅의 몸에  달라 붙는 것과 달라 붙지 않는 물건이 있다는 것을 말이다. 봅의 몸 속에 마치 엄청나게 큰 막대 자석이 있는 것처럼 봅의 몸에 쇠로 만들어진 물건들이 알아서 척척 달라 붙는 것이다. " 와! 이 녀석 좀 쓸모 있는데?" 하며 에트나는 봅을 데리고 놀이터에 가서 이것저것을 끌어 모아 온다. 자석의 원리를 이용해서 말이다. 

어느 날 짜잔~ 하고 나타나서 가족의 사랑을 독차지 해버린 얄미운 봅 녀석이 그런대로 쓸모가 있다니... 에트나의 봅에 대한 생각이 조금씩  바뀌어 가고 있는 찰나, 그동안 모은 동전 가지고 아이스크림을 사 먹으려고 시내에 갔는데 그만 은행 강도가 마침 봅 앞을 지나가다가 강도가 들고 달아나는 가방에 봅이 철커덕 하고 달라붙어 버린 것이다. 상대는 다름 아닌 무시무시한 은행 강도라니....에트나는 동생을 구하기 위해 뛰기 시작한다. 봅과 에트나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아기를 키워 본 사람은 안다. 아기를 키우다 보면 봅처럼 아무거나 먹어대는 시기가 있다는 걸. 그것에 착안하여 이렇게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온 것 같다. 심심찮게 해외토픽 같은 데서 몸 속에 이상한 물건이 있는 채로 살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도 전해진다. 이런 단초를 가지고 이렇게 재밌는 이야기를 만들어 내다니...그러니까 작가겠지. 더불어 동생을 본 에트나 누나의 속상한 마음 또한 느껴져서 이 세상 누나들이 읽으면 가슴이 조금은 후련해질 듯하다. 눈에 가시 같던 봅이 은행 강도에게 척 달라 붙어 가는 순간 누나는 동생을 살리기 위해 무작정 뛰는 그 모습이 그래도 제일 감동적이지 않나 싶다. 때론 싸우기도 하지만 그래도 끝까지 함께 하는 건 가족 밖에 없다. 울 수퍼남매도 발길질 하며 싸우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며 놀 때는 정말 둘 낳길 잘했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그래도 아빠, 엄마가 자식들에게 해 준 가장 큰 선물이 바로 형제가 아닐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