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능력이 학습 능력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여러 가지 연구 결과로 많이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내가 맡은 반 아이들이 1년 간의 독서 지도로 인하여 확연하게 학습력이 높아진 걸 목격하니 실로 놀랍고 신기할 따름이다.
금일 국어 단원평가를 봤다. 지난 번에도 단원평가를 봤는데 평소에 독서력이 좋은 아이들이 역시나 시험점수가 좋아서 역시 내가 생각했던 대로 “ 독서력이 학습력을 좌우한다”는 신념이 맞다고 내심 뿌듯해 하고 있었다. 하지만 한 번의 결과 가지고 섣불리 판단할 수는 없기에 이번에 다시 단원평가를 봤다. 또 같은 결과가 나왔다. 4명을 제외하고는 모든 아이들이 80점 이상이라는 놀라운 고득점을 받았다. 1학년 시험이라서 쉬우니 그런 결과가 나왔을 거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국어 시험은 지문이 나오기 때문에 그 지문을 독해하지 못한 아이들은 바른 답을 쓸 수가 없다. 즉 평소에 독서습관이 들지 않은 아이들은 시험지를 제대로 풀지 못한다. 80점 아래 점수인 4명은 한 명은 국어 쪽이 심하게 약한 아이, 한 명은 가정에서 전혀 돌보지 않아 가정학습이 이뤄지지 않은 아이, 나머지는 다문화 가정 아이, 마지막은 지금도 한글을 완벽하게 깨치지 못한 아이이다. 다른 아이들은 그동안 매일 아침독서10분과 가정독서 30분을 통하여 독서를 꾸준히 했기 때문에 독해력이 저절로 길러졌다. 따라서 그렇게 높은 점수를 얻을 수 있었다.
놀라운 것은 1학기에 책읽기를 조금 버거워하던 아이들, 초등학교 들어오면서 한글을 완벽하게 깨치지 못하고 들어온 아이들도 높은 점수를 받은 것을 보고 그동안 학교와 가정에서 독서 지도한 것이 결실을 맺었구나 하는 생각에 실로 가슴이 벅차올랐다. 수학처럼 매일 문제집을 풀리지 않았어도 독서만 가지고도 이렇게 우수한 점수를 맞을 수 있다는 것은 독서야말로 학습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산 증거가 아닐까 싶다.
중학년만 되어도 책 읽을 시간을 확보하기가 참 어렵다. 과목 수도 많아지고, 학습량과 학습 난이도도 높아지고, 거기다 여러 가지 사교육에 아이들은 잠 잘 시간, 놀 시간조차 없이 바삐 살아야 한다. 그런데 어디 여유롭게 책 읽을 시간이 있겠는가? 따라서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저학년일 때 부지런히 독서를 해서 학습력을 키워야 한다. 그건 바로 기초체력을 기르는 것과 똑같다. 그러면 중학년이 되더라도 국어는 따로 공부할 필요도 없고, 독서를 통해 길러진 사고력, 상상력, 창의력 등은 다른 과목을 공부하는데도 긍정적인 역할을 감당한다. 무엇보다 우리가 아는 위인들이 대부분 책벌레였다는 사실을 기억해 본다면 어려서부터 책과 친구가 되게 하는 것이 교사와 부모가 가장 먼저, 가장 중요하게 해야 될 일이 아닐까?
1년이 채 되지 않았는데 아이들에게 이런 괄목할 만한 성장이 이뤄진 걸 보니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정말 기쁘기 그지없다. 다른 사람들의 말이나 책을 읽어 알았던 사실이 바로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 한 명 한 명에게도 기적처럼 일어나고 있었다니..... “ 책 읽는 어린이가 희망이다. ”는 말처럼 책 읽는 어린이는 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단순히 독서력이 학습력이 되어 공부 잘하는 아이를 만드는 게 나의 독서교육 목표가 아니다. 독서를 잘하면 덩달아 공부까지 잘하게 되지만 그건 그냥 덤으로 오는 선물일 뿐이다. 독서교육의 궁극적 목표는 바로 교육의 목표인 " 한 사람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것" 이라고 생각한다. 책과 친구로 지내며 자란 어린이들은 좀 더 마음이 따뜻하고 배려심 많은 어른으로 성장하여 이 세상을 좀 더 행복하게 변화시킬 수 있지 않을까 ? 그래서 “ 책 읽는 아이가 희망이다 ” 라는 말이 나오지 않았을까 싶다.
채점하면서 폭풍 성장을 한 아이들의 독해력을 보면서 보람을 팍팍 느꼈다.